위키문헌 kowikisource https://ko.wikisource.org/wiki/%EC%9C%84%ED%82%A4%EB%AC%B8%ED%97%8C:%EB%8C%80%EB%AC%B8 MediaWiki 1.46.0-wmf.26 first-letter 미디어 특수 토론 사용자 사용자토론 위키문헌 위키문헌토론 파일 파일토론 미디어위키 미디어위키토론 틀토론 도움말 도움말토론 분류 분류토론 저자 저자토론 포털 포털토론 번역 번역토론 해석 해석토론 초안 초안토론 페이지 페이지토론 색인 색인토론 TimedText TimedText talk 모듈 모듈토론 행사 행사토론 메밀꽃 필 무렵 0 2584 426852 366637 2026-05-04T04:21:22Z 펠티어소자 19327 원문에 없던 주석 제거. 426852 wikitext text/x-wiki {{머리말 |제목 = 메밀꽃 필 무렵 |지은이 = [[글쓴이:이효석|이효석]] |역자 = |부제 = |이전 = |다음 = |설명 = 1936년 발표. 원제는 《모밀꽃 필 무렵》. }}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 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 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 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치않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 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 선달에게 나꾸어 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 장에서 한번이나 흐붓하게 사본 일 있을까해. 내일 대화 장에서가 한몫 벌어야겠네.” “오늘 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 선달이 그날 번 돈을 따지는 것을 보고 허 생원은 말뚝에서 넓은 휘장을 걷고 벌여놓았던 물건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무명 필과 주단 바리가 두 고리짝에 꼭 찼다. 멍석 위에는 천 조각이 어수선하게 남았다. 다른 축들도 벌써 거진 전들을 걷고 있었다. 약바르게 떠나는 패도 있었다. 어물장수도, 땜장이도, 엿장수도, 생강장수도 꼴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일은 진부와 대화에 장이 선다. 축들은 그 어느 쪽으로든지 밤을 새며 육칠십 리 밤길을 타박거리지 않으면 안 된다. 장판은 잔치 뒷마당같이 어수선하게 벌어지고, 술집에서는 싸움이 터져 있었다. 주정꾼 욕지거리에 섞여 계집의 앙칼진 목소리가 찢어졌다. 장날 저녁은 정해놓고 계집의 고함소리로 시작되는 것이다. “생원, 시침을 떼두 다 아네…. 충주집 말야.” 계집 목소리로 문득 생각난 듯이 조 선달은 비죽이 웃는다. “화중지병이지. 연소패들을 적수로 하구야 대거리가 돼야 말이지.” “그렇지두 않을걸. 축들이 사족을 못 쓰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나, 아무리 그렇다군 해두 왜 그 동이 말일세, 감쪽같이 충주집을 후린 눈치거든.” “무어 그 애숭이가? 물건 가지고 나꾸었나부지. 착실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그 길만은 알 수 있나… 궁리 말구 가보세나그려. 내 한턱 씀세.” 그다지 마음이 당기지 않는 것을 쫓아갔다. 허 생원은 계집과는 연분이 멀었다. 얽둑배기 상판을 대어설 숫기도 없었으나 계집 편에서 정을 보낸 적도 없었고, 쓸쓸하고 뒤틀린 반생이었다. 충주집을 생각만 하여도 철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발 밑이 떨리고 그 자리에 소스라쳐버린다. 충주집 대문에 들어서서 술좌석에서 짜장 동이를 만났을 때에는 어찌 된 서슬엔지 빨끈 화가 나버렸다. 상위에 붉은 얼굴을 쳐들고 제법 계집과 농탕 치는 것을 보고서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녀석이 제법 난질꾼인데 꼴 사납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낮부터 술 처먹고 계집과 농탕이야. 장돌뱅이 망신만 시키고 돌아다니누나. 그 꼴에 우리들과 한몫 보자는 셈이지. 동이 앞에 막아서면서부터 책망이었다. 걱정두 팔자요 하는 듯이 빤히 쳐다보는 상기된 눈망울에 부딪칠 때, 결김에 따귀를 하나 갈겨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동이도 화를 쓰고 팩하게 일어서기는 하였으나, 허 생원은 조금도 동색하는 법 없이 마음먹은 대로는 다 지껄였다. “어디서 주워먹은 선머슴인지는 모르겠으나, 네게도 아비 어미 있겠지. 그 사나운 꼴 보면 맘 좋겠다. 장사란 탐탁하게 해야 되지, 계집이 다 무어야. 나가거라, 냉큼 꼴 치워.” 그러나 한마디도 대거리하지 않고 하염없이 나가는 꼴을 보려니, 도리어 측은히 여겨졌다. 아직두 서름서름한 사인데 너무 과하지 않았을까 하고 마음이 섬뜩해졌다. 주제도 넘지, 같은 술 손님이면서두 아무리 젊다고 자식 낫세 된 것을 붙들고 치고 닦아셀 것은 무어야 원. 충주집은 입술을 쭝긋하고 술 붓는 솜씨도 거칠었으나, 젊은 애들한테는 그것이 약이 된다고 하고 그 자리는 조 선달이 얼버무려 넘겼다. “너, 녀석한테 반했지? 애숭이를 빨면 죄 된다.” 한참 법석을 친 후이다. 담도 생긴 데다가 웬일이지 흠뻑 취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허 생원은 주는 술잔이면 거의 다 들이켰다. 거나해짐을 따라 계집 생각보다도 동이의 뒷일이 한결같이 궁금해졌다. 내 꼴에 계집을 가로채서니 어떡헐 작정이었누 하고 어리석은 꼬락서니를 모질게 책망하는 마음도 한편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지난 뒤인지 동이가 헐레벌떡거리며 황급히 부르러 왔을 때에는 마시던 잔을 그 자리에 던지고 정신없이 허덕이며 충주집을 뛰어나간 것이었다. “생원 당나귀가 바를 끊구 야단이에요.” “각다귀들 장난이지 필연코.” 짐승도 짐승이려니와 동이의 마음씨가 가슴을 울렸다. 뒤를 따라 장판을 달음질하려니 거슴츠레한 눈이 뜨거워질 것 같다. “부락스런 녀석들이라 어쩌는 수 있어야죠.” “나귀를 몹시 구는 녀석들은 그냥 두지는 않을걸.” 반평생을 같이 지내온 짐승이었다. 같은 주막에서 잠자고, 같은 달빛에 젖으면서 장에서 장으로 걸어 다니는 동안에 이십 년의 세월이 사람과 짐승을 함께 늙게 하였다. 가스러진 목뒤 털은 주인의 머리털과도 같이 바스러지고, 개진개진 젖은 눈은 주인의 눈과 같이 눈곱을 흘렸다. 몽당비처럼 짧게 쓸리운 꼬리는, 파리를 쫓으려고 기껏 휘저어보아야 벌써 다리까지는 닿지 않았다. 닳아 없어진 굽을 몇번이나 도려내고 새 철을 신겼는지 모른다. 굽은 벌써 더 자라나기는 틀렸고 닳아버린 철 사이로는 피가 빼짓이 흘렀다. 냄새만 맡고도 주인을 분간하였다. 호소하는 목소리로 야단스럽게 울며 반겨한다.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목덜미를 어루만져주니 나귀는 코를 벌름거리고 입을 투르르거렸다. 콧물이 튀었다. 허 생원은 짐승 때문에 속도 무던히는 썩였다. 아이들의 장난이 심한 눈치여서 땀 밴 몸뚱어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좀체 흥분이 식지 않는 모양이었다. 굴레가 벗어지고 안장도 떨어졌다. “요 몹쓸 자식들” 하고 허 생원은 호령을 하였으나 패들은 벌써 줄행랑을 논 뒤요 몇 남지 않은 아이들이 호령에 놀래 비슬비슬 멀어졌다. “우리들 장난이 아니우, 암놈을 보고 저 혼자 발광이지.” 코흘리개 한 녀석이 멀리서 소리를 쳤다. “고 녀석 말투가….” “김 첨지 당나귀가 가버리니까 온통 흙을 차고 거품을 흘리면서 미친 소같이 날뛰는걸. 꼴이 우스워 우리는 보고만 있었다우. 배를 좀 보지.” 아이는 앙토라진 투로 소리를 치며 깔깔 웃었다. 허 생원은 모르는 결에 낯이 뜨거워졌다. 뭇 시선을 막으려고 그는 짐승의 배 앞을 가리어서지 않으면 안되었다. “늙은 주제에 암샘을 내는 셈야. 저놈의 짐승이.” 아이의 웃음소리에 허 생원은 주춤하면서 거어코 견딜 수 없어 채찍을 들더니 아이를 쫓았다. “쫓으려거든 쫓아보지. 왼손잡이가 사람을 때려.” 줄달음에 달아나는 각다귀에는 당하는 재주가 없었다. 왼손잡이는 아이 하나도 후릴 수 없다. 그만 채찍을 던졌다. 술기도 돌아 몸이 유난스럽게 화끈거렸다. “그만 떠나세. 녀석들과 어울리다가는 한이 없어. 장판의 각다귀들이란 어른보다도 더 무서운 것들인 걸.” 조 선달과 동이는 각각 제 나귀에 안장을 얹고 짐을 싣기 시작하였다. 해가 꽤 많이 기울어진 모양이었다. 드팀전 장돌림을 시작한 지 이십 년이나 되어도 허 생원은 봉평 장을 빼논 적은 드물었다. 충주 제천 등의 이웃 군에도 가고, 멀리 영남 지방도 헤매기는 하였으나, 강릉쯤에 물건 하러 가는 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군내를 돌아다녔다. 닷새 만큼씩의 장날에는 달보다도 확실하게 면에서 면으로 건너간다. 고향이 청주라고 자랑 삼아 말하였으나 고향에 돌보러 간 일도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운 강산이 그대로 그에게는 그리운 고향이었다. 반날 동안이나 뚜벅뚜벅 걷고 장터 있는 마을에 거지 반 가까왔을 때, 거친 나귀가 한바탕 우렁차게 울면, 더구나 그것이 저녁녘이어서 등불들이 어둠 속에 깜박거릴 무렵이면, 늘 당하는 것이건만 허 생원은 변치 않고 언제든지 가슴이 뛰놀았다. 젊은 시절에는 알뜰하게 벌어 돈푼이나 모아둔 적도 있기는 있었으나, 읍내에 백중이 열린 해 호탕스럽게 놀고 투전을 하고 하여 사흘 동안에 다 털어버렸다. 나귀까지 팔게 된 판이었으나 애끊는 정분에 그것만은 이를 물고 단념하였다. 결국 도로아미타불로 장돌림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짐승을 데리고 읍내를 도망해 나왔을 때에는 너를 팔지 않기 다행이었다고 길가에서 울면서 짐승의 등을 어루만졌던 것이었다. 빚을 지기 시작하니 재산을 모을 염은 당초에 틀리고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러 장에서 장으로 돌아다니게 되었다. 호탕스럽게 놀았다고는 하여도 계집 하나 후려보지는 못하였다. 계집이란 쌀쌀하고 매정한 것이다. 평생 인연이 없는 것이라고 신세가 서글퍼졌다. 일신에 가까운 것이라고는 언제나 변함없는 한 필의 당나귀였다. 그렇다고 하여도 꼭 한번의 첫 일을 잊을 수는 없었다. 뒤에도 처음에도 없는 단 한번의 괴이한 인연! 봉평에 다니기 시작한 젊은 시절의 일이었으나 그것을 생각할 적만은 그도 산 보람을 느꼈다.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두 도무지 알 수 없어.” 허 생원은 오늘 밤도 또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것이다. 조 선달은 친구가 된 이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렇다고 싫증은 낼 수도 없었으나 허 생원은 시치미를 떼고 되풀이할 대로는 되풀이하고야 말았다.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조 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흔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공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 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 생원의 이야기 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장 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주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메밀 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 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나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 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 가는 일색이었지- 팔자에 있었나부지.” 아무렴 하고 응답하면서 말머리를 아끼는 듯이 한참이나 담배를 빨 뿐이었다. 구수한 자주빛 연기가 밤 기운 속에 흘러서는 녹았다. “날 기다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달리 기다리는 놈팽이가 있는 것두 아니었네. 처녀는 울고 있단 말야. 짐작은 대고 있으나 성 서방네는 한창 어려워서 들고날 판인 때였지, 한집안 일이니 딸에겐들 걱정이 없을 리 있겠나? 좋은 데만 있으면 시집도 보내련만 시집은 죽어도 싫다지….” “그러나 처녀란 울 때같이 정을 끄는 때가 있을까. 처음에는 놀라기도 한 눈치였으나 걱정 있을 때는 누그러지기도 쉬운 듯해서 이럭저럭 이야기가 되었네…. 생각하면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어.” “제천인지로 줄행랑을 놓은 건 그 다음날이렷다.” “다음 장도막에는 벌써 온 집안이 사라진 뒤였네. 장판은 소문에 발끈 뒤집혀 고작해야 술집에 팔려가기가 상수라고 처녀의 뒷공론이 자자들 하단 말이야. 제천 장판을 몇 번이나 뒤졌겠나. 허나 처녀의 꼴은 꿩 궈먹은 자리야. 첫날밤이 마지막 밤이었지. 그때부터 봉평이 마음에 든 것이 반평생인들 잊을 수 있겠나.” “수 좋았지. 그렇게 신통한 일이란 쉽지 않어. 항용 못난 것 얻어 새끼 낳고, 걱정 늘고 생각만 해두 진저리나지- 그러나 늙으막바지까지 장돌뱅이로 지내기도 힘드는 노릇 아닌가? 난 가을까지만 하구 이 생계와두 하직하려네. 대화쯤에 조그만 전방이나 하나 벌이구 식구들을 부르겠어. 사시장천 뚜벅뚜벅 걷기란 여간이래야지.” “옛 처녀나 만나면 같이나 살까- 난 꺼꾸러질 때까지 이 길 걷고 저 달 볼 테야.” 산길을 벗어나니 큰길로 틔어졌다. 꽁무니의 동이도 앞으로 나서 나귀들은 가로 늘어섰다. “총각두 젊겠다, 지금이 한창 시절이렸다. 충주집에서는 그만 실수를 해서 그 꼴이 되었으나 설게 생각 말게.” “처, 천만에요. 되려 부끄러워요. 계집이란 지금 웬 제격인가요. 자나깨나 어머니 생각뿐인데요.” 허 생원의 이야기로 실심해 한 끝이라 동이의 어조는 한풀 수그러진 것이었다. “아비 어미란 말에 가슴이 터지는 것도 같았으나 제겐 아버지가 없어요. 피붙이라고는 어머니 하나뿐인 걸요.” “돌아가셨나?” “당초부터 없어요.” “그런 법이 세상에…” 생원과 선달이 야단스럽게 껄껄들 웃으니, 동이는 정색하고 우길 수밖에는 없었다.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으랴 했으나 정말예요. 제천 촌에서 달도 차지 않은 아이를 낳고 어머니는 집을 쫓겨났죠. 우스운 이야기나, 그러기 때문에 지금까지 아버지 얼굴도 본 적 없고 있는 고장도 모르고 지내와요.” 고개가 앞에 놓인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내렸다. 둔덕은 험하고 입을 벌리기도 대근하여 이야기는 한동안 끊졌다. 나귀는 건듯하면 미끄러졌다. 허 생원은 숨이 차 몇 번이고 다리를 쉬지 않으면 안되었다. 고개를 넘을 때마다 나이가 알렸다. 동이 같은 젊은 축이 그지없이 부러웠다. 땀이 등을 한바탕 쪽 씻어 내렸다. 고개 너머는 바로 개울이었다. 장마에 흘러버린 널다리가 아직도 걸리지 않은 채로 있는 까닭에 벗고 건너야 되었다. 고의를 벗어 띠로 등에 얽어 매고 반 벌거숭이의 우스꽝스런 꼴로 물속에 뛰어들었다. 금방 땀을 흘린 뒤였으나 밤 물은 뼈를 찔렀다. “그래 대체 기르긴 누가 기르구?”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의부를 얻어가서 술장사를 시작했죠. 술이 고주래서 의부라고 전망나니예요. 철 들어서부터 맞기 시작한 것이 하룬들 편한 날 있었을까. 어머니는 말리다가 채이고 맞고 칼부림을 당하고 하니 집 꼴이 무어겠소. 열 여덟 살 때 집을 뛰쳐나서부터 이 짓이죠.” “총각 낫세론 섬이 무던하다고 생각했더니 듣고 보니 딱한 신세로군.” 물은 깊어 허리까지 찼다. 속 물살도 어지간히 센 데다가 발에 채이는 돌멩이도 미끄러워 금시에 훌칠 듯하였다. 나귀와 조 선달은 재빨리 거의 건넜으나 동이는 허 생원을 붙드느라고 두 사람은 훨씬 떨어졌다. “모친의 친정은 원래부터 제천이었던가?” “웬걸요. 시원스리 말은 안 해주나 봉평이라는 것만은 들었죠.” “봉평, 그래 그 아비 성은 무엇이구?” “알 수 있나요. 도무지 듣지를 못했으니까.” “그, 그렇겠지.” 하고 중얼거리며 흐려지는 눈을 까물까물하다가 허 생원은 경망하게도 발을 빗디디었다. 앞으로 고꾸라지기가 바쁘게 몸째 풍덩 빠져버렸다. 허위적거릴수록 몸을 걷잡을 수 없어 동이가 소리를 치며 가까이 왔을 때에는 벌써 퍽으나 흘렀었다. 옷째 쫄딱 젖으니 물에 젖은 개보다도 참혹한 꼴이었다. 동이는 물속에서 어른을 해깝게 업을 수 있었다. 젖었다고는 하여도 여윈 몸이라 장정 등에는 오히려 가벼웠다. “이렇게까지 해서 안됐네. 내 오늘은 정신이 빠진 모양이야.” “염려하실 것 없어요.” “그래 모친은 아비를 찾지는 않는 눈치지?” “늘 한번 만나고 싶다고는 하는데요.” “지금 어디 계신가?” “의부와도 갈라져 제천에 있죠. 가을에는 봉평에 모셔오려고 생각 중인데요. 이를 물고 벌면 이럭저럭 살아갈 수 있겠죠.” “아무렴, 기특한 생각이야. 가을이랬다?” 동이의 탐탁한 등어리가 뼈에 사무쳐 따뜻하다. 물을 다 건넜을 때에는 도리어 서글픈 생각에 좀더 업혔으면도 하였다. “진종일 실수만 하니 웬일이요, 생원.” 조 선달은 바라보며 기어코 웃음이 터졌다. “나귀야. 나귀 생각하다 실족을 했어. 말 안 했던가. 저 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단 말이지. 읍내 강릉집 피마에게 말일세. 귀를 쭝긋 세우고 달랑달랑 뛰는 것이 나귀새끼같이 귀여운 것이 있을까. 그것 보러 나는 일부러 읍내를 도는 때가 있다네.” “사람을 물에 빠뜨릴 젠, 따는 대단한 나귀 새끼군.” 허 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 물을 끓여주고. 내일 대화장 보고는 제천이다.”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 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바깥 고리== {{위키백과|메밀꽃 필 무렵}} = 라이선스 = {{PD-old-70}} [[분류:1936년 작품]] [[분류:단편소설]] 47onhcssegcoyl0as94p1hmlur8hlxo 도시와 유령 0 17290 426853 120326 2026-05-04T07:10:10Z ZornsLemon 15531 426853 wikitext text/x-wiki {{머리말 |제목 = 도시와 유령 |저자 = [[저자:이효석|이효석]] |역자 = |부제 = |연도 = 1928년 |이전 = |다음 = |설명 = 《朝鮮之光》 79호 (1928.7)에 게재. }} 어슴푸레한 저녁, 몇 리를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인지경인 산골짝 비탈길, 여우의 밥이 다 되어 버린 해골덩이가 똘똘 구르는 무덤 옆, 혹은 비가 축축이 뿌리는 버덩의 다 쓰러져 가는 물레방앗간, 또 혹은 몇백 년이나 묵은 듯한 우중충한 늪가! 거기에는 흔히 도깨비나 귀신이 나타난다 한다. 그럴 것이다. 고요하고, 축축하고, 우중충하고. 그리고 그것이 정칙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곳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은 없다. 따라서 그런 것에 관하여서는 아무 지식도 가지지 못하였다. 하나 나는―자랑이 아니라―더 놀라운 유령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적어도 문명의 도시인 서울이니 놀랍단 말이다. 나는 그래도 문명을 자랑하는 서울에서 유령을 목격하였다. 거짓말이라구? 아니다. 거짓말도 아니고 환영도 아니었다. 세상 사람이 말하여 '유령'이라는 것을 나는 이 두 눈을 가지고 확실히 보았다. 어떻든 길게 말할 것 없이 다음 이야기를 읽으면 알 것이다. 동대문 밖에 상업학교가 가제(假製)될 무렵이었다. 나는 날마다 학교 집터에 미장이로 다니면서 일을 하였다. 남과 같이 버젓하게 일정한 노동을 못 하고 밤낮 뜨내기 벌이꾼으로밖에는 돌아다니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래도 몇 달 동안은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었다. 마는 과격한 노동이었다. 그러므로 하루라도 쉬어 본 일은커녕 한 번이라도 늦게 가본 적도 없었다. 원수같이 지글지글 타내리는 여름 태양 아래에서 이른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감독의 말 한마디 거스르는 법 없이 고분고분히 일을 하였다. 체로 모래를 쳐라, 불 같은 태양 아래에 새까맣게 타는 석탄으로 '노리'를 끓여라, 시멘트에다 모래를 섞어라, 그것을 노리로 반죽하여라 하여 쉴새없는 기계같이 휘몰아쳤다. 그 열매인지 선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들이 다지는 시멘트가 몇백 간의 벌집 같은 방으로 변하고 친구들의 쨍쨍 울리는 끌소리가 여러 층의 웅장한 건축으로 변함을 볼 때에 미상불 우리의 위대한 힘을 또 한번 자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리석은 미련둥이들이라 ……(원문 탈락)…… 어떻든 콧구멍이 다 턱턱 막히는 시멘트 가루를 전신에 보얗게 뒤집어쓰고 매캐한 노린 냄새와 더구나 전신을 한바탕 쪽 씻어내리는 땀냄새를 맡으면서 온종일 들볶아치고 나면 저녁물에는 정말이지 전신이 나른하였다. 그래도 집안 식구들을 생각하고 끼닛거리를 생각하면 마지막 힘이 났다. 일을 마치고 정신을 가다듬어 가지고 일인 감독의 집으로 간다. 삯전을 얻어 가지고 그 길로 바로 술집에 가서 한잔 빨고 나면 그제야 겨우 제 세상인 듯싶었던 것이다. 술! 사실 술처럼 고마운 것은 없었다. 버쩍버쩍 상하는 속, 말할 수 없는 피로를 잠시라도 잊게 하는 것은 그래도 술의 힘이었다. 그날도 나는 술김에 얼근하였었다. 다른 때와 같이 역시 맨 꽁무니에 떨어진 김서방과 나는 삯전을 받아 들고 나서자마자 행길 옆 술집에서 만판 먹어 댔다. 술집을 나와 보니 벌써 밤은 꽤 저물었었다. 잠을 자도 한잠 너그러지게 잤을 판이었다. 잠이라니 말이지 종일 피곤하였던 판에 주기조차 돌아 놓으니 사실이지 글자대로 눈이 스르르 내리감겼다. 김서방과 나는 즉시 잠자리로 향하였다. 잠자리라니 보들보들한 아름다운 계집이 기다리고 있는 분홍 모기장 속 두툼한 요 위인 줄은 알지 말아라. 그렇다고 어둠침침한 행랑방으로 알라는 것도 아니다. 비록 빈대에는 뜯길망정 어둠침침한 행랑방 하나 나에게는 없었다. 단지 내 몸뚱이 하나인 나는 서울 안을 못 돌아다닐 데 없이 돌아다니면서 노숙(露宿)을 하였던 것이다. (그래도 그것이 여름이었으니 말이지 겨울이었던들 꼼짝없이 얼어 죽었을 것이다.) 따라서 세상에 못 볼 것을 다 보고 겪어 왔었다. 참말이지 별별 야릇하고 말못할 일이 많았다. 여기에 쓰는 이야기 같은 것은 말하자면 그 중에서 가장 온당한 이야기의 하나에 지나지 못한다. 어떻든 김서방―도 이미 늦었으니 행랑 구석에 가서 빈대에게 뜯기는 것보다는 오히려 노숙하기를 좋아하였다―과 나는 도수장(屠獸場)께를 지나서 동묘 앞까지 갔었다. 어느결엔지 가는 비가 보실보실 뿌리기 시작하였다. 축축한 어둠 속에 칙칙한 동묘가 그 윤곽을 감추고 있었다. 사방은 고요하였다. "이놈들 게 있거라!" 별안간에 땅에서 솟은 듯이 이런 음성이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는 대신에 빙긋 웃었다. "이래보여두 한여름 동안을 이런 데루 댕기면서 잠자는 놈이다. 그렇게 쉽게 놀라겠니." 하는 담찬 소리를 남겨 놓고 동묘 대문께로 갔다. 예기한 바와 다름없이 거기에는 벌써 우리 따위의 친구들이 잠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꽤 넓은 대문간이지만 그 속에 그득하게 고기새끼 모양으로 오르르 차 있었다. 이리로 눕고 저리로 눕고 허리를 베고 발치에 코를 박고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고. "이놈들 게 있거라!" "아이그 그년……." "이런 경칠 자식 보게." 엎치락뒤치락 연해 연방 잠꼬대 소리가 뒤를 이었다. 그러면 이쪽에서는, "술맛 좋다!" 하고 입맛을 쩍쩍 다시는 사람도 있었다. 그 바람에 나도 끌려서 어느결에 쩍쩍 다시려던 입을 꾹 다물어 버리고 나는 어이가 없어 웃으면서 김서방을 둘러보았다. "어떡할려나?" "가세!" "가다니?" "아 아무 데래두 가 자야지." 김서방 역시 웃으면서 두 손으로 졸린 눈을 비볐다. "이 세상에선 빠른 게 첫째야, 이 잠자리두 이젠 세가 나네그려, 허허허." 하면서 발꿈치를 돌리려 할 때이다. 나는 으레 닫혀 있어야 할 동묘 안으로 통한 문이 어쩐 일인지 반쯤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는 앞선 김서방의 어깨를 탁 쳤다. "여보게, 저리로 들어가세." "어디루 말인가?" 김서방은 시원치 않은 듯이 역시 눈만 비볐다. "저 안으로 말야. 지금 가면 어딜 간단 말인가. 아무 데래두 쓰러져 한잠 자면 됐지." "그래두." "머, 고지기한테 들킬까 봐 말인가? 상관 있나 그까짓 거 낼 식전에 일찍이 달아나면 그만이지." 그래도 시원치 않은 듯이 머리를 긁는 김서방의 등을 밀치면서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중문턱까지 들어서니 더한층 고요하였다. 여러 해 동안 버려 두었던 빈집터같이 어둠 속으로 보아도 길이 넘는 잡풀이 숲속같이 우거져 있고 낮에 보아도 칙칙한 단청이 어둠에 물들어 더한층 우중충하고 게다가 비에 젖어서 말할 수 없이 구중중한 느낌을 주었다. 똑바로 말이지 청안에 안치한 그림 속에서 무서운 장사가 뛰어 내닫지나 않을까 하고 생각할 때에 머리끝이 쭈뼛하여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거진 옷을 적실 만하게 된 빗발을 피하여 앞뜰을 지나 넓은 처마 밑에 이르렀다. 그 자리에 그대로 푹 주저앉아 겨우 안심한 듯이 숨을 내쉬었다. 그때이었다. "에그, 저게 뭔가 이 사람!" 김서방은 선뜻 나의 팔을 꽉 잡았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 시선을 옮긴 나는 새삼스럽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별안간에 소름이 쪽 돋고 머리끝이 또다시 쭈뼛하였다. 불과 몇 간 안 되는 건너편 정전(正殿) 옆에! 두어 개의 불덩어리가 번쩍번쩍하였다. 정신의 탓이었던지 파랗게 보이는 불덩이가 땅을 휘휘 기다가는 훌쩍 날고 날다가는 꺼져 버렸다. 어디선지 또 생겨서는 또 날다가 또 꺼졌다. 무섬 잘 타기로 유명한 왕눈이 김서방은 숨을 죽이고 살려 달라는 듯이 나에게로 바짝 붙었다. "하 하 하 하……." 나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였다는 듯이 활연히 웃고 땀을 빠지지 흘리고 있는 김서방을 보았다. "미쳤나, 이 사람!" 오히려 화가 버럭 난 김서방은 말끝도 채 못 마쳤다. "하하하 속았네, 속았어." "……" "속았어, 개똥불을 보고 속았단 말야, 하하하." "머 개똥불?" 김서방은 그래도 못 미덥다는 듯이 그 큰 눈을 아직도 휘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그래 개똥불야, 이거 볼려나?" 하고 나는 손에 잡히는 작은 돌멩이를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 두어 걸음 저벅저벅 뜰앞까지 나가서 역시 반짝거리는 개똥불을 겨누고 돌을 던졌다. 하나 나는 짜장 놀랐다. 돌을 던지면 헤어져야 할 개똥불이 헤어지긴커녕 요번에는 도리어 한군데 모여서 움직이지도 않고 그 무슨 정세를 살피는 듯이 고요히 이쪽을 노리고 있지 않은가! 나는 또 숨을 죽이고 그곳을 들여다보았다. 오― 그때에 나는 더 놀라운 것을 발견하였다. 꺼졌다 또 생긴 불에 비쳐 헙수룩한 산발과 똑똑지 못한 희끄무레한 자태가 완연히 드러났다. 그제야 '흥, 흥' 하는 후렴 없는 신음 소리조차 들려 오는 줄을 알았다. "에그머니!" 나는 순식간에 달팽이같이 오므라졌다. 그리고 또 부끄러운 말이지만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에 나는 동묘 밖 버드나무 밑에 쓰러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었다. 사실 꿈에서나 깨어난 듯하였다. 곁에는 보나 안 보나 파랗게 질린 김서방이 신장대 모양으로 벌벌 떨고 있었다. 밤이 이슥하였는데 집으로 돌아가기도 무엇하니 나머지 밤을 동대문께 가서 새우자고 김서방이 제언하였다. 비는 여전히 뿌리고 있었다. 뒤에서 무어가 쫓아오는 듯하여 연해연방 뒤를 돌아보면서 큰 행길에 나섰을 때에는 파출소 붉은 전등만 보아도 산 듯싶었다. 허둥허둥 동대문 담 옆까지 갔었다. 고요한 담 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킨 캄캄한 어둠밖에는―물론 파란 도깨비불도 없다. '애초에 이리로 왔더라면 아무 일두 없었을걸.' 후회 비슷하게 탄식하고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할 수 없어서 '에라 아무 데나' 하고 그 자리에 푹 주저앉았다. 하자― 나는 놀라기 전에 간이 싸늘해졌다. 도톨도톨한 조약돌이나 그렇지 않으면 축축한 흙이 깔려 있어야만 할 엉덩이 밑에―하나님 맙소사!―나는 부드럽고도 물큰한 촉감을 받았다. 뿐이 아니다. 버들껑하는 동작과 함께 날카로운 소리가 독살스런 땡삐같이 나의 귀를 툭 쏘았다. "어떤 놈야 이게!" 나는 고무공같이 벌떡 뛰었다. 그리고는 쏜살같이―그 꼴이야말로 필연코 미친놈 모양이었을 것이다―줄행랑을 놓았다. 김서방도 내 뒤에서 헐레벌떡거렸다. "제발 사람을 죽이지 마라." 김서방은 거의 울음겨운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이놈의 서울이 사람 사는 곳이 아니구 도깨비굴이었던가." 나 역시 나중에는 맡길 데 없는 분기가 솟아올랐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한없이 어리석고 못생긴 우리의 꼴들을 비웃고도 싶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세상에 원 도깨비나 귀신치고 몸뚱어리가 보들보들하고 물큰물큰하고―아니 그건 그렇다고 해두더라도 '어떤 놈야 이게!' 하고 땡삐 소리를 치다니 그게 원…… 하고 의심하여 볼 때에는 더구나 단단치 못하게 겁을 집어먹은 것이 짝없이 어리석게 생각되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또 발을 돌려 그 정체를 탐지하러 갈 용기가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였다. 하는 수 없이 보슬비를 맞으면서 시구문 밖 김서방네 행랑방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가제나 덕실덕실 끓는 식구 틈에 끼여서 하룻밤의 폐를 끼쳤다―고 하여도 불과 두어 시간의 폐일 것이다―막 한잠 자려고 드러누웠을 때에는 벌써 날이 훤히 새었었으니까. 이렇게 하여 나는 원 무엇이 씌었던지 하룻밤에 두 번씩이나 도깨비인지 귀신한테 혼이 났었다. 사실 몇 해 수는 감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 누구를 원망하면 좋았으리요? 술 먹고 늑장을 댄 나 자신일까, 노숙하지 않으면 아니 된 나의 운명일까, 혹은 도깨비나 귀신 그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그 외의 무엇일까…… 나는 이제야 겨우 이 중의 어느 것을 원망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똑똑히 깨달았다. 어떻든 유령 이야기는 이만이다. 하나 참이야기는 이로부터다. 잠 못 자 곤한 것도 무릅쓰고 나는 열심으로 일을 하였다. 비는 어느결에 개 버렸던지 또 푹푹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서 시멘트 가루를 보얗게 뒤집어쓰고 줄줄 흐르는 땀에 젖어 가면서.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전날 밤에 당한 무서운 경험을 머릿속으로 되풀이하여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깨비면 도깨빈가 보다 하고만 생각하여 두면 그만이었지마는 그래도 그것을 그렇게 단순하게 썩 닦아 버릴 수는 없었다. '대체 원 도깨비가…….' 하고 요리조리로 무한히 생각하였다. 하나 아무리 생각한다 하더라도 결국 나에게는 풀지 못할 수수께끼에 지나지 못하였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점심시간을 타서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였다. 모두들 적지 않은 흥미를 가지고 들었다. "머 도깨비?" 이층 꼭대기에 시멘트를 갖다 주고 내려온 맹꽁이 유서방은 등에 매었던 통을 내려놓기도 전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내가 있었더라면 그까짓 걸 그저……." 벤또를 박박 긁던 덜렁이 최서방은 이렇게 뽐냈다. 그러나 가장 침착하게 담배를 푹푹 피우던 대머리 박서방만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듯이, "그래 그것한테 그렇게 혼이 났단 말인가…… 딴은 왕눈이 따위니까." 하면서 밉지 않게 싱글싱글 웃으면서 김서방과 나를 등분으로 건너보았다. 그리고, "도깨비 도깨비 해두 나같이 밤마다야 보겠나." 하고 빨던 담배를 툭툭 털더니 이야기를 꺼냈다. "바로 우리집 옆에 빈집이 하나 있네. 지금 있는 행랑에 든 지가 몇 달 안 되어 모르긴 모르겠으나 어떻게 된 놈의 집이 원 사람이 들었던 집인지 안 들었던 집인지 벽은 다 떨어지구 문짝 하나 없단 말야. 그런데 그 빈집에 말일세." 여기서 박서방은 소리를 한층 높였다. "저녁을 먹구 인제 골목쟁이를 거닐지 않겠나. 그러면 그때일세. 별안간 고요하던 빈집에 불이 하나씩 둘씩 꺼졌다 켜졌다 하겠지. 그것이 진서방(나를 가리켜 하는 말이다) 말마따나 무엇을 찾는 듯이 슬슬 기다는 꺼지고 꺼졌단 또 생긴단 말야. 그런데 그런 불이 차차 늘어 가겠지. 그리곤 무언지 지껄지껄하는 소리가 나자 한쪽에서는 돈을 세는지 은방망이로 장난을 하는지 절걱절걱하다간 또 무엇을 먹는지 쭉쭉 하는 소리까지 들리데. 그나 그뿐인가. 어떤 날은 저희끼리 싸움을 하는지 씨름을 하는지 후당탕하면서 욕지거리, 웃음 소리 참 야단이지. 그러다가두 밤중만 되면 고요해지지만 그때면 또 별 괴괴망칙한 소리가 다 들려 오데." 박서방은 여기서 말을 문득 끊더니, "어때 재미들 있나?" 하고 좌중을 둘러보면서 싱글싱글 웃었다. "정말유 그게?" 웅크리고 앉았던 덜렁이 최서방은 겨우 숨을 크게 쉬면서 눈을 까불까불하였다. "그럼 정말 아니구 내가 그래 자네들을 데리구 실없는 소리를 하겠나." 하면서 박서방은 말을 이었다. "하나 너무 속지들은 말게. 그런 도깨비는 비단 그 빈집에나 진서방들 혼난 데만 있는 것이 아닐세. 위선 밤에 동관이나 혹은 종묘께만 가보게. 시글시글할 테니." 나의 도깨비 이야기를 하여 의심을 풀려던 나는 박서방의 도깨비 이야기로 하여 그 의심을 더한층 높였을 따름이었다. 더구나 뼈 있는 그의 말과 뜻 있는 듯한 그의 웃음은 더한층 알지 못할 수수께끼였다. "그럼 대체 그 도깨비가 무엇이란 말유?" "내가 이 자리에서 길다랗게 말할 것 없이 자네가 오늘 저녁에 또 한번 가서 찬찬히 살펴보게. 그러면 모든 것이 얼음장같이……." 할 때에 박서방의 곁에 시커먼 것이 나타났다. "무슨 얘기 했소?" 일인 감독의 일할 시간이 왔다는 것을 고하는 듯한 소리였다. "오소 오소 일이 해야지." 모두들 툭툭 털고 일어났다. 나도 하는 수 없이 박서방에게 더 캐묻지도 못하고 자리를 일어나서 나 맡은 일터로 갔다. 그날 저녁이다. 결국 나는 또 한번 거기를 가보기로 작정하였다. 물론 김서방은 뺑소니를 치고 나 혼자다. 뻔히 도깨비가 있는 줄 알면서 또 가기는 사실 속이 켕겼다. 하나 또 모든 의심을 풀어 버리고 그 진상을 알려 하는 나의 욕망은 그보다 크면 컸지 적지는 않았다. 나는 장차 닥쳐올 모험에 가슴을 벌떡이면서 발에다 용기를 주었다. '그까짓거 여차직하면 이걸로.' 하고 손에 든 몽둥이―나는 만일의 경우를 염려하여 몽둥이 하나를 준비하였던 것이다―를 번쩍 들 때에 나는 저절로 흘러나오는 미소를 금할 수 없었다. 도깨비를 정복하러 가는 유령장군같이도 생각되어서 사실 한다하는 ×자 놈들이면 몰라도 무엇을 못 먹겠다고 하필 가난뱅이 노숙자들을 못살게 굴고 위협과 불안을 주는 유령을 정복하여 버리는 것은 사실 뜻 있고도 용맹스런 사업일 것이다―고 나는 생각하였다. 어떻든 장차 닥쳐올 모험에 가슴을 벌떡이면서 발에다 용기를 주었다. 어두워 가는 황혼 속에 음침한 동묘는 여전히 우중충하였다. 좀 이르다고 생각하였으나 나오기를 기다리면 되지 하고 제멋대로 후둑후둑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아직도 열려 있는 대문을 서슴지 않고 들어섰다. 중문을 들어서 정전 앞으로 몇 발짝 걸어갔을 때이다. 전날 밤에 나타났던 정전 옆 바로 그 자리에 헙수룩하게 산발한 두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벌써 어리석은 전날 밤의 나는 아니었다. '원 요런 놈의 도깨비가…….' 몽둥이를 번쩍 들고 사실 장군다운 담을 가지고 나는 그 자리까지 달려갔다. 하나! 나의 손에서는 만신의 힘이 맺혔던 몽둥이가 힘없이 굴러 떨어졌다―유령장군이 금시에 미치광이 광대새끼로 변하여 버렸던 것이다. '원 이런 놈의…….' 틀림없던 도깨비가 순식간에 두 모자의 거지로 변하다니!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다음 순간 그 무엇을 번쩍 돌려 생각한 나는 또다시 몽둥이를 번쩍 들었다. "요게 정말 도깨비 장난이란 거야." 하나 도깨비란 소리에 영문을 모르는 두 모자는 손을 모으고 썩썩 빌었다. "아이구, 왜 이럽니까?" 이건 틀림없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나가라면 그저 나가라든지 그래 이 병신을 죽이시렵니까. 감히 못 들어올 덴 줄은 알면서도 헐수없이……." 눈물겨운 목소리로 이렇게 사죄를 하면서 여인네는 일어나려고 무한히 애를 썼다. 어린애는 울면서 그를 붙들었다. 역시 광대에 지나지 못한 나는 너무도 경솔한 나의 행동을 꾸짖고 겨우 입을 열었다. "아니우, 앉아 계시우. 나는 고지기두 아무것두 아니니." "네?" 모자는 안심한 듯한 동시에 감사에 넘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젯밤에 여기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소?" 무어가 무언지 분간할 수 없는 나는 이렇게 물었다. "네? 나오다니요? 아무것두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구 단지 우리 모자밖에는 여기 아무것두 없었습니다." 여인네는 어사무사하여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럼 대체 그 불은?" 나는 그래도 속으로 의심하면서 주위로 눈을 휘둘렀다. "무슨 일이나 생겼습니까? 정말 저희들밖에는 아무것두 없었습니다. 그리구 저희는 저지른 것두 없습니다. 밤중은 돼서 다리가 하두 아프길래 약을 바르려고 찾으니 생전 있어야지유. 그래 그것을 찾느라구 성냥 한 갑을 다 그어 내버린 일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고 여인네는 한쪽 다리를 훌떡 걷었다. 그리고 눈물이 그 다리 위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모든 것을 얼음장 풀리듯이 해득하기는 하였으나 여기서 또한 참혹한 그림을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의 훌떡 걷은 한편 다리! 그야말로 눈으로는 차마 보지 못할 것이었다. 발목은 끊어져 달아나고 장딴지는 나뭇개비같이 마르고 채 아물지 않은 자리가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그놈의 원수의 자동차…… 그나마 얻어먹지도 못하게 이렇게 병신을 맨들어 놓고……." 여인네는 울음에 느끼기 시작하였다. "자동차에요?" "네, 공원 앞에서 그놈의 자동차에……." 나는 문득 어슴푸레한 나의 기억의 한 귀퉁이를 번개같이 되풀이하였다. 달포 전. 어느 날 밤이었다. 그날도 나는 이유 없이―가 아니라 바로 말하면 바람 쏘이러―밤 장안을 헤매고 있었다. 장안의 여름밤은 아름다웠다. 낮 동안에 이글이글 타는 해에 익은 몸뚱어리에 여름밤은 둘 없이 고마운 선물이었다. 여름의 장안 백성들에게는 욱신욱신한 거리를 고무풍선같이 떠다니는 파라솔이 있고, 땀을 들여 주는 선풍기가 있고, 타는 목을 식혀 주는 맥주 거품이 있고, 은접시에 담긴 아이스크림이 있다. 그리고 또 산 차고 물 맑은 피서지 삼방이 있고, 석왕사가 있고, 인천이 있고, 원산이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꿈에도 못 보는 나에게는 머루알빛 같은 밤하늘만 쳐다보아도 차디찬 얼음 냄새가 흘러오는 듯하였다. 이것만 하더라도 밤 장안을 헤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거리 위에 낮거미새끼같이 흩어진 계집의 얼굴―은 새려분 냄새만 맡을 수 있는 것만 하여도 사실 밤 장안을 헤매는 값은 훌륭히 될 것이었다. 그러나 장안의 여름밤을 아름다운 꿈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큰 실수이다. 거기에는 생활의 무거운 짐이 있다. 잔칫집 마당같이 들볶아치는 야시에는 하루면 스물네 시간의 끊임없는 생활의 지긋지긋한 그림이 벌어져 있었다. 거기에는 낮과 다름없이 역시 부르짖음이 있고 싸움이 있고 땀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튼지 간에 가슴을 씻어 주는 시원한 맛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여름밤은 아름다웠다. 그런고로 나는 공원 앞 큰 행길 옆에 사람이 파도를 일으키면서 요란히 수물거리는 것은 구태여 볼 것 없이 술김에 얼근한 주객이나 그렇지 않으면 야시의 음악가 깽깽이 타는 친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려니 생각하고, '흥 여름밤이니까!' 혼자 중얼거리면서 무심코 그곳을 지나려 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수물거리는 품이 주정꾼이나 혹은 깽깽이꾼의 경우와는 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자 노자 젊어 노자 먹구 마시구 만판 노자 하는 주객의 노래는 안 들렸다. 그렇다고 밤사람을 취하게 하는 '아름다운' 깽깽이 노래도 들려 오지는 않았다. '그러문 대체…….' 나의 발길은 부지중에 그리로 향하였다. '머? 겨우 요술꾼 약장수야!' 나는 거의 실망에 가까운 어조로 이렇게 중얼거리고 대수롭지 않은 듯이 발길을 돌이키려 할 때이다. 사람들의 수물거리는 틈으로 나는 무서운 것을 보았다. 군중의 숲에 싸여서 안 보이는 한 채의 자동차와 그 밑에 깔린 여인네 하나를 보았다. 바퀴 밑에는 선혈이 임리하고 그 옆에는 거지 아이 하나가 목을 놓고 울면서 쓰러져 있었다. '자동차 안에는.' 하고 보니 아니나다를까 불량배와 기생년들이 그득하였다. '오라질 연놈들!' '자동찰 타니 신이 나서 사람까지 치니.' '원 끔찍두 해라.' 이런 말마디를 주우면서 나는 어느결에 그 자리를 밀려져 나왔었다. "그래 당신이 그……." 나는 되풀이하던 기억의 끝을 문뜩 돌려 이렇게 물었다. "네, 그렇답니다. 달포 전에 그 원수의 자동차에 치여 가지구 병원엔지 무엔지를 끌구 가니 생전 저 어린것이 보구 싶어 견딜 수 있어야지유. 그래 한 달두 채 못 돼 도루 나오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이놈의 다리가 또 아프기 시작해서 배길 수 있어야지유. 다리만 성하문야 그래두 돌아댕기면서 얻어먹을 수는 있지만……." 여인네는 차마 더 볼 수 없는 다리를 두 손으로 만지면서 울음에 느꼈다. 나는 그의 과거를 더 캐물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니 묻지 않아도 그의 대답은 뻔한 것이었다. '집이 원래 가난했습니다. 그런데다가 남편이 죽구 나니…….' 비록 이런 대답은 안 할지라도 그 운명이 그 운명이지 무슨 더 행복스런 과거를 찾아낼 수 있었으리요. 나의 눈에는 어느결엔지 눈물이 그득히 고였었다. '동정은 우월감의 반쪽'일는지 아닐는지는 모른다. 하나 나는 나도 모르는 동안에 주머니 속에 든 대로의 돈을 모두 움켜서 뚝 떨어지는 눈물과 같이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부리나케 그 자리를 뛰어나왔었다. 이야기는 이만이다. 독자여 이만하면 유령의 정체를 똑똑히 알았겠지. 사실 나도 이제는 동대문이나 동관이나 종묘나 또 박서방 말한 빈집터에 더 가볼 것 없이 박서방의 뼈 있는 말과 뜻 있는 웃음을 명백히 이해하였다. 그리고 나는 모두 나와 같은 운명을 가진 애매한 친구들을 유령으로 생각하고 어리석게 군 나를 실컷 웃어도 보고 뉘우쳐 보기도 하였다. 독자여 뭐? 그래도 유령이라고? 그래 그럼 유령이라고 해두자. 그렇게 말하면 사실 유령일 것이다―살기는 살았어도 기실 죽어 있는 셈이니! 어떻든 유령이라고 해두고 독자여 생각하여 보아라. 이 서울 안에 그런 유령이 얼마나 많이 늘어 가는가를! 늘어 간다고 하면 말이다. 또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어슴푸레한 저녁, 몇 리를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인지경인 산골짝 비탈길, 여우의 밥이 다 되어 버린 해골덩이가 똘똘 구르는 무덤 옆, 혹은 비가 축축이 뿌리는 버덩의 다 쓰러져가는 물레방앗간, 또 혹은 몇백 년이나 묵은 듯한 우중충한 늪가! 거기에 흔히 나타나는 유령이 적어도 문명의 도시인 서울에 오히려 꺼림없이 나타나고 또 서울이 나날이 커가고 번창하여 가면 갈수록 유령도 거기에 정비례하여 점점 늘어 가니 이게 무슨 뼈저린 현상이냐! 그리고 그 얼마나 비논리적, 마술적 알지 못할 사실이냐! 맹랑하고도 기막힌 일이다. 두말할 것 없이 이런 비논리적 유령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 유령을 늘어 가지 못하게 하고 아니 근본적으로 생기지 못하게 할 것인가? 현명한 독자여! 무엇을 주저하는가. 이 중하고도 큰 문제는 독자의 자각과 지혜와 힘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PD-old-50}} [[분류:1928년 작품]] [[분류:단편소설]] j54s7rbvinxro5y9j1nx98lg3v5ssln 기우 0 17291 426854 143711 2026-05-04T07:11:41Z ZornsLemon 15531 426854 wikitext text/x-wiki {{머리말 |제목 = 기우(奇遇) |저자 = [[저자:이효석|이효석]] |역자 = |부제 = |연도 = 1929년 |이전 = |다음 = |설명 = 《朝鮮之光》 85호(1929.6)에 게재. }} 계순이와 나와는 그의 평생에 세번의 기이한 해후를 가졌었으니 불과 칠년을 두고 일어난 이 세번의 기우(奇遇), 그때마다 그의 생활은 어떻게 변천하였으며 그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되었던가. 이 세번의 기우는 다만 파란 많은 그의 생애의 세 단면을 보여줌에 지나지 아니하나 이것으로써 능히 그의 기구한 일생도 엿볼 수 있다. 세번의 기우가 일어났으리만큼 그와 나와의 사이에 그 어떤 기연의 실마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로서는 그의 박명한 생애를 한없이 슬퍼하고 그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속에는 크나큰 울분과 무서운 결심이 항상 새로와진다. 다음에 나는 이 세번의 기우를 순서대로 기록하려 한다. 아무 연락 없는 무미한 세 조각의 단편이 될지라도 그것은 나의 죄가 아니라 인생을 항상 그렇게 꾸며놓는 「우주의 의지」(?)의 죄일 것이다. 팔년 전이었다. 당시에 나는 우연한 관계로 어떤 괴상한 노파와 알게 되었었다. 넓은 장안 천지에는 생활의 어두운 이면에 무수히 잠겨 그들의 독특한 수단으로 생활을 도모하여 가는 한 계급이 있으니 그들은 침침한 어둠 속에 있어서 화려한 꽃과 꽃 사이의 중개의 역할을 하여 그들의 과거를 빛나게 하는 찬란한 꿈의 조각을 마음속에 어렴풋이 꽃 피우며 아울러 그들의 실생활을 도모하여 가는 늙은 「나비」의 무리이다. 나와 알게 된 노파도 말하자면 이러한 무리의 한 사람이었다. 노파와 나와의 사이에는 어떤 「상업적」약속이 있어서 그의 연출할 「나비」의 역할에 대하여 나는 이미 그의 요구하는 상당한 보수까지 치뤄준 터이었다. 그는 그의 역할의 제일보로 나를 약속한 곳으로 이끌고 갔다. 거기에서 나는 아직 알지 못하는 꽃을 선볼려는 것이었다. 「만나보시우만 사람은 그만하면 괜찮습니다. 학교 공부했것다, 속 잘 쓰것다, 생김생김도 숭굴숭굴하것다, 살림살이에야 아주 맞춰 놓았지 머…… 자꾸 인물만 찾으시니 어데 그렇게 붓으로 그려논 듯한 일색이 있단말유. 두구 보시우만 여자는 그래두 뭐니뭐니 해두 살림살이가 첫째라우.」 약간 허리 굽은 노파는 앞장을 서서 길을 인도하면서 이 늘 하는 소리를 몇번이나 되풀이 하였다. 「게다가 또 숫색시요, 영어 일어가 능란하구……」 큰거리에서 뒷골목으로 들어서고 뒷골목에서 다시 좁은 골목으로 구부러져 이렇게 지껄이는 동안에 어느덧 세가닥 진 골목 조그만 반찬가게 앞까지 오자 노파는 발을 머물렀다. 바로 그 집이 목적하고 온 집이었다. 가게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자 노파는 뒤로 돌아가 조그만 대문 앞에 이르렀다. 다 쓰러져 가는 초옥이었다. 문패의 글자조차 알아보지 못하리만큼 끄슬린 집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가슴속에 예상한 아름다운 꿈을 버리지는 않았다. 깊은 바다 진흙 속에 항상 진주는 잠겨 있는 법이다. 이 다 끄슬린 초옥 안에 얼마나……녹은 「진주」가 숨어 있을 것인가. 손쉽게 대문을 열더니 노파는 서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름다운 꿈과 가벼운 수치의 념으로 자못 흥분된 나는 그리 쉽사리 들어서지도 못하고 문밖에 서서 한참 주저주저하였다. 무슨 담판이 그리 잦은지 꽤 오랫동안 지체시킨 다음에야 겨우 노파는 나와서 웃음과 눈짓으로 나를 맞아들였다. 처음 겪은 터이라 퍽도 열적어서 주저하고 있으려니 노파는 나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얕은 지붕 헐어진 벽 찢어진 문 무너진 장독대―모든 것에 쇠퇴와 파멸의 빛이 역력히 드러나 보였다. 조그만 반찬가게를 경영하여 가지고 각각으로 기울어져가는 살림을 간신히 끌어가는 듯한 그 집의 형편이 첫 눈에 똑똑히 짐작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나의 목적하고 온 바는 그 속에 숨은 아름다운 「진주」에 있었으니까. 빨래할 옷가지로 구저분히 널어놓은 마루를 주섬주섬 치우더니 노파는 나에게 앉기를 권하였다. 마루 끝에 허리를 걸치고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어도 아름다운 「진주」는 어느 구석에 묻혔는지 속히 나오지도 않았다. 「무얼 그러우 시체 양반이……기대리는데 얼른 나오구려.」 초조한 나의 마음을 예민히 살핀 노파는 안방을 향하여 이렇게 소리쳤다. 「어이구 저렇게 수집어하면서 학교는 어떻게 댕겼누.」 또한번 노파가 외치면서 껄걸 웃자 안방 문이 가볍게 열리며 사뿐히 걸어나오는 것이 있었다. 「이것이다!」 하고 직각하자 가슴속은 알 수 없이 수물거렸다. 그러나 결국 보아야 할 것이매 나는 용기를 다하여 얼굴을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찰나의 죽음이 있었다. 그 찰나가 지나자 놀람, 의혹, 동요의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그 회오리바람이 지나자 계순이! ―나에게는 겨우 바른 의식이 돌아왔다. 「계순이!」 그는 갈 데 없는 계순이었다. 역시 나를 똑바로 인식한 그의 얼굴에는 놀람인지 기쁨인지 슬픔인지 복잡한 표정이 흘렀다. 그는 마침내 고개를 숙여 버렸다‥‥‥ 이것이 최초의 기우였으니 이 기우까지에는 약 삼년의 과거가 있었다― 그 삼년 전의 당시. 낙원동 네거리에 넓은 간판 달린 한 채의 와가가 있었으니 장안에서 손꼽는 큰 여관이었다. 당시 일개의 서생인 나는 이 하숙을 겸한 여관에 기숙하고 있었다. 이 번잡한 집안에 고이고이 자라나는 한 송이의 꽃이 있었다. 그것이 곧 주인의 딸 계순이었다. 날마다 수십명의 여객이 드나들고 십여명의 학생이 뒤끓는 이 여관 안에서 그만은 맑게맑게 자라났다. 그러나 공부가 점점 차가고 나이가 바야흐로 익어감에 주인은 은근히 그의 배우를 물색하기 시작하였다. 이러는 즈음 무엇이 눈에 들었는지 간에 수많은 사람 가운데에서 그는 나를 가장 많이 마음속에 두었다. 그래서 차차 나는 그와도 알게 되고 사귀게도 되었다. 마침내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영어책을 들려서 나의 방에 보내게 까지 되었었다. 사꾸라가 필 때엔 창경원에 동반하였고 달이 밝으면 고요한 마루까지 우리에게 치워 주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나의 마음은 타오르지 않았다. 첫 순간에 타오르지 않더라도 차차 때가 가면 타는 수가 있으되 이것은 달이 가고 해가 넘어도 종시 타오르지는 않았다. 나의 마음은 끝끝내 맑고 굳었다. 그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오면 나올수록 나의 태도는 진중하고 소극적이었다. 말하자면 그만큼 그에게는 나의 열정에 불지를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타지 않는 곳에는 장난도 있을 수 없거늘 하물며 사랑이야. 나는 그 집을 떠남에 피차의 안전과 해방을 느꼈다. 이때로부터 첫 기우에 이르기까지의 긴 동안 도무지 그를 만나지 못하였다. 떠난 후 월여에 그 집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그들은 어디론지 떠나 버린 뒤였고 여관은 다른 이의 소유 밑에서 경영되어 나갔었다. 물론 그후 다시 찾으려는 노력도 필요도 없거니와 약 삼년 동안 그들의 종적은 묘연하였다. 나중에는 계순이라는 이름까지 점점 나의 기억 속에 희미하여 갔었던 것이다. 한참 동안이나 숙였던 고개를 들었을 때에 계순이의 볼에는 두 줄의 눈물이 빛났다. 나를 쳐다보는 그의 젖은 눈은 원망하는 듯도 하고 호소하는 듯도 하였다.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푹 빠진 눈, 툭 꺼진 볼, 수십 간의 와가가 단간의 초옥으로 변한 것과 같이 팽팽하던 전날의 용모는 여지없이 이지러져 버렸다. 끝까지 지조는 굳었고 마음속에 한 점의 흐린 흔적도 없었던 나였지만 그의 이지러진 자태와 호소하는 듯한 눈물을 대할 때에는 약간의 가책과 미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 동안은 멍멍히 할말조차 몰랐다. 「그러문 벌써들 이렇게 됐었군요.」 기대치 아니한 돌연한 연극에 적지아니 당혹한 노파는 이렇게 침묵을 깨뜨렸다. 「그러문 그렇지 시체 양반들이 지금까지 가만 있을 수 있나…… 찬찬히 앉아서 싸였던 회포들이나 마음껏 풀어들보시우.」 하고 노파는 한 걸음 먼저 나가버렸다. 노파의 아첨하는 어조가 지금 와서는 심히 불유쾌한 것이었다. 그리고 계순이에게 대하여서는 이렇게 노파를 따라온 내 자신을 한없이 부끄러워하였다. 그러나 이왕 한 걸음을 들여논 이상 그들의 현재에 이르른 곡절이 궁금하였다. 불과 수년 동안에 수십 간의 와가가 일간의 초옥으로 변하고 장안에서 손꼽던 여관이 뒷골목의 조그만 반찬가게로 변하고 금지옥엽같이 귀여워하던 딸의 처지를 알지 못할 괴상한 노파의 손에 맡기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도 큰 변화이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고자 하였다. 「어머니는 어데 가셨어요?」 겨우 입을 열어 그에게 묻자 방에 있던 그의 어머니는 미안한 듯이 문을 열고 나왔다. 「이게 웬일이요!」 너무도 의외의 해후에 그 역시 놀랐었다. 나는 묵묵히 반가운 마음을 표하고는 뒤미처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곡절입니까?」 감개무량한 듯이 길게 한숨 쉬는 그의 표정은 자못 어두운 듯도 하였고 어느덧 주름만이 잡힌 그의 얼굴은 부끄러운 마음에 약간 붉어지는 듯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극히 간단하였다. ―원래 부채가 많았었다. 그 위에 장사에 서투른 그들이라 경영하는 여관에서도 별로 이가 없었고 갚을 수 없는 부채는 점점 늘어갔다. 무서운 채귀의 독촉은 날로 심하였고 나중에는 별도리없는 그들은 결국 여관집까지 차압을 당하고야 말았다. 새파란 목숨을 끊을 수 없는 이상 목숨 붙어 있는 동안까지는 살아야 하는지라 할 수 없이 일간 초옥을 얻어가지고 애닯은 그날그날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너무도 단순하고 평범한 이야기였으나 그의 엄숙하고 감개 많은 어조는 무서운 진실성을 가지고 뼛속까지 젖어 들어가는 듯하였다. 흔히 있는 평범한 사실이지만 그것을 살과 피를 가지고 실지로 과정하여 온 그들에게는 결코 평범하고 단순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영락한 자태가 이것을 말하였다. 「그래서 그저 살림이구 말구 죽지 못하니 살아가지요.」 암담한 그의 어조에는 호화롭던 전날의 그림자는 한 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조만간 필경은 몰락하여 가고야마는 저들의 운명을 그들은 한 걸음 먼저 걸었을 뿐이었다마는 그들의 돌연한 삽시간의 몰락에는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애나 얼른 임자를 찾아 줘야 우리야 우리대로 살아가든지 어떻게 하든지 할터인데.」 이야기가 계순이의 일신상으로 떨어졌을 때에 나는 괴로왔다. 될 수 있는 대로 그의 일에는 접촉하고 싶지 않은 나는 다만 침묵할 따름이었다. 「나이는 차 가고 궁한 살림에 집에만 붙어 있어야 별수 없고……」 딱한 일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에 아무리 동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일만은 난들 어떻게 하랴. 과거에 있어서 이미 싸늘하던 나의 마음이 이제 와서 새로 끓어 오를 리는 만무하였다. 다만 전날에 있어서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왔던 것이 불행하였고 이제 와서 또다시 그들의 현재를 알게된 것만 실책이었다. 첫째로는 노파가 미웠고 다시 한층 내 자신이 비루하게 보였다. 「오래간만에 뵈니 이렇게 반가울 덴 없구려!」 그의 어머니는 모처럼 찾아온 나에게서 그 무슨 암시라도 얻으려는 듯하였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기를 두려워하는 나는 한시라도 속히 그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마침내 선명한 태도로 그 자리를 일어서려 하였다. 별안간 안방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한 사람의 사나이가 문득 마루에 나섰다. 전에 본 적 없던 초면의 사나이였다. 약간 상기된 듯한 그 사나이는 어쩐지 나를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나는 나 스스로의 시선을 옮겨 버렸을이만큼 험상궂은 시선이었다. 그는 똑같은 억센 눈초리로 계순 어머니와 계순이를 차례로 노리더니 나중에 계순이에게 무어라고 두어 마디 거칠게 끼어붓고는 맨머릿바람으로 황망히 밖으로 나가 버렸다. 괴상한 사나이었다. 그의 험상스런 태도는 더욱 알지 못할 것이었다. 무슨 까닭으로 초면의 나를 그렇게까지 노려보지 않으면 안되었던가. 그 험상궂은 사나이와 처녀와 어머니가 어두운 방안에서 무엇을 의논하고 무엇을 계획하였던가. 생각 안하려 하면서도 나는 여기까지 어둡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골서 온 일가 사람이랍니다.」 그의 어머니는 묻지도 않는 나에게 변명하는 듯이 이렇게 설명하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 변명도 필요치 않았다. 옳든지 그르든지 간에 나는 직각한 대로 믿을 수밖에는 없었다. 필연코 그 사나이에게도 나를 변명하기를 「시골서 온 일가 사람」이라고 하였을는지 모르니까.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그 집을 떠남에 점점 몰락하여 가는 그 집안과 계순이의 장례를 한없이 슬퍼하였다. 삼년 후― 이 짧은 삼년 동안 나의 생활에도 많은 변천이 있었으나 아직도 젊은 나의 마음을 퍽도 로맨틱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참담하고 비장한 로맨티시즘이었다.) 이 로맨틱한 마음에 항상 아름다운 꿈을 가슴에 품고 끊임없이 항구에서 항구로 옮아 다녔다. 쉴새없이 꿈을 찾는 마음에 항구는 가장 매력 있는 곳이었다. 맑은 거리, 붉은 등불, 밝은 술집, 푸른 술, 젊은 계집―푸른 하늘, 기름진 바다, 그 위에 뜬 배, 아물아물한 수평선―이 모든 것이 무조건으로 좋았다. 새파란 바다 건너 저쪽 편에는― 새파란 하늘 닿은 그 나라에는― 항상 무엇이 손짓하고 부르는 듯하였다. 아름다운 생각을 그편 하늘 멀리 날릴 때에 아물아물한 수평선은 어여쁜 처녀의 손짓과도 같았다. 그럴 때마다 배에다 꿈을 가득히 싣고 낮에는 바람에 돛대 달고 밤에는 달빛에 젖어가면 쉬지 않고 먼 나라로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아름다운 공상은 구체화하여 가서 필경은 실현되게 까지 되었다-―「방랑」이라는 시점 개념에 취하였던 박군과 나에게는 오래전부터 계획하여 오던 「해삼위행」을 마침내 단행할 날이 왔었던 거이다. 동해안의 어떤 항구였다. 푸른 하늘은 건강히 빛나고 오월의 바다는 유심히도 파랬다. 그 위에 꿈꾸는 듯한 배 한 척 그것이 우리를 싣고 떠날 배였다. 눈 코 뜰새없이 바빠야 할 출범의 전날이었으나 단지 붉은 몸 하나로 굴러다니는 방랑의 객이라 삼등 선표를 사서 주머니 속에 수습하니 우리의 항해의 준비는 그만이었다. 나머지의 반일을 그 항구의 마지막 날을 우리는 우리를 보내는 김군과 함께 항구의 술집에서 작별의 술을 나누기로 하였다. 앞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높이 서 있는 조그마한 카페는 정하고도 고요하였다. 오리알빛 같은 벽, 진홍빛 카텐, 스탠드 위의 푸른 화초 이 모든 것이 창으로 멀리 내다보이는 바다빛과 양기로운 조화를 띠고 있었다. 벽위의 괘종이 두시를 땡땡 울리는 고요한 오후였다. 「술!」 창 옆에 진 치고 앉은 우리는 알지 못하는 땅에 대한 꿈과 장래의 포부를 피로하여 가면서 술잔을 높이 들었다. 유리잔 부딪치는 소리가 옆에 앉은 계집아이의 가늘게 부르는 콧노래와 엎쳐서 고요한 카페 안에 반영하였다. 「흐르고 흘러서……」―애조를 담뿍 띤 유랑의 한 곡조가 이상히도 방랑의 흥을 북돋았다. 흐르고 흘서서―이것이 그나 우리나 피차의 운명일 것이다. 북은 서백리아가 되든 남은 남양이 되든 흐르고 흘러서 안주할 바를 모르는 것이 곧 피차의 자태였다. 아직 길 떠나지 않은 우리는 이제 이 항구 이 술집에서 이미 바다 먼 해외에나 나간 듯한 이국정서를 느꼈다. 계집아이는 심상치 않은 정서를 가지고 노래를 불렀다. 애수를 담뿍 품은 노랫가락은 면면히 흘렀다. 이제 이 고요한 술집 안에서는 모두들 제각각 자기들의 꿈을 꾸고 있었다. 노래 부르는 그 계집아이 노래에 귀기울이는 우리 세 사람, 그리고 아까부터 저 편 창기슭에 의지하여 시름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그 계집아이, 모두 흐르고 흐르는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듯이 순간 고요하였다. 「술이다!」 「잔 가득 부어라!」 모든 애수를 씻어버리고 나는 늠름히 소리쳤다. 마치 「꿈을 죽여라 행동이다!」하는 듯이 늠름히 부르짖었다. 노래 부르던 계집아이는 또다시 붉은 입술에 웃음을 띠면서 술을 따랐다. 우리는 모든 감상을 극복하려는 듯이 함부로 술을 켰다. 가득히 부으면 한숨에 켜고 켜고는 또 청하였다. 그러나 저편 창 기슭에 의지하여 시름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눈이 갈 때에는 알 수 없이 마음을 치는 것이 있었다. 직업을 떠난 그의 초연한 태도에는 술집 계집아이 아닌 품이 있었고 뜨거운 석양을 담뿍 등지고 잠자코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그의 모양에는 그 무슨 깊은 것이 있었다. 옛 꿈에 잠겼는지 현재를 한탄하는지 미래를 응시하는지 바다 건너편을 생각하는지 그곳의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지 시름없이 바다만 바라보는 그의 자태는 몹시도 애처로웠다. 나는 일어서서 그에게로 가보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으나 고요한 그의 기분을 깨칠까 두려워하여 술 따르는 계집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유리쨩!」 하고 그가 건너편을 향하여 부르자 바다만 바라보고 있던 그는 손수건으로 고요히 눈물을 씻으면서 이쪽을 향하였다. 얼굴 모습은 똑똑히 안 보였으나 흐트려진 머리, 눈물에 이지러진 분기가 흐릿하게 보였다. 그는 이쪽에는 아무 관심도 안 가지고 또다시 바다를 향하였다. 「아노히도이쓰데모, 나이데박까리이루노요.」 다마쨩은 이렇게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가 약 일주일 전에 이 카페에 왔다는 것, 카페 여급으로는 처음이라는 것, 따라서 손님 접대에 능란치 못하다는 것, 그의 과거에 대하여서는 한 마디고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 언제든지 혼자 눈물만 흘린다는 것……을 대충대충 추려서 이야기하였다. 그의 태도로 보나 이 이야기로 보다 센티멘탈한 부르조아 소녀가 아닐 것이매 그 역시 남과 같은 밝은 인생을 살아오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디로부터 흘러오고 장차는 어디로 흘러갈 슬픈 인생인가. 흐르고 흐르고…… 모두 똑같은 운명이로구나 하고 생각할 때에 서로 알지 못하는 그와 나지만 나는 그에게로 기울어지는 한 조각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멀리 방랑의 길을 떠나려는 이 마지막 날에 깊은 인생을 이해하는 듯한 그와 이야기라도 한 마디 건너보고 싶었다. 「유리꼬상!」 나는 마침내 그를 불렀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명상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대답을 못 얻은 나는 열적어서 그만 침묵하여 버렸다. 그러자 이 고요하던 카페는 새 손님을 맞아들이자 잔잔하던 공기를 깨뜨렸다. 정복한 일인 순사 한 사람과 형사인 듯한 사복한 사나이가 거칠게 문을 밀고 들어왔다. 정복 순사가 카페에 온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고 하기에 나는 문득 우리 세 사람 위에 무슨 불행이나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좋지 못한 첫 느낌을 받았다. 벼르고 벼르던 「해삼위행」이 또 깨어지나 보다 하는 불안에 떨었다. 「단나와 도꼬다?」 사복한 사나이는 이렇게 소리치더니 저 혼자 서슴지 않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방안을 자세히 휘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일은 일어나고야 말 형세였다. 우리는 속히 그 자리를 떠나려 하였으나 일이 벌써 이렇게 된 이상 그것은 더욱 불리할 듯하였다. 꼼짝없이 가만히 앉아서 당할 일이 있으면 당할 수밖에는 없었다. 우리를 노리던 그는 그 시선을 건너편 유리꼬에게로 옮겼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그에게로 가까이 가더니 나중에 정신없이 생각에 잠겨 있는 그의 등을 쳤다. 유리꼬는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더니 기절이나 할 듯이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는 무엇인지 높이 소리치더니 거칠게 그를 붙들었다. 심히 놀란 듯한 유리꼬는 말없이 몸을 빼칠려고 애썼다. 일을 당하는 것이 우리가 아니고 유리꼬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 우리는 적지 않은 안도를 느꼈으나 꿈꾸는 듯한 유리꼬에게 불행이 닥쳐오는 것을 볼 때에는 미안하고도 애처로웠다. 몸을 빼칠려고 무수히 애쓰던 유리꼬는 기진맥진하여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三行略)…… 별안간 막았던 보나 터지는 듯이 높은 울음소리가 유리꼬의 심장에서 터져 나왔다. 애를 못 이기고 설움을 못 이긴 듯한 울음소리였다. 나는 곧 일어나서 ……(一行略)……. 그러나 그것도 쓸데없는 무력한 의분에 지나지 못함을 깨달았을 때에 나는 애닯았다. 이층에 올라갔던 사복한 사람이 황망히 내려왔다. 그의 뒤에는 단나와 오까미상인 듯한 두 양주가 공손이 따라 내려왔다. 그들은 두 양주에게 무어라고 일르더니 쓰러진 유리꼬를 잡아 일으켰다. 「사 잇쇼니 유꾼다!」 필연코 밀매라도 하였거나 돈 많은 손님을 집어 먹었거나 하였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싫다고 발버둥치는 유리꼬를 그들은 그 옷 입은 그대로 흩어진 머리 그대로 눈물에 젖은 얼굴 그대로 그를 끌어냈다. 눈물에 젖은 그의 얼굴! 나는 이제야 그를 똑똑히 보았다. 나의 시선은 잠시간 그의 얼굴에 못박았었다. 그리고 두 번째의 찰나의 죽음!이 있었고 놀람과 동요의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유리꼬―그는 두말 할 것도 없이 계순이었다. 기모노를 입은 계순이었다. 나는 그에게로 달려들어 나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벌써 그는 문밖까지 끌려나간 뒤였다. 그 역시 나를 보지는 못하였다. 그것이 운명이었다. 폭풍우가 지난 뒤 같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모르는 나는 잠시 술집 주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이야기에 의하면 유리꼬는 일주일 전에 서울서 도망온 여자였다. 집이 가난하여서 어떤 사나이에게 「팔려」갔다가 난폭한 그 사나이에게 버림을 받자 두 번째 ××××에게로 「팔려」갔었다. 그러나 그가 징글징글하고 몹시도 싫어서 마침내 그 집을 벗어나서 멋대로 도망하여 왔던 것이다. 생각하지 말자 접촉하지 말자 하던 계순의 운명에 또다시 이렇게 스친 것을 나는 슬퍼하였다. 무슨 몹쓸 운명의 장난인가. 계순의 애처로운 마지막 자태가 문득 눈앞에 떠올랐다. 나는 전에 없던 애착을 이제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리고 그의 집안에 대하여서도 생각났다. 삼년 전에 보았던 그 집안은 지금 어떻게나 되었을 것인가. 뒷골목의 반찬가게 초가집, 그의 어미니 아버지, 나중에 단 하나의 외딸까지 이렇게 팔아먹게 된 그들의 몰락의 과정이 눈앞에 역력히 비치는 듯하였다. 계순의 자태가 또다시 눈앞에 떠올랐다. 나의 정신은 혼란하였다. 나로서 어떻게 하였으면 좋을지를 모랐다. 그의 뒤를 쫓아가 볼까. 그러나 무슨 소용이 있으리요. 그를 건지기에는 나는 너무도 무력하였다. 그리고 내일은 동무와 같이 해삼위로 떠날 날이다. 나는 미래에 대한 큰 뜻이 있다. 그 뜻을 위하여서는 나갈 대로 나가지 않으면 안되었다……다만 그에 대하여서는 마음으로부터 미안한 생각을 억제할 수 없었다. 동무들에게 끌려 카페를 나와 저물어 가는 해안을 걸어가는 나의 마음속에는 우울의 구름장이 뭉게뭉게 피어 올랐다. 바다와 항구와 거리를 헤매이고 헤매이고……나는 넓은 세상과 수많은 인간 생활을 활연히 해득하였다. 깃이 달린 심장에는 굳은 결심이 못박혔다. 마침내 나는 새빨간 피의 전부를 바쳐서…… 몸을 던졌다. 여름도 차차 늙어가는 작년 구월 ××총동맹의 위원의 한 사람인 나는 어떤 사건 조사의 책임을 지고 하르빈까지 갔었다. 의외에도 일은 쉽게 끝나고 예정보다는 이틀의 여유가 있었다. 동지 박군과도 오래간만에 만났고 나에게 하르빈은 처음 길이기도 하기에 나는 박군의 안내를 받아 하르빈의 사생활을 자세히 구경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나는 크고 작은거리도 구경하고 노서아 사람 많이 사는 유명한 키타야스카야 거리의 마굴도 엿보았다. 워트카에 취하여도 보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계집 소니야도 알았다. (소니야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밤의 하르빈은 더한층 아름다운 도회였다. 깊은 어둠 속에 총총히 박힌 등불이 하늘과 별과 연하여 보였다. 그날 밤에도 박군과 헤어진 나는 워트카의 취흥을 못 이겨서 시원한 바람을 쏘이면서 승가리 송화강(松花江) 연안을 거닐었다. 아름다운 하르빈의 야경과 승가리 강을 불어 건너오는 싸늘한 바람에 무상의 쾌감을 느끼는 나는 강 연안을 거닐면서 한 걸음 두 걸음 조그만 중국 사람 거리로 발을 옮겨 놓았다. 얕은 집, 수많은 노점, 바퀴 작은 수레, 불유쾌한 취기……어느덧 나는 강 연안을 벗어져나서 중국인 거리의 복판까지 들어갔었다. 야경은 해삼위보다 낫고, 복잡하기는 상해에 어림없고, 아름답기는 청도에 몇층 떨어지고, 번화하기는 서울의 몇곱절이고…… 이렇게 막연히 하르빈을 비평하면서 취흥에 끌린 나는 그칠 바를 모르고 거리에서 거리로 몽유병자같이 자꾸 걸어 들어갔다. 그렇게 함부로 걷는 동안에 길을 어떻게 들었는지 나중에 나는 조그만 알지 못할 거리에까지 갔었다. 등불도 없고 인기척도 없는 어둡고 고요한 거리였다. 그 거리를 굽어서 더욱 작은 거리로 몇 간 걸어가자 나는 지붕도 없고 처마도 없는 석유통같이 네모지게 짠 괴상한 집이 졸로리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중 몇 집만은 문이 열려 있고 그 안에서 행길로 향하여 희미한 등불이 흘러나왔다. 흐릿한 정신에도 괴상한 느낌을 받았다. (빈민굴이로구나!) 하고 나는 생각하였다. 세상에 도회 쳐놓고 빈민굴 없는 곳이 없다. 굉장한 돌집이 즐비하여 있는 그 반면에 반드시 쓰러져가는 빈민굴이 숨어 있으니 이 뼈저린 대조를 현재의 도회는 모두 보이고 있다. 하르빈의 빈민굴은 또한 어떠한 것인가를 보아 두어야 할 것이매 나는 늘어 있는 집 앞으로 가까이 걸어갔다. 희미한 등불이 흘러나오는 집 문간에까지 가까이 가 안을 흘낏 엿본 나는 그자리에 장승같이 서 버리고 말았다. 그 속은 한 간의 방이었다. 방안에는 높직한 단이 있고 단 위에는 자리와 요가 펴 있었다. 그 위에 젊은 중국 여자가 두 다리를 뻗고 음란히 앉아 있었다. 두 팔을 드러내 놓고 새파란 중국복에 싸인 젊은 여자였다. 그는 나를 보았는지 이쪽을 향하여 웃음을 던지며서 손짓을 하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두 다리를 안으로 쪼그리고 두 팔로 웃옷을 걷어 올리더니 발가벗은 하반신을 서슴지 않고 나타내 보였다. 새파란 옷과 희미한 등불에 비쳐 그것은 마치 신비로운 황홀의 연못 그것으로 보였다. 백설 같은 현란한 감각에 현기를 느끼는 나는 정신없이 몽롱히 서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두 사람의 거한이 비틀걸음을 치면서 방안으로 들어가더니 음란하게 여자에게로 달려들었다. 어느결엔지 판장문이 덜컥 닫치고 문 잠그는 쇠 소리가 들려왔다. (마굴이다!) 나는 그것이 빈민굴이 아니고 마굴임을 깨달았다. 전율할 만한 마굴―그 속에서는 어떤 무서운 죄악이 일어나는지도 생각할 새 없이 한번 불지른 이상 타오르는 새빨간 관능의 불길에서 나는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몽롱히 서 있던 나는 부끄러운 말이지만 몇간 건너 역시 행길로 향하여 희미한 등불이 흘러나오는 그곳으로 발을 옮겨 놓았다. 방안에 똑같이 차린 중국 소녀가 앉아 있었다. 새파란 옷, 흰 팔, 눈부신 감각……나는 아무 것도 반성할 여유없이 서슴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룻밤에 몇놈이나 거친 사나이에게 부대끼는지 젊은 중국 소녀는 피로할 대로 피로한 듯이 손님이 들어가도 머리도 들 생각하지 않고 나른히 앉아 있었다. 아까의 소녀와 같이 난잡한 추태도 지어 보이지는 않았다. 너무도 잠잠한 그의 태도에 나는 기가 빠졌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 들어온 이상 염치 불구하고 그의 옆에 가 주저앉으면서 전신을 그에게로 쏠렸다. 그리고 두 팔로 그의 목을 걸어 졸고 있는 듯이 숙인 그의 얼굴을 번쩍 들었다. 「응?」 순간! 나의 전신은 화석하여 버린 듯하였다. 놀람, 의혹, 동요의 회오리바람이 세번째 또 불었다. 그 회오리바람이 지나가자 그의 목에 걸었던 나의 두 팔은 힘없이 떨어져 버렸다. 눈의 착각이나 아닌가 하여 나는 두 눈을 비비고 또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미 주기조차 깨어 버린 나의 인식에는 한 점의 틀림도 없었다. 확실히 그였다. 무슨 괴이한 인연인가. 멀고 먼 외국의 밤 낯 모르는 도회의 어두운 이 한 귀퉁이에서 그를 또다시 이렇게 만날 줄야 꿈엔들 생각하였으랴. 거짓말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항상 그런 괴이하고 심술궂은 트릭을 좋아하는 얄미운 계집아이같다. 「무슨 인연입니까? 네? 계순씨!」 풀 죽은 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나를 힘있게 붙들었던 그는 말없이 나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쳐 울 따름이었다. 어디서인지 돌연히 몇사람의 거친 호인이 몰려 들어왔다.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가 그들에게서 흘러 왔다. 그들의 침입에 나는 적지아니 놀랐다. 「오늘 저녁 이 조선 계집애는 내 차지다.」 그 중의 한 자가 술김에 똑똑지 못한 청어로 이렇게 지껄이면서 나를 무시하여 버리고 쓰러져 있는 계순의 등을 잡아 일으켰다. 잇따라 또 한 놈이 비틀비틀 달려들었다. 나는 크나큰 모욕과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계순이를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느꼈다. 그자리에 일어서서 아무 분별없이 나는 그에게 달려드는 놈의 팔을 뿌리치고 주먹을 하나 안겼다. 세 놈은 무서운 기세를 가지고 일제히 나에게 달려들 형세이었다. 나 한사람과 장대한 세 사람의 거한과 물론 나는 능히 당할 바가 아니었다. 계순이는 나의 팔을 붙들면서 말렸다. 그러나 문득 나는 뒤에 서 있는 장승같이 후리후리한 사나이를 발견하였다. 그런 속을 짐작하는 나는 눈치 빨리 주머니 속에서 집어낸 몇장의 지폐를 그 사나이의 손에 얼른 쥐어 주었다. 그 사나이는 나에게 만족한 듯한 웃음을 보이고 높이 호령을 하더니 세 놈을 밖으로 쫓아냈다. 그리고 자기도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우리는 겨우 안심하고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안존한 마음으로 그렇게 대면하여 앉기는 낙원동 여관서의 작별 후 꼭 십년만이었다. 나는 전무후무 처음으로 그의 손을 잡아 보았다. 그 역시 생전 처음으로 나에게 몸을 의지하였다. 이제는 피차에 부끄러운 마음도 아무 것도 없었다. 산 설고 물 설은 이역에 와 있는 외로운 두 개의 혼이었다. 우리는 벌써 살 파는 사람, 살 사러 들어온 사람은 아니었다. 그 경지를 높이 초월한 두 개의 고결한 영혼이었다. 그에게 대하여 나는 이제 전에 없던 사랑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욕심 많은 한 개의 사나이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오빠나 어머니로서의 위대한 사랑이었다. 나는 오빠의 사랑을 가지고 그를 안았다. 그는 어머니에게나 안기는 듯이 나를 신뢰하였다. 외로운 땅에 와 어머니의 사랑에도 많이 주렸을 것이다. 어머니―어머니라면 대체 그의 어머니는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외딸을 이렇게 버려 놓고 망쳐 놓지 않으면 안된 그의 어머니를 나는 물어 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새롭게 용솟음쳤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한 마디를 말하였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라요.」 「…………」 그러면 대체 어떻게 되었단 말인가. 모를 노릇이다. 그러나 나는 더 물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한시라도 속히 둘이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를 더 이상 이대로 그 무서운 곳에 버려 둘 수는 없다. 어머니를 찾든지 새 생활을 도모하든지 어쩌든지 서울까지라도 같이 데리고 가야 할 것이다 고 나는 결심하였다. 「자 이대로라도 속히 나와 같이 갑시다.」 「네? 가다니요!」 그는 놀라서 거절하였다. 그리고 마굴 안의 무서운 제도와 호인의 포악무도한 제재를 대강 이야기하였다. 만약 들키면 두 사람의 생명이 위태하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를 설유하고 용기를 붇돋아 주었다. 주인의 양해를 얻어서 요구하는 대가로 그의 몸을 빼내려고까지 계획하였을 때에 계순이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한참이나 있다가 그는 극도의 절망한 태도로 서슴지 않고 두 팔을 걷어 보였다. 가련한 일이었다. 두 팔 어깻죽지 할 것 없이 흰 살 위에는 무서운 자색 반점이 군데군데 솟아있었다. 감염된 외국인의 독한 병독으로 하여 젊은 살이 점점 썩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놀랐다. 그러나 침착한 태도로 그를 위로하고 굳은 결심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일찍이 상당한 액을 변통하여 가지고 와서 주인과 담판하여 모든 일을 결정하기로 굳게 약속하여 놓고 그곳을 나왔다. 번잡하던 도회는 고요히 잠들고 이역의 밤은 깊었다. 취중에 정신없이 헤매이던 거리지만 맑은 정신에는 극히 단순한 거리였다. 나는 손쉽게 거리거리를 빠져서 마침내 밤 이슥히 박군의 숙소를 찾았다. 경성행을 하룻동안 연기하기로 하고 이튿날 아침 일찌기 나는 박군의 호의로 상당한 금액을 수중에 차고 박군과 같이 어젯밤 그곳을 찾아갔다. 수면 부족으로 흐린 나의 머리속에는 전날밤 일이 마치 필름 같이 전개되었다. 생각하고 생각하여도 계순의 이때까지 운명이 너무도 참혹하였다. 그러나 생활이란 항상 「이로부터다」. 이로부터 사람답게 뜻 있게 살아간다면 그만 아닌가. 나는 모든 것을 억지로라도 밝게 생각하려 하였다. 승가리 강을 옆으로 끼고 어제 걷던 거리거리를 찬찬히 찾아 내려가면서 결국 그곳까지 갔었다. 석유통같이 네모로 짠 집들, 그것은 낮에 보니 더한층 참담한 것이었다. 그 속에 계순이가…… 모두 거짓말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오죽이나 좋으랴. 아직 문이 닫친 집도 있고 열린 집도 있었다. 우리는 몇집을 거쳐놓고 그것인 듯 짐작되는 집 앞까지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좁은 방안에 이삼인의 호인이 들어서 황망한 태도로 무엇인지 수군수군 의논하고 있었다. 우리의 들어감을 보고 그들은 깜짝 놀라 일제히 이쪽을 향하였다. 그중의 후리후리한 사나이는 주인인 듯한 어젯밤의 그 사나이었다. 나는 그들을 헤치고 들어가서 무엇보다도 먼저 단 위의 계순이를 찾았다. 이불을 푹 쓰고 있는 그는 아직까지 잠자고 있는 듯하였다. 나는 단 위에 올라가서 그를 깨웠다. 후리후리한 사나이는 나를 붙들면서 만류하는 듯하였다. 그것도 불구하고 나는 깨웠다. 흔들었다. 그러나 그의 잠은 너무도 깊이 들었었다. 너무도 깊이―영원히 깊이. 나는 황망하였다. 정신이 산란되었다. 다시 흔들고 흔들었으나 맥은 이미 끊어졌고 전신은 싸늘하였다. 해쓱한 얼굴을 들여다 보았을 때에 나의 가슴은 무너지는 듯이 비통하였다. 「계순이 계순이!」 뜨거운 눈물에 세상이 캄캄하여졌다.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눈물 사이로 나는 그의 머리맡에 놓인 조그만 약병과 한 장의 그발을 발견하였다. 나에게 주는 유서였다. 눈물을 뿌려가면서 나는 그것을 내려 읽었다. 찬호씨 놀라지 마세요. 경솔하다고 책하지 마세요. 저의 취할 길은 이밖에는 없었읍니다. 이 몸을 가지고 어데가서 무슨 새 생활을 꾸며 보겠읍니까. 결국 일각일각 죽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니 차라리 한시라도 속히 죽어 버리는 것이 편할 줄로 믿었읍니다. 너무나 고마운 생각에 죽어도 한이 없읍니다. 이 밤에 저에게 보여주신 고결한 사랑, 저는 마지막으로 사랍답게 살았습니다. 아무 것도 한할 것이 없어요. 다만 세상은 저에게 너무도 쓰렸읍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서울서 작별한 것이 마지막 작별이었읍니다. 저보다도 더 불쌍한 이들이예요. 이 낯설은 땅에 와 있어도 그이들만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읍니다. 죽은 뒤에 뼈나 추려 주세요. 그 뼈라도 어머니의 품에 들어간다면 저에게는 더 없는 기쁨이겠읍니다. 계순 쏟아지는 눈물을 나는 금할 수 없었다. 싸늘한 그의 얼굴을 들어 마지막으로 품에 안아 보았다. 그의 말도 옳기는 옳다마는 어젯밤에 약속까지 하여 놓고서 왜 이렇게 죽는단 말인가. 낯설은 땅 이 한 구석에서 이별한 지 오래인 아버지 어미니도 못 보고 반 오십의 젊은 청춘을 죽어버린다는 것은 너무도 비참하였다. 나와 박군과 세 사람의 호인은 그를 둘러싸고 앉아서 외로운 영을 위하여 묵도를 올렸다. 비통의 눈물은 참회의 눈물로 변하였다. 반은 나의 죄라고 할까. 그러나 반은 누구의 죄인가? 빌어먹을 놈의 ××이다. 어금니로 바작바작 씹고 씹고 씹고 또 씹어도 시원치 않을 놈의 ……이다. 나의 새빨간 심장에는 무서운 저주와 굳은 신념의 연륜이 또 한 바퀴 새겨졌다. 이 새빨간 염통이 두 조각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맺히고 맺힌 원한만은 풀어주고야 말 것이다. 그의 영시 앞에 고개 숙이고 앉은 나는 마음속 깊이 그의 외로운 영혼과 맹세지었다. {{PD-old-50}} [[분류:1929년 작품]] 7b0r7gjta1fajj9zy5j2fdu14tlmlnn 426858 426854 2026-05-04T07:15:11Z ZornsLemon 15531 426858 wikitext text/x-wiki {{머리말 |제목 = 기우(奇遇) |저자 = [[저자:이효석|이효석]] |역자 = |부제 = |연도 = 1929년 |이전 = |다음 = |설명 = 《朝鮮之光》 85호(1929.6)에 게재. }} 계순이와 나와는 그의 평생에 세번의 기이한 해후를 가졌었으니 불과 칠년을 두고 일어난 이 세번의 기우(奇遇), 그때마다 그의 생활은 어떻게 변천하였으며 그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되었던가. 이 세번의 기우는 다만 파란 많은 그의 생애의 세 단면을 보여줌에 지나지 아니하나 이것으로써 능히 그의 기구한 일생도 엿볼 수 있다. 세번의 기우가 일어났으리만큼 그와 나와의 사이에 그 어떤 기연의 실마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로서는 그의 박명한 생애를 한없이 슬퍼하고 그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속에는 크나큰 울분과 무서운 결심이 항상 새로와진다. 다음에 나는 이 세번의 기우를 순서대로 기록하려 한다. 아무 연락 없는 무미한 세 조각의 단편이 될지라도 그것은 나의 죄가 아니라 인생을 항상 그렇게 꾸며놓는 「우주의 의지」(?)의 죄일 것이다. 팔년 전이었다. 당시에 나는 우연한 관계로 어떤 괴상한 노파와 알게 되었었다. 넓은 장안 천지에는 생활의 어두운 이면에 무수히 잠겨 그들의 독특한 수단으로 생활을 도모하여 가는 한 계급이 있으니 그들은 침침한 어둠 속에 있어서 화려한 꽃과 꽃 사이의 중개의 역할을 하여 그들의 과거를 빛나게 하는 찬란한 꿈의 조각을 마음속에 어렴풋이 꽃 피우며 아울러 그들의 실생활을 도모하여 가는 늙은 「나비」의 무리이다. 나와 알게 된 노파도 말하자면 이러한 무리의 한 사람이었다. 노파와 나와의 사이에는 어떤 「상업적」약속이 있어서 그의 연출할 「나비」의 역할에 대하여 나는 이미 그의 요구하는 상당한 보수까지 치뤄준 터이었다. 그는 그의 역할의 제일보로 나를 약속한 곳으로 이끌고 갔다. 거기에서 나는 아직 알지 못하는 꽃을 선볼려는 것이었다. 「만나보시우만 사람은 그만하면 괜찮습니다. 학교 공부했것다, 속 잘 쓰것다, 생김생김도 숭굴숭굴하것다, 살림살이에야 아주 맞춰 놓았지 머…… 자꾸 인물만 찾으시니 어데 그렇게 붓으로 그려논 듯한 일색이 있단말유. 두구 보시우만 여자는 그래두 뭐니뭐니 해두 살림살이가 첫째라우.」 약간 허리 굽은 노파는 앞장을 서서 길을 인도하면서 이 늘 하는 소리를 몇번이나 되풀이 하였다. 「게다가 또 숫색시요, 영어 일어가 능란하구……」 큰거리에서 뒷골목으로 들어서고 뒷골목에서 다시 좁은 골목으로 구부러져 이렇게 지껄이는 동안에 어느덧 세가닥 진 골목 조그만 반찬가게 앞까지 오자 노파는 발을 머물렀다. 바로 그 집이 목적하고 온 집이었다. 가게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자 노파는 뒤로 돌아가 조그만 대문 앞에 이르렀다. 다 쓰러져 가는 초옥이었다. 문패의 글자조차 알아보지 못하리만큼 끄슬린 집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가슴속에 예상한 아름다운 꿈을 버리지는 않았다. 깊은 바다 진흙 속에 항상 진주는 잠겨 있는 법이다. 이 다 끄슬린 초옥 안에 얼마나……녹은 「진주」가 숨어 있을 것인가. 손쉽게 대문을 열더니 노파는 서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름다운 꿈과 가벼운 수치의 념으로 자못 흥분된 나는 그리 쉽사리 들어서지도 못하고 문밖에 서서 한참 주저주저하였다. 무슨 담판이 그리 잦은지 꽤 오랫동안 지체시킨 다음에야 겨우 노파는 나와서 웃음과 눈짓으로 나를 맞아들였다. 처음 겪은 터이라 퍽도 열적어서 주저하고 있으려니 노파는 나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얕은 지붕 헐어진 벽 찢어진 문 무너진 장독대―모든 것에 쇠퇴와 파멸의 빛이 역력히 드러나 보였다. 조그만 반찬가게를 경영하여 가지고 각각으로 기울어져가는 살림을 간신히 끌어가는 듯한 그 집의 형편이 첫 눈에 똑똑히 짐작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나의 목적하고 온 바는 그 속에 숨은 아름다운 「진주」에 있었으니까. 빨래할 옷가지로 구저분히 널어놓은 마루를 주섬주섬 치우더니 노파는 나에게 앉기를 권하였다. 마루 끝에 허리를 걸치고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어도 아름다운 「진주」는 어느 구석에 묻혔는지 속히 나오지도 않았다. 「무얼 그러우 시체 양반이……기대리는데 얼른 나오구려.」 초조한 나의 마음을 예민히 살핀 노파는 안방을 향하여 이렇게 소리쳤다. 「어이구 저렇게 수집어하면서 학교는 어떻게 댕겼누.」 또한번 노파가 외치면서 껄걸 웃자 안방 문이 가볍게 열리며 사뿐히 걸어나오는 것이 있었다. 「이것이다!」 하고 직각하자 가슴속은 알 수 없이 수물거렸다. 그러나 결국 보아야 할 것이매 나는 용기를 다하여 얼굴을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찰나의 죽음이 있었다. 그 찰나가 지나자 놀람, 의혹, 동요의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그 회오리바람이 지나자 계순이! ―나에게는 겨우 바른 의식이 돌아왔다. 「계순이!」 그는 갈 데 없는 계순이었다. 역시 나를 똑바로 인식한 그의 얼굴에는 놀람인지 기쁨인지 슬픔인지 복잡한 표정이 흘렀다. 그는 마침내 고개를 숙여 버렸다‥‥‥ 이것이 최초의 기우였으니 이 기우까지에는 약 삼년의 과거가 있었다― 그 삼년 전의 당시. 낙원동 네거리에 넓은 간판 달린 한 채의 와가가 있었으니 장안에서 손꼽는 큰 여관이었다. 당시 일개의 서생인 나는 이 하숙을 겸한 여관에 기숙하고 있었다. 이 번잡한 집안에 고이고이 자라나는 한 송이의 꽃이 있었다. 그것이 곧 주인의 딸 계순이었다. 날마다 수십명의 여객이 드나들고 십여명의 학생이 뒤끓는 이 여관 안에서 그만은 맑게맑게 자라났다. 그러나 공부가 점점 차가고 나이가 바야흐로 익어감에 주인은 은근히 그의 배우를 물색하기 시작하였다. 이러는 즈음 무엇이 눈에 들었는지 간에 수많은 사람 가운데에서 그는 나를 가장 많이 마음속에 두었다. 그래서 차차 나는 그와도 알게 되고 사귀게도 되었다. 마침내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영어책을 들려서 나의 방에 보내게 까지 되었었다. 사꾸라가 필 때엔 창경원에 동반하였고 달이 밝으면 고요한 마루까지 우리에게 치워 주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나의 마음은 타오르지 않았다. 첫 순간에 타오르지 않더라도 차차 때가 가면 타는 수가 있으되 이것은 달이 가고 해가 넘어도 종시 타오르지는 않았다. 나의 마음은 끝끝내 맑고 굳었다. 그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오면 나올수록 나의 태도는 진중하고 소극적이었다. 말하자면 그만큼 그에게는 나의 열정에 불지를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타지 않는 곳에는 장난도 있을 수 없거늘 하물며 사랑이야. 나는 그 집을 떠남에 피차의 안전과 해방을 느꼈다. 이때로부터 첫 기우에 이르기까지의 긴 동안 도무지 그를 만나지 못하였다. 떠난 후 월여에 그 집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그들은 어디론지 떠나 버린 뒤였고 여관은 다른 이의 소유 밑에서 경영되어 나갔었다. 물론 그후 다시 찾으려는 노력도 필요도 없거니와 약 삼년 동안 그들의 종적은 묘연하였다. 나중에는 계순이라는 이름까지 점점 나의 기억 속에 희미하여 갔었던 것이다. 한참 동안이나 숙였던 고개를 들었을 때에 계순이의 볼에는 두 줄의 눈물이 빛났다. 나를 쳐다보는 그의 젖은 눈은 원망하는 듯도 하고 호소하는 듯도 하였다.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푹 빠진 눈, 툭 꺼진 볼, 수십 간의 와가가 단간의 초옥으로 변한 것과 같이 팽팽하던 전날의 용모는 여지없이 이지러져 버렸다. 끝까지 지조는 굳었고 마음속에 한 점의 흐린 흔적도 없었던 나였지만 그의 이지러진 자태와 호소하는 듯한 눈물을 대할 때에는 약간의 가책과 미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 동안은 멍멍히 할말조차 몰랐다. 「그러문 벌써들 이렇게 됐었군요.」 기대치 아니한 돌연한 연극에 적지아니 당혹한 노파는 이렇게 침묵을 깨뜨렸다. 「그러문 그렇지 시체 양반들이 지금까지 가만 있을 수 있나…… 찬찬히 앉아서 싸였던 회포들이나 마음껏 풀어들보시우.」 하고 노파는 한 걸음 먼저 나가버렸다. 노파의 아첨하는 어조가 지금 와서는 심히 불유쾌한 것이었다. 그리고 계순이에게 대하여서는 이렇게 노파를 따라온 내 자신을 한없이 부끄러워하였다. 그러나 이왕 한 걸음을 들여논 이상 그들의 현재에 이르른 곡절이 궁금하였다. 불과 수년 동안에 수십 간의 와가가 일간의 초옥으로 변하고 장안에서 손꼽던 여관이 뒷골목의 조그만 반찬가게로 변하고 금지옥엽같이 귀여워하던 딸의 처지를 알지 못할 괴상한 노파의 손에 맡기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도 큰 변화이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고자 하였다. 「어머니는 어데 가셨어요?」 겨우 입을 열어 그에게 묻자 방에 있던 그의 어머니는 미안한 듯이 문을 열고 나왔다. 「이게 웬일이요!」 너무도 의외의 해후에 그 역시 놀랐었다. 나는 묵묵히 반가운 마음을 표하고는 뒤미처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곡절입니까?」 감개무량한 듯이 길게 한숨 쉬는 그의 표정은 자못 어두운 듯도 하였고 어느덧 주름만이 잡힌 그의 얼굴은 부끄러운 마음에 약간 붉어지는 듯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극히 간단하였다. ―원래 부채가 많았었다. 그 위에 장사에 서투른 그들이라 경영하는 여관에서도 별로 이가 없었고 갚을 수 없는 부채는 점점 늘어갔다. 무서운 채귀의 독촉은 날로 심하였고 나중에는 별도리없는 그들은 결국 여관집까지 차압을 당하고야 말았다. 새파란 목숨을 끊을 수 없는 이상 목숨 붙어 있는 동안까지는 살아야 하는지라 할 수 없이 일간 초옥을 얻어가지고 애닯은 그날그날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너무도 단순하고 평범한 이야기였으나 그의 엄숙하고 감개 많은 어조는 무서운 진실성을 가지고 뼛속까지 젖어 들어가는 듯하였다. 흔히 있는 평범한 사실이지만 그것을 살과 피를 가지고 실지로 과정하여 온 그들에게는 결코 평범하고 단순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영락한 자태가 이것을 말하였다. 「그래서 그저 살림이구 말구 죽지 못하니 살아가지요.」 암담한 그의 어조에는 호화롭던 전날의 그림자는 한 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조만간 필경은 몰락하여 가고야마는 저들의 운명을 그들은 한 걸음 먼저 걸었을 뿐이었다마는 그들의 돌연한 삽시간의 몰락에는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애나 얼른 임자를 찾아 줘야 우리야 우리대로 살아가든지 어떻게 하든지 할터인데.」 이야기가 계순이의 일신상으로 떨어졌을 때에 나는 괴로왔다. 될 수 있는 대로 그의 일에는 접촉하고 싶지 않은 나는 다만 침묵할 따름이었다. 「나이는 차 가고 궁한 살림에 집에만 붙어 있어야 별수 없고……」 딱한 일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에 아무리 동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일만은 난들 어떻게 하랴. 과거에 있어서 이미 싸늘하던 나의 마음이 이제 와서 새로 끓어 오를 리는 만무하였다. 다만 전날에 있어서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왔던 것이 불행하였고 이제 와서 또다시 그들의 현재를 알게된 것만 실책이었다. 첫째로는 노파가 미웠고 다시 한층 내 자신이 비루하게 보였다. 「오래간만에 뵈니 이렇게 반가울 덴 없구려!」 그의 어머니는 모처럼 찾아온 나에게서 그 무슨 암시라도 얻으려는 듯하였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기를 두려워하는 나는 한시라도 속히 그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마침내 선명한 태도로 그 자리를 일어서려 하였다. 별안간 안방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한 사람의 사나이가 문득 마루에 나섰다. 전에 본 적 없던 초면의 사나이였다. 약간 상기된 듯한 그 사나이는 어쩐지 나를 한참이나 노려보았다. 나는 나 스스로의 시선을 옮겨 버렸을이만큼 험상궂은 시선이었다. 그는 똑같은 억센 눈초리로 계순 어머니와 계순이를 차례로 노리더니 나중에 계순이에게 무어라고 두어 마디 거칠게 끼어붓고는 맨머릿바람으로 황망히 밖으로 나가 버렸다. 괴상한 사나이었다. 그의 험상스런 태도는 더욱 알지 못할 것이었다. 무슨 까닭으로 초면의 나를 그렇게까지 노려보지 않으면 안되었던가. 그 험상궂은 사나이와 처녀와 어머니가 어두운 방안에서 무엇을 의논하고 무엇을 계획하였던가. 생각 안하려 하면서도 나는 여기까지 어둡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골서 온 일가 사람이랍니다.」 그의 어머니는 묻지도 않는 나에게 변명하는 듯이 이렇게 설명하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 변명도 필요치 않았다. 옳든지 그르든지 간에 나는 직각한 대로 믿을 수밖에는 없었다. 필연코 그 사나이에게도 나를 변명하기를 「시골서 온 일가 사람」이라고 하였을는지 모르니까.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그 집을 떠남에 점점 몰락하여 가는 그 집안과 계순이의 장례를 한없이 슬퍼하였다. 삼년 후― 이 짧은 삼년 동안 나의 생활에도 많은 변천이 있었으나 아직도 젊은 나의 마음을 퍽도 로맨틱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참담하고 비장한 로맨티시즘이었다.) 이 로맨틱한 마음에 항상 아름다운 꿈을 가슴에 품고 끊임없이 항구에서 항구로 옮아 다녔다. 쉴새없이 꿈을 찾는 마음에 항구는 가장 매력 있는 곳이었다. 맑은 거리, 붉은 등불, 밝은 술집, 푸른 술, 젊은 계집―푸른 하늘, 기름진 바다, 그 위에 뜬 배, 아물아물한 수평선―이 모든 것이 무조건으로 좋았다. 새파란 바다 건너 저쪽 편에는― 새파란 하늘 닿은 그 나라에는― 항상 무엇이 손짓하고 부르는 듯하였다. 아름다운 생각을 그편 하늘 멀리 날릴 때에 아물아물한 수평선은 어여쁜 처녀의 손짓과도 같았다. 그럴 때마다 배에다 꿈을 가득히 싣고 낮에는 바람에 돛대 달고 밤에는 달빛에 젖어가면 쉬지 않고 먼 나라로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아름다운 공상은 구체화하여 가서 필경은 실현되게 까지 되었다-―「방랑」이라는 시점 개념에 취하였던 박군과 나에게는 오래전부터 계획하여 오던 「해삼위행」을 마침내 단행할 날이 왔었던 거이다. 동해안의 어떤 항구였다. 푸른 하늘은 건강히 빛나고 오월의 바다는 유심히도 파랬다. 그 위에 꿈꾸는 듯한 배 한 척 그것이 우리를 싣고 떠날 배였다. 눈 코 뜰새없이 바빠야 할 출범의 전날이었으나 단지 붉은 몸 하나로 굴러다니는 방랑의 객이라 삼등 선표를 사서 주머니 속에 수습하니 우리의 항해의 준비는 그만이었다. 나머지의 반일을 그 항구의 마지막 날을 우리는 우리를 보내는 김군과 함께 항구의 술집에서 작별의 술을 나누기로 하였다. 앞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높이 서 있는 조그마한 카페는 정하고도 고요하였다. 오리알빛 같은 벽, 진홍빛 카텐, 스탠드 위의 푸른 화초 이 모든 것이 창으로 멀리 내다보이는 바다빛과 양기로운 조화를 띠고 있었다. 벽위의 괘종이 두시를 땡땡 울리는 고요한 오후였다. 「술!」 창 옆에 진 치고 앉은 우리는 알지 못하는 땅에 대한 꿈과 장래의 포부를 피로하여 가면서 술잔을 높이 들었다. 유리잔 부딪치는 소리가 옆에 앉은 계집아이의 가늘게 부르는 콧노래와 엎쳐서 고요한 카페 안에 반영하였다. 「흐르고 흘러서……」―애조를 담뿍 띤 유랑의 한 곡조가 이상히도 방랑의 흥을 북돋았다. 흐르고 흘서서―이것이 그나 우리나 피차의 운명일 것이다. 북은 서백리아가 되든 남은 남양이 되든 흐르고 흘러서 안주할 바를 모르는 것이 곧 피차의 자태였다. 아직 길 떠나지 않은 우리는 이제 이 항구 이 술집에서 이미 바다 먼 해외에나 나간 듯한 이국정서를 느꼈다. 계집아이는 심상치 않은 정서를 가지고 노래를 불렀다. 애수를 담뿍 품은 노랫가락은 면면히 흘렀다. 이제 이 고요한 술집 안에서는 모두들 제각각 자기들의 꿈을 꾸고 있었다. 노래 부르는 그 계집아이 노래에 귀기울이는 우리 세 사람, 그리고 아까부터 저 편 창기슭에 의지하여 시름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그 계집아이, 모두 흐르고 흐르는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듯이 순간 고요하였다. 「술이다!」 「잔 가득 부어라!」 모든 애수를 씻어버리고 나는 늠름히 소리쳤다. 마치 「꿈을 죽여라 행동이다!」하는 듯이 늠름히 부르짖었다. 노래 부르던 계집아이는 또다시 붉은 입술에 웃음을 띠면서 술을 따랐다. 우리는 모든 감상을 극복하려는 듯이 함부로 술을 켰다. 가득히 부으면 한숨에 켜고 켜고는 또 청하였다. 그러나 저편 창 기슭에 의지하여 시름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눈이 갈 때에는 알 수 없이 마음을 치는 것이 있었다. 직업을 떠난 그의 초연한 태도에는 술집 계집아이 아닌 품이 있었고 뜨거운 석양을 담뿍 등지고 잠자코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그의 모양에는 그 무슨 깊은 것이 있었다. 옛 꿈에 잠겼는지 현재를 한탄하는지 미래를 응시하는지 바다 건너편을 생각하는지 그곳의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지 시름없이 바다만 바라보는 그의 자태는 몹시도 애처로웠다. 나는 일어서서 그에게로 가보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으나 고요한 그의 기분을 깨칠까 두려워하여 술 따르는 계집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유리쨩!」 하고 그가 건너편을 향하여 부르자 바다만 바라보고 있던 그는 손수건으로 고요히 눈물을 씻으면서 이쪽을 향하였다. 얼굴 모습은 똑똑히 안 보였으나 흐트려진 머리, 눈물에 이지러진 분기가 흐릿하게 보였다. 그는 이쪽에는 아무 관심도 안 가지고 또다시 바다를 향하였다. 「아노히도이쓰데모, 나이데박까리이루노요.」 다마쨩은 이렇게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가 약 일주일 전에 이 카페에 왔다는 것, 카페 여급으로는 처음이라는 것, 따라서 손님 접대에 능란치 못하다는 것, 그의 과거에 대하여서는 한 마디고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 언제든지 혼자 눈물만 흘린다는 것……을 대충대충 추려서 이야기하였다. 그의 태도로 보나 이 이야기로 보다 센티멘탈한 부르조아 소녀가 아닐 것이매 그 역시 남과 같은 밝은 인생을 살아오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디로부터 흘러오고 장차는 어디로 흘러갈 슬픈 인생인가. 흐르고 흐르고…… 모두 똑같은 운명이로구나 하고 생각할 때에 서로 알지 못하는 그와 나지만 나는 그에게로 기울어지는 한 조각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멀리 방랑의 길을 떠나려는 이 마지막 날에 깊은 인생을 이해하는 듯한 그와 이야기라도 한 마디 건너보고 싶었다. 「유리꼬상!」 나는 마침내 그를 불렀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명상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대답을 못 얻은 나는 열적어서 그만 침묵하여 버렸다. 그러자 이 고요하던 카페는 새 손님을 맞아들이자 잔잔하던 공기를 깨뜨렸다. 정복한 일인 순사 한 사람과 형사인 듯한 사복한 사나이가 거칠게 문을 밀고 들어왔다. 정복 순사가 카페에 온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고 하기에 나는 문득 우리 세 사람 위에 무슨 불행이나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좋지 못한 첫 느낌을 받았다. 벼르고 벼르던 「해삼위행」이 또 깨어지나 보다 하는 불안에 떨었다. 「단나와 도꼬다?」 사복한 사나이는 이렇게 소리치더니 저 혼자 서슴지 않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방안을 자세히 휘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일은 일어나고야 말 형세였다. 우리는 속히 그 자리를 떠나려 하였으나 일이 벌써 이렇게 된 이상 그것은 더욱 불리할 듯하였다. 꼼짝없이 가만히 앉아서 당할 일이 있으면 당할 수밖에는 없었다. 우리를 노리던 그는 그 시선을 건너편 유리꼬에게로 옮겼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그에게로 가까이 가더니 나중에 정신없이 생각에 잠겨 있는 그의 등을 쳤다. 유리꼬는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더니 기절이나 할 듯이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는 무엇인지 높이 소리치더니 거칠게 그를 붙들었다. 심히 놀란 듯한 유리꼬는 말없이 몸을 빼칠려고 애썼다. 일을 당하는 것이 우리가 아니고 유리꼬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 우리는 적지 않은 안도를 느꼈으나 꿈꾸는 듯한 유리꼬에게 불행이 닥쳐오는 것을 볼 때에는 미안하고도 애처로웠다. 몸을 빼칠려고 무수히 애쓰던 유리꼬는 기진맥진하여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三行略)…… 별안간 막았던 보나 터지는 듯이 높은 울음소리가 유리꼬의 심장에서 터져 나왔다. 애를 못 이기고 설움을 못 이긴 듯한 울음소리였다. 나는 곧 일어나서 ……(一行略)……. 그러나 그것도 쓸데없는 무력한 의분에 지나지 못함을 깨달았을 때에 나는 애닯았다. 이층에 올라갔던 사복한 사람이 황망히 내려왔다. 그의 뒤에는 단나와 오까미상인 듯한 두 양주가 공손이 따라 내려왔다. 그들은 두 양주에게 무어라고 일르더니 쓰러진 유리꼬를 잡아 일으켰다. 「사 잇쇼니 유꾼다!」 필연코 밀매라도 하였거나 돈 많은 손님을 집어 먹었거나 하였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싫다고 발버둥치는 유리꼬를 그들은 그 옷 입은 그대로 흩어진 머리 그대로 눈물에 젖은 얼굴 그대로 그를 끌어냈다. 눈물에 젖은 그의 얼굴! 나는 이제야 그를 똑똑히 보았다. 나의 시선은 잠시간 그의 얼굴에 못박았었다. 그리고 두 번째의 찰나의 죽음!이 있었고 놀람과 동요의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유리꼬―그는 두말 할 것도 없이 계순이었다. 기모노를 입은 계순이었다. 나는 그에게로 달려들어 나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벌써 그는 문밖까지 끌려나간 뒤였다. 그 역시 나를 보지는 못하였다. 그것이 운명이었다. 폭풍우가 지난 뒤 같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모르는 나는 잠시 술집 주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이야기에 의하면 유리꼬는 일주일 전에 서울서 도망온 여자였다. 집이 가난하여서 어떤 사나이에게 「팔려」갔다가 난폭한 그 사나이에게 버림을 받자 두 번째 ××××에게로 「팔려」갔었다. 그러나 그가 징글징글하고 몹시도 싫어서 마침내 그 집을 벗어나서 멋대로 도망하여 왔던 것이다. 생각하지 말자 접촉하지 말자 하던 계순의 운명에 또다시 이렇게 스친 것을 나는 슬퍼하였다. 무슨 몹쓸 운명의 장난인가. 계순의 애처로운 마지막 자태가 문득 눈앞에 떠올랐다. 나는 전에 없던 애착을 이제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리고 그의 집안에 대하여서도 생각났다. 삼년 전에 보았던 그 집안은 지금 어떻게나 되었을 것인가. 뒷골목의 반찬가게 초가집, 그의 어미니 아버지, 나중에 단 하나의 외딸까지 이렇게 팔아먹게 된 그들의 몰락의 과정이 눈앞에 역력히 비치는 듯하였다. 계순의 자태가 또다시 눈앞에 떠올랐다. 나의 정신은 혼란하였다. 나로서 어떻게 하였으면 좋을지를 모랐다. 그의 뒤를 쫓아가 볼까. 그러나 무슨 소용이 있으리요. 그를 건지기에는 나는 너무도 무력하였다. 그리고 내일은 동무와 같이 해삼위로 떠날 날이다. 나는 미래에 대한 큰 뜻이 있다. 그 뜻을 위하여서는 나갈 대로 나가지 않으면 안되었다……다만 그에 대하여서는 마음으로부터 미안한 생각을 억제할 수 없었다. 동무들에게 끌려 카페를 나와 저물어 가는 해안을 걸어가는 나의 마음속에는 우울의 구름장이 뭉게뭉게 피어 올랐다. 바다와 항구와 거리를 헤매이고 헤매이고……나는 넓은 세상과 수많은 인간 생활을 활연히 해득하였다. 깃이 달린 심장에는 굳은 결심이 못박혔다. 마침내 나는 새빨간 피의 전부를 바쳐서…… 몸을 던졌다. 여름도 차차 늙어가는 작년 구월 ××총동맹의 위원의 한 사람인 나는 어떤 사건 조사의 책임을 지고 하르빈까지 갔었다. 의외에도 일은 쉽게 끝나고 예정보다는 이틀의 여유가 있었다. 동지 박군과도 오래간만에 만났고 나에게 하르빈은 처음 길이기도 하기에 나는 박군의 안내를 받아 하르빈의 사생활을 자세히 구경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나는 크고 작은거리도 구경하고 노서아 사람 많이 사는 유명한 키타야스카야 거리의 마굴도 엿보았다. 워트카에 취하여도 보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계집 소니야도 알았다. (소니야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밤의 하르빈은 더한층 아름다운 도회였다. 깊은 어둠 속에 총총히 박힌 등불이 하늘과 별과 연하여 보였다. 그날 밤에도 박군과 헤어진 나는 워트카의 취흥을 못 이겨서 시원한 바람을 쏘이면서 승가리 송화강(松花江) 연안을 거닐었다. 아름다운 하르빈의 야경과 승가리 강을 불어 건너오는 싸늘한 바람에 무상의 쾌감을 느끼는 나는 강 연안을 거닐면서 한 걸음 두 걸음 조그만 중국 사람 거리로 발을 옮겨 놓았다. 얕은 집, 수많은 노점, 바퀴 작은 수레, 불유쾌한 취기……어느덧 나는 강 연안을 벗어져나서 중국인 거리의 복판까지 들어갔었다. 야경은 해삼위보다 낫고, 복잡하기는 상해에 어림없고, 아름답기는 청도에 몇층 떨어지고, 번화하기는 서울의 몇곱절이고…… 이렇게 막연히 하르빈을 비평하면서 취흥에 끌린 나는 그칠 바를 모르고 거리에서 거리로 몽유병자같이 자꾸 걸어 들어갔다. 그렇게 함부로 걷는 동안에 길을 어떻게 들었는지 나중에 나는 조그만 알지 못할 거리에까지 갔었다. 등불도 없고 인기척도 없는 어둡고 고요한 거리였다. 그 거리를 굽어서 더욱 작은 거리로 몇 간 걸어가자 나는 지붕도 없고 처마도 없는 석유통같이 네모지게 짠 괴상한 집이 졸로리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중 몇 집만은 문이 열려 있고 그 안에서 행길로 향하여 희미한 등불이 흘러나왔다. 흐릿한 정신에도 괴상한 느낌을 받았다. (빈민굴이로구나!) 하고 나는 생각하였다. 세상에 도회 쳐놓고 빈민굴 없는 곳이 없다. 굉장한 돌집이 즐비하여 있는 그 반면에 반드시 쓰러져가는 빈민굴이 숨어 있으니 이 뼈저린 대조를 현재의 도회는 모두 보이고 있다. 하르빈의 빈민굴은 또한 어떠한 것인가를 보아 두어야 할 것이매 나는 늘어 있는 집 앞으로 가까이 걸어갔다. 희미한 등불이 흘러나오는 집 문간에까지 가까이 가 안을 흘낏 엿본 나는 그자리에 장승같이 서 버리고 말았다. 그 속은 한 간의 방이었다. 방안에는 높직한 단이 있고 단 위에는 자리와 요가 펴 있었다. 그 위에 젊은 중국 여자가 두 다리를 뻗고 음란히 앉아 있었다. 두 팔을 드러내 놓고 새파란 중국복에 싸인 젊은 여자였다. 그는 나를 보았는지 이쪽을 향하여 웃음을 던지며서 손짓을 하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두 다리를 안으로 쪼그리고 두 팔로 웃옷을 걷어 올리더니 발가벗은 하반신을 서슴지 않고 나타내 보였다. 새파란 옷과 희미한 등불에 비쳐 그것은 마치 신비로운 황홀의 연못 그것으로 보였다. 백설 같은 현란한 감각에 현기를 느끼는 나는 정신없이 몽롱히 서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두 사람의 거한이 비틀걸음을 치면서 방안으로 들어가더니 음란하게 여자에게로 달려들었다. 어느결엔지 판장문이 덜컥 닫치고 문 잠그는 쇠 소리가 들려왔다. (마굴이다!) 나는 그것이 빈민굴이 아니고 마굴임을 깨달았다. 전율할 만한 마굴―그 속에서는 어떤 무서운 죄악이 일어나는지도 생각할 새 없이 한번 불지른 이상 타오르는 새빨간 관능의 불길에서 나는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 없었다. 아직까지도 몽롱히 서 있던 나는 부끄러운 말이지만 몇간 건너 역시 행길로 향하여 희미한 등불이 흘러나오는 그곳으로 발을 옮겨 놓았다. 방안에 똑같이 차린 중국 소녀가 앉아 있었다. 새파란 옷, 흰 팔, 눈부신 감각……나는 아무 것도 반성할 여유없이 서슴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룻밤에 몇놈이나 거친 사나이에게 부대끼는지 젊은 중국 소녀는 피로할 대로 피로한 듯이 손님이 들어가도 머리도 들 생각하지 않고 나른히 앉아 있었다. 아까의 소녀와 같이 난잡한 추태도 지어 보이지는 않았다. 너무도 잠잠한 그의 태도에 나는 기가 빠졌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 들어온 이상 염치 불구하고 그의 옆에 가 주저앉으면서 전신을 그에게로 쏠렸다. 그리고 두 팔로 그의 목을 걸어 졸고 있는 듯이 숙인 그의 얼굴을 번쩍 들었다. 「응?」 순간! 나의 전신은 화석하여 버린 듯하였다. 놀람, 의혹, 동요의 회오리바람이 세번째 또 불었다. 그 회오리바람이 지나가자 그의 목에 걸었던 나의 두 팔은 힘없이 떨어져 버렸다. 눈의 착각이나 아닌가 하여 나는 두 눈을 비비고 또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미 주기조차 깨어 버린 나의 인식에는 한 점의 틀림도 없었다. 확실히 그였다. 무슨 괴이한 인연인가. 멀고 먼 외국의 밤 낯 모르는 도회의 어두운 이 한 귀퉁이에서 그를 또다시 이렇게 만날 줄야 꿈엔들 생각하였으랴. 거짓말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항상 그런 괴이하고 심술궂은 트릭을 좋아하는 얄미운 계집아이같다. 「무슨 인연입니까? 네? 계순씨!」 풀 죽은 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나를 힘있게 붙들었던 그는 말없이 나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쳐 울 따름이었다. 어디서인지 돌연히 몇사람의 거친 호인이 몰려 들어왔다.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가 그들에게서 흘러 왔다. 그들의 침입에 나는 적지아니 놀랐다. 「오늘 저녁 이 조선 계집애는 내 차지다.」 그 중의 한 자가 술김에 똑똑지 못한 청어로 이렇게 지껄이면서 나를 무시하여 버리고 쓰러져 있는 계순의 등을 잡아 일으켰다. 잇따라 또 한 놈이 비틀비틀 달려들었다. 나는 크나큰 모욕과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계순이를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느꼈다. 그자리에 일어서서 아무 분별없이 나는 그에게 달려드는 놈의 팔을 뿌리치고 주먹을 하나 안겼다. 세 놈은 무서운 기세를 가지고 일제히 나에게 달려들 형세이었다. 나 한사람과 장대한 세 사람의 거한과 물론 나는 능히 당할 바가 아니었다. 계순이는 나의 팔을 붙들면서 말렸다. 그러나 문득 나는 뒤에 서 있는 장승같이 후리후리한 사나이를 발견하였다. 그런 속을 짐작하는 나는 눈치 빨리 주머니 속에서 집어낸 몇장의 지폐를 그 사나이의 손에 얼른 쥐어 주었다. 그 사나이는 나에게 만족한 듯한 웃음을 보이고 높이 호령을 하더니 세 놈을 밖으로 쫓아냈다. 그리고 자기도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우리는 겨우 안심하고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안존한 마음으로 그렇게 대면하여 앉기는 낙원동 여관서의 작별 후 꼭 십년만이었다. 나는 전무후무 처음으로 그의 손을 잡아 보았다. 그 역시 생전 처음으로 나에게 몸을 의지하였다. 이제는 피차에 부끄러운 마음도 아무 것도 없었다. 산 설고 물 설은 이역에 와 있는 외로운 두 개의 혼이었다. 우리는 벌써 살 파는 사람, 살 사러 들어온 사람은 아니었다. 그 경지를 높이 초월한 두 개의 고결한 영혼이었다. 그에게 대하여 나는 이제 전에 없던 사랑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욕심 많은 한 개의 사나이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오빠나 어머니로서의 위대한 사랑이었다. 나는 오빠의 사랑을 가지고 그를 안았다. 그는 어머니에게나 안기는 듯이 나를 신뢰하였다. 외로운 땅에 와 어머니의 사랑에도 많이 주렸을 것이다. 어머니―어머니라면 대체 그의 어머니는 어떻게 되었을 것인가. 외딸을 이렇게 버려 놓고 망쳐 놓지 않으면 안된 그의 어머니를 나는 물어 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새롭게 용솟음쳤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한 마디를 말하였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라요.」 「…………」 그러면 대체 어떻게 되었단 말인가. 모를 노릇이다. 그러나 나는 더 물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한시라도 속히 둘이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를 더 이상 이대로 그 무서운 곳에 버려 둘 수는 없다. 어머니를 찾든지 새 생활을 도모하든지 어쩌든지 서울까지라도 같이 데리고 가야 할 것이다 고 나는 결심하였다. 「자 이대로라도 속히 나와 같이 갑시다.」 「네? 가다니요!」 그는 놀라서 거절하였다. 그리고 마굴 안의 무서운 제도와 호인의 포악무도한 제재를 대강 이야기하였다. 만약 들키면 두 사람의 생명이 위태하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를 설유하고 용기를 붇돋아 주었다. 주인의 양해를 얻어서 요구하는 대가로 그의 몸을 빼내려고까지 계획하였을 때에 계순이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한참이나 있다가 그는 극도의 절망한 태도로 서슴지 않고 두 팔을 걷어 보였다. 가련한 일이었다. 두 팔 어깻죽지 할 것 없이 흰 살 위에는 무서운 자색 반점이 군데군데 솟아있었다. 감염된 외국인의 독한 병독으로 하여 젊은 살이 점점 썩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놀랐다. 그러나 침착한 태도로 그를 위로하고 굳은 결심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일찍이 상당한 액을 변통하여 가지고 와서 주인과 담판하여 모든 일을 결정하기로 굳게 약속하여 놓고 그곳을 나왔다. 번잡하던 도회는 고요히 잠들고 이역의 밤은 깊었다. 취중에 정신없이 헤매이던 거리지만 맑은 정신에는 극히 단순한 거리였다. 나는 손쉽게 거리거리를 빠져서 마침내 밤 이슥히 박군의 숙소를 찾았다. 경성행을 하룻동안 연기하기로 하고 이튿날 아침 일찌기 나는 박군의 호의로 상당한 금액을 수중에 차고 박군과 같이 어젯밤 그곳을 찾아갔다. 수면 부족으로 흐린 나의 머리속에는 전날밤 일이 마치 필름 같이 전개되었다. 생각하고 생각하여도 계순의 이때까지 운명이 너무도 참혹하였다. 그러나 생활이란 항상 「이로부터다」. 이로부터 사람답게 뜻 있게 살아간다면 그만 아닌가. 나는 모든 것을 억지로라도 밝게 생각하려 하였다. 승가리 강을 옆으로 끼고 어제 걷던 거리거리를 찬찬히 찾아 내려가면서 결국 그곳까지 갔었다. 석유통같이 네모로 짠 집들, 그것은 낮에 보니 더한층 참담한 것이었다. 그 속에 계순이가…… 모두 거짓말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오죽이나 좋으랴. 아직 문이 닫친 집도 있고 열린 집도 있었다. 우리는 몇집을 거쳐놓고 그것인 듯 짐작되는 집 앞까지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좁은 방안에 이삼인의 호인이 들어서 황망한 태도로 무엇인지 수군수군 의논하고 있었다. 우리의 들어감을 보고 그들은 깜짝 놀라 일제히 이쪽을 향하였다. 그중의 후리후리한 사나이는 주인인 듯한 어젯밤의 그 사나이었다. 나는 그들을 헤치고 들어가서 무엇보다도 먼저 단 위의 계순이를 찾았다. 이불을 푹 쓰고 있는 그는 아직까지 잠자고 있는 듯하였다. 나는 단 위에 올라가서 그를 깨웠다. 후리후리한 사나이는 나를 붙들면서 만류하는 듯하였다. 그것도 불구하고 나는 깨웠다. 흔들었다. 그러나 그의 잠은 너무도 깊이 들었었다. 너무도 깊이―영원히 깊이. 나는 황망하였다. 정신이 산란되었다. 다시 흔들고 흔들었으나 맥은 이미 끊어졌고 전신은 싸늘하였다. 해쓱한 얼굴을 들여다 보았을 때에 나의 가슴은 무너지는 듯이 비통하였다. 「계순이 계순이!」 뜨거운 눈물에 세상이 캄캄하여졌다.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눈물 사이로 나는 그의 머리맡에 놓인 조그만 약병과 한 장의 그발을 발견하였다. 나에게 주는 유서였다. 눈물을 뿌려가면서 나는 그것을 내려 읽었다. 찬호씨 놀라지 마세요. 경솔하다고 책하지 마세요. 저의 취할 길은 이밖에는 없었읍니다. 이 몸을 가지고 어데가서 무슨 새 생활을 꾸며 보겠읍니까. 결국 일각일각 죽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니 차라리 한시라도 속히 죽어 버리는 것이 편할 줄로 믿었읍니다. 너무나 고마운 생각에 죽어도 한이 없읍니다. 이 밤에 저에게 보여주신 고결한 사랑, 저는 마지막으로 사랍답게 살았습니다. 아무 것도 한할 것이 없어요. 다만 세상은 저에게 너무도 쓰렸읍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서울서 작별한 것이 마지막 작별이었읍니다. 저보다도 더 불쌍한 이들이예요. 이 낯설은 땅에 와 있어도 그이들만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읍니다. 죽은 뒤에 뼈나 추려 주세요. 그 뼈라도 어머니의 품에 들어간다면 저에게는 더 없는 기쁨이겠읍니다. 계순 쏟아지는 눈물을 나는 금할 수 없었다. 싸늘한 그의 얼굴을 들어 마지막으로 품에 안아 보았다. 그의 말도 옳기는 옳다마는 어젯밤에 약속까지 하여 놓고서 왜 이렇게 죽는단 말인가. 낯설은 땅 이 한 구석에서 이별한 지 오래인 아버지 어미니도 못 보고 반 오십의 젊은 청춘을 죽어버린다는 것은 너무도 비참하였다. 나와 박군과 세 사람의 호인은 그를 둘러싸고 앉아서 외로운 영을 위하여 묵도를 올렸다. 비통의 눈물은 참회의 눈물로 변하였다. 반은 나의 죄라고 할까. 그러나 반은 누구의 죄인가? 빌어먹을 놈의 ××이다. 어금니로 바작바작 씹고 씹고 씹고 또 씹어도 시원치 않을 놈의 ……이다. 나의 새빨간 심장에는 무서운 저주와 굳은 신념의 연륜이 또 한 바퀴 새겨졌다. 이 새빨간 염통이 두 조각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맺히고 맺힌 원한만은 풀어주고야 말 것이다. 그의 영시 앞에 고개 숙이고 앉은 나는 마음속 깊이 그의 외로운 영혼과 맹세지었다. {{PD-old-70}} 7737yz7vq1qj6wrej9q7yqm5dj50es6 행진곡 0 17292 426855 143707 2026-05-04T07:12:34Z ZornsLemon 15531 426855 wikitext text/x-wiki {{머리말 |제목 = 행진곡 |저자 = [[저자:이효석|이효석]] |역자 = |부제 = |연도 = 1929년 |이전 = |다음 = |설명 = 《朝鮮文藝》 2호(1929.6)에 게재. }} 혼잡한 밤 정거장의 잡도를 피하여 남과 뒤떨어져서 봉천행 삼등차표를 산 그는 깊숙이 모자 밑 검은 안경 속으로 주위를 은근히 휘돌아보더니 대합실로 향하였다. 중국복에 싸인 청년의 기상은 오직 늠름하였다. 조심스럽게 대합실 안을 살펴보면서 그는 한 편 구석 벤취 위에 가서 걸터앉았다. 찻시간을 앞둔 밤의 대합실은 물끓듯 끓었다. 담화, 환조, 훈기, 불안한 기색, 서마서마한 동요, 영원한 경영, 엄숙한 생활에 움직이고 움직였다. 그 혼잡의 사이를 뚫고 괴상한 눈이 무수히 반짝였다. 시골뜨기같이 차린 친구―희조한 도리우찌, 어색한 양복저고리 짧고 깡또한 바지 어디서 주워 모았는지 너절한 후까 고무 게다가 값싼 금테 안경으로 단장한 그들의 눈은 불유쾌하리만치 날카롭게 빛났다. 영리한 그에게 이 어색하게 분장한 「시골뜨기」쯤야 감히 두려울 바가 아니었지만 피로를 모르고 새롭게 빛나는 그들의 눈은 몹시도 불유쾌하고 귀치않은 존재였다. 그것은 길을 막고 계획을 부수려고 노리는 무서운 독사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생활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고맙지도 않은 존재였다. 그만큼 그의 전생활은 말하자면 초조와 불안의 연쇄였다. 가정이 있고 아내가 있고 일신을 보호하여 주는 사회와 법률이 있는 그런 것이 그의 생활은 아니다. 지혜를 짜고 속을 태우고 용기를 내고 힘을 쓰고 하루면 스물 네 시간 일년이면 삼백 육십 오일의 모험이 있고 죽음이 있다. 이것이 그의 생활이었다. ―이러한 자기의 처지와 주위의 군중을 대조하여 생각할 때에 그는 침울하여졌다. 「나는 뭇사람을 위하여 일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알고 있을까(물론 알아 달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누구라는 것을 이 호복 입은 사내가 대체 무엇이라는 것을 짐작이라도 할까. 이 조마조마한 애타는 가슴속―그것은 계집애를 생각해서가 아니다―을 살펴줄 수 있을까. 끓는 청춘의 혈조를 초조와 모험에 방울방울 태워 버리고마는 나 그것을 이해는커녕 오히려 경멸하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그들,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그들, 가난은 모두 전세의 죄라고 밖에는 생각할 줄 모르는 그들, 그들과 나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어쩔 수 없는 구렁이 있다.」 이 급하고 긴장된 순간에도 그는 쓰린 공허를 느꼈다. 건질 수 없는 영원의 공허를 느꼈다. 평생에「생각」이라는 것을 경멸하여 온 그였마는 때때로 문득 이렇게 생각나고 반성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대합실, 혼잡, 환조, 불안, 동요, 반짝이는 눈, 계획, 직무―현실에 돌아왔을 때에 다시 생각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결심에 불질렀다. 「왜 이렇게 어리석게 생각하는가, 군중에 휩쓸려 춤추어라. 빛나는 눈을 속여 계획하여라. 일하여라. 천만번 생각하여도 생각은 생각이다. 세상에 「생각」이라는 것이 해 놓은 무슨 장한 일이 있는가. 있다고 하여도 그것은 다 거룩한 「행동」의 뒤끄트러기에 지나지 못한다. 처음에 「행동」이 없다면 별수없이 굶어 죽었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을 것이다. 책상 구석에서 뽐내고 진리니 콧구멍이니 외치지 말아라. 한끼의 밥이 없었다면 철학자의 대가리가 다 무엇 말라 죽은 것이냐. 생각보다는 행동하자! 나가자! 일하자!」 언제든지 결국은 정해 놓고 도달하는 이 결론에 다다랐을 때에 그의 결심의 빛은 또다시 새로웠다. 「봉천행 봉천차―」 역부의 외치는 우렁찬 목소리가 대합실에 울리자 소란히 움직이는 군중에 휩쓸려 그는 가방을 들고 늠름하게 자리를 일어섰다. 뒤로 돌아서 남모르는 동안에 코밑에 수염을 붙였다. 모자는 될 수 있는 대로 깊숙이 쓰고 호복은 될 수 있는 대로 질질 끌면서 개찰구로 움직여가는 군중 속에 섞여 버렸다. 위대한 흐름이었다.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생활의 위대한―그것은 절대의 흐름이다. 대합실 개찰구 층층대 플랫포옴, 열차에까지 뻗힌 흐름―그것은 위대한 흐름이었다. 구하러 가는 사람, 찾아가는 사람, 계획하러 가는 사람들―모든 생활자의 위대한 흐름을 휩싸고 밤 정거장은 비장한 교향악을 울렸다. 이 살아있는 군중을 볼 때에 그의 용기는 백배하였다. 「불이 번쩍 나게 부딪쳐라!」 아침에 회관에서 작별한 동지의 말소리가 다시 귀에 새로웠다. 열차는 출발의 의기에 씩씩하였다. 차안은 수많은 얼굴에 생기 있었다. 의지, 결심, 창조, 얼굴, 얼굴, 얼굴, 얼굴, 얼굴‥‥‥ 얼굴―혼잡한 사이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수염을 떼고 안경을 벗고 수많은 얼굴을 휘돌아보았을 때에 그의 시선은 건너편 구석에 있는 어떤 얼굴 위에 머물렀다. 그것은 몹시도 핼쓱하고 부드럽고 약간 강한 맛을 띠인 듯한 소년이었다. 다 낙은 양복이며 깊이 쓴 캡이며 흡사 활동사진에 나오는 유랑하는 소년이었다. 다만 빛깔이 너무도 희고 연하고 가늘 따름이었다. 그는 일어나 소년의 앞으로 가서 그의 어깨를 잡았다. 소년은 기급이나 할 듯이 깜짝 놀라 깊이 숙였던 얼굴을 들었다. 한참동안이나 그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겨우 안도한 듯이 후둑이는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웃음을 띠고 입을 방긋 열었다. 「나는 또 누구시라구요.」 「그렇게 놀랄 것이야 있습니까?」 하고 청년도 웃음을 띠어 보였다. 「그런데 웬일이세요?」 소년은 청년의 의외의 복색을 괴이히 여기면서 아래 위를 훑어보았다. 「일이 좀 있어서 봉천까지 갈렵니다.」 청년은 나직이 소년에게 속삭였다. 「봉천이요?」 「네, 일이 잘 되면 더 들어가구요.」 청년은 주위의 눈을 꺼려서 나직한 목소리로 뒤를 흐리쳐 버리고 말길을 돌렸다. 「어데로 이렇게 갑니까?」 「어덴지도 모르지요.」 소년의 목소리는 별안간 낮아졌다. 「어덴지도 모르다니요?」 「닿는 곳이 가는 곳이예요.」 눈물겨운 소년의 목소리에 청년의 얼굴은 흐려졌다. 「혼자요?」 「글쎄요, 또 좇아오는지도 모르겠읍니다.」 하고 소년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대관절 어젯밤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하고 청년은 암담한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았으니 그 가운데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잠겨 있었다― 그 전날 밤이었다. 오후 여섯시를 지나 도회의 밤이 시작될 때 노동숙박소 안은 바야흐로 생기를 띠어갔다. 노동하러 갔던 사람, 일 못 잡아 해진 거리를 헤매던 사람, 집도 절도 없는 사람―도회의 배반받은 모든 불행한 사람이 해만 지면 하룻밤의 잠자리를 구하여 도회의 찌그러진 이 집안으로 와글와글 모여들었다. 그러나 일류미네이션과 헤드라이트와 사이렌으로 들볶아치는 거리에 비하여 뒷골목의 우중충한 이 숙박소는 버림을 받은 듯이 쓸쓸하였다. 주머니가 든든하니 생활에 윤택이 있단 말인가. 계집이 있으니 세상에 재미가 있단 말인가. 한 닢의 은전으로 때를 에우고 얇은 백통전으로 하룻밤의 꿈을 맺으니 합숙소의 밤은 단순하고 쓸쓸하였다. 다만 이슥히까지 각 방에서 새어나오는 이야기 소리, 코고는 소리가 묵묵한 단조를 깨칠 뿐이다. 생판 초면의 사람이 예닐곱씩 한방에 모인다. 그 사이에는 체면도 없고 점잖음도 없고 겉 반드름한 예절도 없다. 거칠고 무미는 하나 솔직하고 거짓이 없다. 피차에 성도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외마디에 그들은 마음을 받고 두 마디에 사이는 깊어지고 하룻밤 이야기에 온전히 단합하고 화하여 버렸다. 북편 구석에 외따로 박혀 있는 칠호실도 이제 이야기의 꽃이 피었다. 벌써 여러 해를 두고 그 방에 유숙하고 있다는 윤서방과 홍서방 외에 감옥에 가본 일이 있다는 사나이, 항구에서 왔다는 젊은이, 아라사에 갔다 왔다는 청년, 모두 색다른 사람이 모였었다. 홍서방은 낮 노동에 피곤함인지 먼저 잠들고 나머지 사람사이에는 목침돌림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모인 사람이 각각 색다르니만큼 그들의 이야기도 형형색색이었다. 세상 이야기, 고생 이야기, 감옥 이야기, 항구 이야기, 배 이야기, 아라사 이야기, 이 밤의 칠호실은 조그만 세상의 축도였다. 거기에는 넓은 세상의 지식이 있고 피로 겪어온 체험이 있고 똑바른 인식이 있었다. 대낮의 거리에서 양장한 색시에게 달려들어 여자를 기절시키고 보름 동안의 구류를 당하고 나왔다는 윤서방의 이야기도 흥미있는 것의 하나였으나, 원산서 해삼위까지 캄캄한 선창에 숨어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밀항을 하였다는 항구 젊은이의 이야기 노서아 어떤 도회에서 노동자의 시위 행렬에 참가하여 거리에서 노래부르고 ××기를 휘둘러 보았다는 아라사 갔다 온 청년의 이야기는 여러 사람의 열과 감동을 자아냈다. 더구나 청년의 가지가지의 불만과 조리닫는 설명은 그들의 산만한 지식에 통일을 주고 생각 못하던 것을 띠어주었다. 그리고 그의 힘찬 결론은 듣는 사람의 피를 뛰놀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방안이 이야기에 정신 없을 때에 낯모르는 소년이 하나 들어왔다. 이야기는 그치고 방안의 주의는 그리로 향하였다. 낡은 양복에 캡을 깊숙이 쓰고 얼굴빛 해쓱한 소년이었다. 역시 하룻밤의 안식을 구하여 온 불쌍한 소년이었다. 거친 사내들이 들끓는 노동 숙박소는 얼굴이 해쓱하고 가냘픈 소년의 올 곳이 못된다. 귀한 집 자식이면 집에서 밥투정을 해도 아직 망발이 안될 그 나이에 아무 걱정 없이 학교에 가서 공부에만 힘써야 할 그 나이에 이렇게 거친 파도에 밀려 세상의 참혹한 이면에 찾아오지 않으면 안된 소년의 운명이 첫눈에 애처로왔다. 꼿꼿하고 단단은 해보였으나 얼굴 모습이며 몸집이며 부드럽고 연약한 소년이었다. 어쩐 일인지 그는 맹수에게 쫓기는 양과 같이 겁을 집어먹고 불안에 씰룩씰룩 떨었다. 마치 옛이야기에 나오는 「불쌍한 소년」이었다. 「어데서 오는 소년이요?」 하고 물었을 때에 대답은 하지 않고 소년은 쓰다가 버린 숙박 신입서 한 장가과 숙박권을 내 보였다. 열 여덟 살 되는 직업 없는 소년이요, 내숙의 이유는 역시 잘 데 없는 까닭이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 별다는 사항도 쓰여 있지는 않았으나 소년의 불안한 기색과 조심스런 태도로 보아 신변에 어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 확실하였다. 「무슨 불안한 일이나 있오?」 「아라사」가 부드럽게 물었을 때에도 소년은 깊이 쓴 모자를 더욱 깊이 쓰면서 대답을 주저하였다. 밖에서 수군수군하는 이야기가 들리고 별안간 바람이 문을 획 스치자 소년은 기급이나 할 듯이 놀라면서「아라사」의 팔을 꽉 붙들었다. 광채 나는 눈으로 문을 바라보는 그의 전신은 부르르 떨렸다. 그는 마침내 좌중을 돌아보면서 안타까운 목소리로 애원하였다. 「저의 몸을 좀 숨겨 주세요!」 「…………? !」 좌중은 이 당돌한 애원에 영문을 몰라서 멍멍하였다. 「제발 잠깐만 은신을 시켜주세요.」 재차 애원하는 목소리는 눈물겨웠다. 「아라사」는 소년의 팔을 붙들면서 물었다. 「무엇에 쫓겼단 말요?」 「네, 저를 잡을려는 사람이 있답니다.」 「순사란 말요?」 「아니예요, 얼른 좀 감춰 주세요.」 밖에서는 발자국 소리가 저벅저벅 났다. 어쩔 줄 모르는 소년은 초조한 마음에 자리를 일어서서 설설 헤매었다. 차마 볼 수 없는 정경이었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애가 다 탔다. 한시라도 주저할 경우가 아니다. 어디다 감춰주면 좋을까. 이불 속에? 그것은 너무도 지혜 없는 은신일 것이다. 좌중은 초조와 당혹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눈치 빠른 「아라사」는 벌떡 일어서서 건너편 벽장을 손쉽게 열었다. 민첩하게 소년을 들어서 벽장 속에 넣고 부리나케 문을 닫아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벽장을 닫치기가 바쁘게 밖에서 기침소리가 높이 들리더니 방문을 연다. 일동은 긴장된 마음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순사는 아니었다. 삼십이 넘어 보이는 수염 거칠은 사내와 키가 후리후리한 중국 사람 하나가 문밖에 서서 말도 없이 염치 좋게 방안을 살펴보았다. 자세히 훑어보고 또 훑어보았다. 고개를 갸웃하고 생각하다가는 의심스런 눈으로 또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찾는 대상이 없음을 깨달았을 때에 두 사람은 무어라고 한참 지껄이더니 마침 수염 거칠은 사내가 방안 사람을 보고 물었다. 「캡 쓴 아이 하나 여기에 안왔읍니까?」 「안 왔오!」 아무 주저 없이 「아라사」는 한 마디로 엄연히 대답하여 버렸다. 「정녕 안 왔오?」 「캡 쓰고 양복 입은 아이 말요.」 의심겨운 사내는 추근추근 또한번 물었으나 「아라사」의 여일한 대답은 반감을 일으킬만치 엄연하였다. 「안 왔달 밖엔!」 사내는 어그러진 기대에 노기를 품었는지 방안을 노려 보더니 문을 닫고 호인과 무엇인지 의논하면서 나가 버렸다. 방안의 긴장은 겨우 풀렸다. 쭉 일어나 섰던 그들은 안심하고 자리에 앉았다. 겨우 안도가 왔다. 「다들 갔어요?」 하고 소년은 벽장문을 열고 뛰어나왔다. 적지아니 안심한 듯하였으나 불안한 기색은 아직도 다 사라지지는 않았었다. 너무도 고마운 그들에게 대하여서는 무엇이라고 사의를 표하였으면 좋을는지 몰랐다. 「대체 그가 누구란 말요?」 「제 당숙이예요.」 「당숙에게 왜 쫓깁니까?」 「…………」 소년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러나 하도 여러 번 묻자 그는 나중에 눈물겨운 소리로 그의 과거와 전후 곡절을 대강대강 이야기하였다. ―고향은 황해도의 어떤 해변이었다. 몇해 전에 단 하나 믿었던 형을 잃어버리고 나니 할 수 없이 늙은 어머니와 그는 당숙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당숙은 원래 넉넉지 못한데다가 술이 과하였다. 그후에 장사를 하네 무엇을 하네 하고 동리의 거상인 중국인에게서 많은 빚을 냈다. 갚을 능력이 없는 그에게는 이것이 점점 큰 짐이 되었다. 나중에 할 수 없이 그는 중국인의 요구대로 당질을 호인의 손에 넘기게 되었다. ―호인은 소년을 배에 싣고 중국으로 데리고 들어가려 하였다. 괴상한 뱃속에서 소년은 공포와 고독에 울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항상 몸을 빼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마침 배가 어떤 조그만 섬에 돛을 내렸을 때이었다. 소년은 그와 운명을 같이 한 자기 또래의 동무들과 계획하여 대담히도 탈선을 꾀하였다. 어둠 깊고, 바다 검은 어렴풋한 달밤이었다. 무서운 선인들의 눈을 피하여 그들은 완전히 섬 속에 몸을 감출 수 있었다. 섬 사람들의 동정과 호의로 인하여 섬배를 타고 다시 서해안으로 건너왔을 때에 소년은 그 길로 즉시 서울로 향하였다. 그러나 벌써 그 기미를 알아차린 호인은 뒤를 밟아 당숙을 끌고 서울까지 쫓아왔었다. 낡은 양복과 깊은 캡에 감쪽같이 분장은 하였으나 눈치 빠른 그들은 용하게도 뒤를 쫓았던 것이다. 의지할 곳 없는 가정, 몹쓸 당숙, 어린 소년, 흉한 호인― 흔히 있는 일이다. 좌중은 이 어린 소년의 기구한 운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여기까지 뛰어 들어왔습니다.」 하면서 소년은 눈물을 씻었다. 「아까의 그들이 바로 당숙과 그 호인이오?」 「그렇답니다.」 소년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방안에는 벼락이 내렸다. 소년은 파랗게 질려서 그자리에 화석하여 버린 듯하였다―문이 번개같이 열리면서 아까의 수염 거칠은 사내와 호인이 또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노기에 상은 찌그러지고 거칠은 수염이 밤송이 같이 까스러졌었다. 날쌔게 그 사내는 문지방에 몸을 걸치더니 소년의 팔을 거칠게 잡아 나꾼다. 「이년아, 가면 네가 어딜 간단 말이냐!」 소년을 보고 별안간에 년이라고 하는 모순된 말소리에 방안은 다시 놀랐다. 모두 멍멍하여 말할 바 조차 모르고 사내와 소년을 등분으로 바라보았다. 사내는 반항하는 소년을 온전히 끌어당겼다. 노기에 전신을 떨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못된 계집아이 같으니, 요리조리 피해 다니면 어떻게 할 소견이라 말이냐?」 하면서 험상궂게 소년을 쥐어 박았다. 그 바람에 깊이 썼던 소년의 모자가 벗어져 달아나고―방 사람의 놀람은 컸다―. 서리 서리 틀어 올렸던 머리채가 거멓게 풀려 내렸다. 가냘프던 「소년」은 별안간 늠름한 처녀로 변하였다. 가는 눈썹, 흰 이마, 검은 머리 다시 보아도 늠름한 처녀였다. 방안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듯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중세기의 연극에서난 일어남직한 일이지 현실에서는 생각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엄연히 그는 늠름한 처녀였다. 「당숙 말대로 하면 그만이지 어린 계집년이 이게 무슨 요망한 짓이냐? 응?」 당숙이란 자는 호인에게 대한 변명인 듯도 하게 호인을 바라보면서 처녀를 꾸짖었다. 그러나 처녀는 말없이 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굴면 굶어만 죽지 별수 있나?」 「죽어도 좋아요, 그런 놈에게는 가기 싫어요.」 참을수 없어 처녀는 느끼는 목소리로 대꾸를 하였다. 「그래도 요망을 피우네. 집의 늙은 어머니를 좀 생각해 봐라.」 하면서 그자는 처녀를 모질게 끌어냈다. 「이 안된 놈아!」 잠자코 있던 「아라사」는 불끈 일어나서 다짜고짜로 궐자를 주먹으로 쥐어박아 그자리에 쓰러뜨렸다. 예기치 않은 공격에 힘없이 쓰러진 그는 다시 일어나서 대적하였다. 「아라사」의 의분도 크니만치 그 사내의 위세도 험상궂으니 만치 두 사람의 싸움은 맹렬하였다. 문밖에는 어느덧 사람의 파도를 이루었다. 잠들었던 각방사람이 때아닌 밤 소동에 깨어나서 곤한 눈을 비비면서 모여들었다. 나중에는 사무원과 주임까지 사람을 헤치고 들어왔으나 그들 역시 어쩔 줄을 몰랐다. 싸움은 어우러졌다. 방안 사람들도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았다. 같은 의분에 타오르는 수많은 주먹이 그 「못된 놈」「죽일 놈」위에 날았다. 늦은 밤의 숙박소는 어지러웠다. 이 어지러운 사이에 휩쓸려 이 때까지 서 있던 호인의 그림자는 사라져 버렸다. 처녀의 자태도 금시에 보이지 않았다. 정신없이 싸우던 그들은 겨우 그런 줄을 알았다. 호인에게 끌려간 처녀를 생각하고 이때까지 싸운 것이 물거품에 돌아간 것을 깨달았을 때에 「아라사」의 실망은 컸다. 전신 피투성이가 된 사내도 이 틈을 타서 슬금슬금 도망질을 쳐 버렸다. 이렇게 하여 쓸쓸하던 밤의 합숙소는 한바탕 끓어올랐던 것이다. 이 밤의 「아라사」와 처녀가 즉 이제 이 봉천행 열차 안의 호복한 청년과 캡쓴 소년임은 다시 말할 것도 없다. 중대한 직무를 띠인 관계상 하룻밤의 피신이 절대로 필요하여 일부러 궁벽한 합숙소를 찾아왔던 청년은 이렇게 하여 역시 마수를 피하여 은신하러 왔던 처녀와 알게 되었던 것이다. 열차는 힘차게 달리기 시작하였다. 복잡한 자리 옆에 기대 선 청년은 한 편 반가운 마음에도 의심쩍어서 「소년」에게 물었다. 「대체 호인 손에서는 어떻게 빠져 나왔읍니까?」 「소년」은 얕은 목소리로 전날 밤에 일어난 그 뒷일을 일일이 이야기하였다. 호인에게 끌려 거리에 나오자 돌연히 높은 고함을 질렀다는 것, 파도같이 모여드는 군중에 울면서 호소하였다는 것, 군중이 호인을 잡고 시비하는 동안에 사람의 틈을 빠져서 달아났다는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고는 부끄러운 듯이 청년을 바라보면서, 「그뒤에 바로 가서 머리까지 깎아 버렸어요.」 하더니 모자를 벗고 새빨간 머리를 드러내 보였다. 「소년」의 대담하고 용감스런 마음에 청년은 자못 놀랐다. 「아니 그렇게 하고 대체 어떻게 할 작정이요?」 「멀리 멀리 가 버리고 싶어요.」 「늙은 어머님은 어떻게 하고요.」 「뵈이고는 싶으나 시골가면 또 붙잡히고야 말 것입니다.」 「…………」 「서울도 위험하고 고향도 못 살 곳이라면 차라리 낯설은 곳에 멀리멀리 가 버리는 것이 낫지요.」 「그러나 잔약한 몸을 가지고 거칠은 세상에 정처없이 나가면 어떻게 한단말요.」 청년은 하도 딱해서 암담한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하였으나 그것은 그렇게까지 결심한 「소년」에게는 아무 광명도 도움도 되지는 못하였다. 꽃 피고 배 익는 아름다운 삼천리 동산을 두고도 밀려 나가고 쫓겨 나가는 우리의 정경을 「소년」은 이미「서울도 위험하고 고향도 못 살 곳」이라고 느꼈거늘 청년은 새삼스럽게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랴. 요란한 열차 안에서 그들 사이에만은 침묵이 흘렀다. 열차는 열정을 가지고 달렸다. 잡도를 싣고 생활을 싣고 비극을 싣고 쉬지 않고 북으로 북으로 달렸다. 열차의 달리는 소리에 귀기울인 청년의 마음속은 「소년」의 생각으로 가득 하였다. 잔약한 처녀가 거칠은 세상에 길 떠난다. 의기는 용감스럽고 사랑스러우나 결국 파도의 아가리에 넘어가 버릴 잔약한 수부(水夫)일 것이다. 그 나 어린 수부는 배 떠나기 전에 건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내 자신도 일각 후의 운명을 헤아리지 못하는 위험한 몸이다. 무슨 힘으로 그를 건질 수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하여 왔을 때에 청년의 마음은 슬펐다. 자기 자신의 무력을 분개도 하였다. 결국은 늘 다다르는 결론 「나가자 일하자!」에 까지 이르자 수많은 군중의 잡도를 뚫고 무섭게 빛나는 「시골뜨기」의 시선이 돌연히 청년의 눈과 부딪쳤다. 청년은 깜짝 놀랐다. 그는 겨우 「소년」의 생각으로 하여 잊어버렸던 자기의 중대한 직무와 책임에 깨어났다. 이동 경찰의 그물은 물샐틈없이 풀려 있었다. 그 그물을 뚫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그의 책임이 천근같이 무겁게 의식되었다. 샤오멘이(小棉衣) 위에 챵이(常被)를 입고 그 위에 샤오꽈(小?), 다시 그 위에 마꽈(馬?), 이렇게 끊임없이 빛나는 수많은 눈앞에는 오히려 안전을 보증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쇼마의 구대(주머니) 속으로 갔다. 그 속에는 중요한 서류와 만일의 경우에 몸을 막아야 할……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손아귀에 뽀듯이 드는 무기의 감촉은 산뜻하고 신선하였다. 구대 속에서 손을 빼고 어두운 창 밖을 향하였던 몸을 이쪽으로 돌리자 청년의 시선은 이쪽을 노리던 독사 같은 눈과 또 마주쳤다. 그는 불의에 소스라쳤다. 짝달만한 「시골뜨기」의 그 날카로운 시선이 점점 불안하여 왔다. 그는 우울한 마음에 「소년」을 그 자리에 앉혀 놓고 문을 열고 갑판 위로 나갔다. 그러나 거기에도 사람은 그득하였다. 그 사이로 괴상한 눈이 역시 빛났다.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열차의 속력은 차차 줄어지더니 기적을 울리면서 정거장에 들어갔다. 오르고 내리는 사람으로 차 안은 동요하였다. 「시골뜨기」들도 각각 내리고 새 것과 교체하였다. 그럴 때마다 청년은 안도와 불안의 모순된 이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내릴 것은 내리고 실을 것은 실은 뒤 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차 안은 여전히 혼잡하였다. 청년은 감았던 눈을 가늘게 뜨고 검은 안경 밑으로 저편 구석을 바라보자! 아까의 그 독사같은 눈과 또 마주쳐 버렸다. 가슴이 뭉클하였다. 손이 또다시 무의식적으로 구대 속에 들어갔다. 그는 벌떡 자리를 일어나서 「소년」에게로 갔다. 피곤함인지 무엇을 생각함인지 자리에 깊이 묻혀 눈을 감고 있던 「소년」은 청년의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여기 있는 것이 불안한 듯하니 식당차로 갑시다.」 청년은 「소년」을 데리고 객차를 두엇 거쳐서 식당차로 갔다. 텅 비인 식당차는 조용하고 시원하였다. 「소년」에게는 차와 먹을 것을 시켜 주고 그는 울울한 마음에 맥주를 들이켰다. 주기는 전신에 돌았으나 정신은 더욱 맑아갔다. 그의 맑은 정신에는 새삼스럽게 현재가 또렷이 내어다보였다. 불안한 바 열차「소년」과 자기―자연의 성을 감추지 「않으면 안되는」「소년」, 국적을 감추지 「않으면 안되는」자기―를 응시할 때에 그는 마음이 아팠다. 더구나 살풍경한 양복 쪼가리에 천부의 성을 가리고 그 위에 떳떳한 용모까지 이지러뜨려 버리지 「않으면 안된」처녀를 바라볼 때에는 자기의 누이동생과도 같은 어린 그에게 대하여 눈물을 금할 수 없었다. 누이동생이라면 그에게도 「소년」과 같은 누이동생이 있었고 「소년」에게도 청년과 같은 오빠가 있기는 있었다. 청년은 문득 오래간만에 누이 생각이 났다. 그는 오래 전에 죽었었다. 굶고 병들어 죽었던 것이다. 주사 한 대면 훌륭히 살릴 것을 그것도 못해 준 그였다.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고 뼈가 저렸다. 그는 한갖 굳은 결심으로 그 아픈 가슴 저린 뼈를 억제하여 왔던 것이다. 창 밖에 어둠은 깊고 식당차는 경쾌히 흔들렸다. 맥주와 생각에 취하였던 그는 그 옆 테이블에 진치고 앉은 두 사람의 새손을 겨우 발견하였다. 매섭게 이쪽을 노리는 눈, 낯익은 눈이다―아까부터 그를 쫓는 무서운 눈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시골뜨기」의 출현은 마치 유고의 쟈벨의 출현과도 같이 청년을 위협하였다. 그래도 청년은 태연하고 침착을 잃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자리에 오래 버티고 있는 것이 불리함을 깨달았을 때에 그는「소년」을 이끌고 그자리를 일어섰다. 불현듯이 그의 어깨를 탁 잡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을 탁 막는 것은 그 「시골뜨기」였다. 청년은 뭉클하였으나 자약하게 앞을 뿌리치고 나갈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청년의 팔을 붙잡았다. (일은 일어 나고야 말았구나.) 그는 펀적 느끼자 있는 대로의 용기와 힘을 다 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해 볼대로는 해봐야 할 것이다 하고 이를 꼭 물었다. 그의 앞에는 벌써 아무 것도 없었다. 힘차게 발을 뻗치고 쏜살같이 문께로 향하였다. 그들도 부리나케 뒤를 쫓았다. 별안간 불이 탁 꺼지고 식당차는 암흑으로 변하였다. 영문을 모르는 「소년」은 한편구석에서 숨을 죽이고 소스라쳤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살 부딪치는 소리,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사내와 사내는 맞붙고 힘과 힘은 충돌하고― 맹렬한 격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옷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가뿐 숨소리가 들렸다. 비명이 올랐다. 탁자가 쓰러졌다. 병과 잔이 깨뜨러졌다. 산산이 부서지는 유리 조각이 어둠 속에 희끗희끗 날렸다. 다시 비명이 오르고 호각 소리가 울렸다. 열차는 자꾸 달렸다. 레일 위에 바퀴 소리는 호각 소리를 집어 삼켜 버렸다. 돌연히! 차 안의 어둠을 뚫고 찰나의 불꽃이 번쩍였다. 창이 깨뜨러지고 유리 조각이 날랐다. 화약 연기가 피어 올랐다. 총성이 어둠 속에 진동하였다. 열차는 달리고 밤은 어두웠다. 두번째 총성이 어둠을 깨트렸다. 사람의 비명이 오르고 자리에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세번째의 총성이 또다시 차 안에 진동치자 한편 구석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소년」은 문득 숨찬 청년의 목소리를 단 한 마디 귀밑에 들었다. 「언제든지 또다시 만납시다!」 식당차의 문이 열리면서 날쌘 사람의 그림자가 밖으로 번개같이 사라져 버렸다. 폭풍우는 지나갔다. 어둠 속은 다시 고요하였다. 역시 한 편 구석에 오무려쳐 있던 뽀이들은 무시무시 떨면서 서둘르기 시작하였다. 스위치를 트니 차 안은 다시 밝아졌다. 지긋지긋한 수라장이었다. 쓰러진 탁자 부서진 의사 흩어진 유리 조각 깨뜨러진 창 찢어진 옷조각 바닥에는 피가 임리하였고 그 속에 코를 박고 두 사람의 사내가 끔찍하게 쓰러져 있었다. 그것이 청년이 아님을 알았을 때에 「소년」은 무서운 가운데에도 안심되었다. 그러나 대체 그는 어디로 갔나? 「소년」은 청년의 그림자를 찾아서 밖으로 나갔다. 열차 안은 요란하였다. 사람들은 이 무서운 사건에 전율하고 수군거렸다. 식당차는 발끈 뒤집혔다. 기수가 뛰어오고 차장이 달려왔다. 「시골뜨기」들이 몰려들고 뽀이들은 심문을 당하였다. 객차와 객차의 길은 끊기고 찻간이란 찻간은 물샐틈없이 수색되었다. 그러나 청년의 그림자는 꿩 궈먹은 자리요, 그의 종적은 묘연하였다. 객차의 자리로 돌아와 밤 깊은 창밖을 바라보는 「소년」의 가슴속은 괴상한 청년의 생각으로 그득하였다. 그에게는 퍽도 친절하였다. 의리가 밝았다. 의협이 불같이 탔다. 얼굴은 엄숙하였다. 힘이 장사요 용기는 맹호 같았다. 이 괴상한 청년을 생각하는 「소년」에게는 문득 오랫동안 잊었던 그의 오빠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 역시 색다른 옷도 입고 급할 때에는 코밑에 수염도 붙여 보았다. 눈 날리는 북국에 가서 얼어도 보고 요란한 중국에 가서 연설도 하였다. 아라사도 갔었고 옥에도 가보고 서울서 도망질도 쳐보았다. 그러다가 지금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여러 해 동안 자취가 아득하였다. 풍설에 의하면 브라질에 갔다는 말도 있고 혹은 인도에 갔다는 사람도 있고 다시 아라사에 갔다는 소문도 들렸다. 그러나 어느 말이 옳은지 하나도 걷잡을 수는 없었다. 그 오빠의 생각이 불현듯이 「소년」의 가슴에 떠올랐던 것이다. 그 오빠가 지금 고향에 있었더라면 자기의 이러한 비극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생각할 때 「소년」의 눈은 뜨거워졌다. 그는 다시 오빠와 청년을 비교하여 보았다. 기상이라든지 용기라든지 그들은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가, 그 청년이 지금 나의 오빠라면 오죽이나 기쁠까. 그러나 그는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늠름하고 훌륭한 그들이 왜 싸우고 피하고 쫓기고 사라지지 않으면 안되는가―어렸을 때에 이야기 잘하던 오빠 밑에서 자라난 「소년」은 이제 와서 똑바로 그 무엇을 파악하였다. 기차는 여전히 달렸다. 차 안은 아직도 소란하고 수물거렸다. 「시골뜨기」들의 눈은 더 한층 반짝였다. 그러나 그것이 「소년」에게는 한없이 어리석게 보였다. 지혜 있는 청년, 비호 같은 청년은 이미 감쪽같이 종적을 감춰 버린뒤 이다. 그는 지금에는 벌써 다른 곳에서 다른 길을 뚫고 나갈 것이다. (아무쪼록 조심해 잘 나가세요!) 소년은 마음속으로 청년의 앞길을 축복하여 주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또다시 만납시다!」하던 청년의 말소리를 생각한 그는 (그동안에는 나도 배우고 알아서 다시 만날 대에는 그와 같이 손을 잡고 일할 만한 훌륭한 나의 자태를 보여주자!) 하고 처녀답지 않은 용감스런 결심을 마음속에 굳게 맺었다. 어둠을 뚫고 열차는 맥진하였다. 어둠의 거리는 각각으로 줄어갔다. 밤은 어느덧 새벽을 바라보았다. 새 아침을 향하여 맹렬히 달리는 수레바퀴의 우렁찬 음향―그것은 위대한 행진곡같이 「소년의 핏속에 울려 왔다.」 {{PD-old-50}} [[분류:1929년 작품]] 76z9t3536as5bf9zrvn2xt0j268v1ij 426857 426855 2026-05-04T07:14:47Z ZornsLemon 15531 426857 wikitext text/x-wiki {{머리말 |제목 = 행진곡 |저자 = [[저자:이효석|이효석]] |역자 = |부제 = |연도 = 1929년 |이전 = |다음 = |설명 = 《朝鮮文藝》 2호(1929.6)에 게재. }} 혼잡한 밤 정거장의 잡도를 피하여 남과 뒤떨어져서 봉천행 삼등차표를 산 그는 깊숙이 모자 밑 검은 안경 속으로 주위를 은근히 휘돌아보더니 대합실로 향하였다. 중국복에 싸인 청년의 기상은 오직 늠름하였다. 조심스럽게 대합실 안을 살펴보면서 그는 한 편 구석 벤취 위에 가서 걸터앉았다. 찻시간을 앞둔 밤의 대합실은 물끓듯 끓었다. 담화, 환조, 훈기, 불안한 기색, 서마서마한 동요, 영원한 경영, 엄숙한 생활에 움직이고 움직였다. 그 혼잡의 사이를 뚫고 괴상한 눈이 무수히 반짝였다. 시골뜨기같이 차린 친구―희조한 도리우찌, 어색한 양복저고리 짧고 깡또한 바지 어디서 주워 모았는지 너절한 후까 고무 게다가 값싼 금테 안경으로 단장한 그들의 눈은 불유쾌하리만치 날카롭게 빛났다. 영리한 그에게 이 어색하게 분장한 「시골뜨기」쯤야 감히 두려울 바가 아니었지만 피로를 모르고 새롭게 빛나는 그들의 눈은 몹시도 불유쾌하고 귀치않은 존재였다. 그것은 길을 막고 계획을 부수려고 노리는 무서운 독사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생활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고맙지도 않은 존재였다. 그만큼 그의 전생활은 말하자면 초조와 불안의 연쇄였다. 가정이 있고 아내가 있고 일신을 보호하여 주는 사회와 법률이 있는 그런 것이 그의 생활은 아니다. 지혜를 짜고 속을 태우고 용기를 내고 힘을 쓰고 하루면 스물 네 시간 일년이면 삼백 육십 오일의 모험이 있고 죽음이 있다. 이것이 그의 생활이었다. ―이러한 자기의 처지와 주위의 군중을 대조하여 생각할 때에 그는 침울하여졌다. 「나는 뭇사람을 위하여 일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알고 있을까(물론 알아 달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누구라는 것을 이 호복 입은 사내가 대체 무엇이라는 것을 짐작이라도 할까. 이 조마조마한 애타는 가슴속―그것은 계집애를 생각해서가 아니다―을 살펴줄 수 있을까. 끓는 청춘의 혈조를 초조와 모험에 방울방울 태워 버리고마는 나 그것을 이해는커녕 오히려 경멸하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그들,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그들, 가난은 모두 전세의 죄라고 밖에는 생각할 줄 모르는 그들, 그들과 나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어쩔 수 없는 구렁이 있다.」 이 급하고 긴장된 순간에도 그는 쓰린 공허를 느꼈다. 건질 수 없는 영원의 공허를 느꼈다. 평생에「생각」이라는 것을 경멸하여 온 그였마는 때때로 문득 이렇게 생각나고 반성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대합실, 혼잡, 환조, 불안, 동요, 반짝이는 눈, 계획, 직무―현실에 돌아왔을 때에 다시 생각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결심에 불질렀다. 「왜 이렇게 어리석게 생각하는가, 군중에 휩쓸려 춤추어라. 빛나는 눈을 속여 계획하여라. 일하여라. 천만번 생각하여도 생각은 생각이다. 세상에 「생각」이라는 것이 해 놓은 무슨 장한 일이 있는가. 있다고 하여도 그것은 다 거룩한 「행동」의 뒤끄트러기에 지나지 못한다. 처음에 「행동」이 없다면 별수없이 굶어 죽었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을 것이다. 책상 구석에서 뽐내고 진리니 콧구멍이니 외치지 말아라. 한끼의 밥이 없었다면 철학자의 대가리가 다 무엇 말라 죽은 것이냐. 생각보다는 행동하자! 나가자! 일하자!」 언제든지 결국은 정해 놓고 도달하는 이 결론에 다다랐을 때에 그의 결심의 빛은 또다시 새로웠다. 「봉천행 봉천차―」 역부의 외치는 우렁찬 목소리가 대합실에 울리자 소란히 움직이는 군중에 휩쓸려 그는 가방을 들고 늠름하게 자리를 일어섰다. 뒤로 돌아서 남모르는 동안에 코밑에 수염을 붙였다. 모자는 될 수 있는 대로 깊숙이 쓰고 호복은 될 수 있는 대로 질질 끌면서 개찰구로 움직여가는 군중 속에 섞여 버렸다. 위대한 흐름이었다.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생활의 위대한―그것은 절대의 흐름이다. 대합실 개찰구 층층대 플랫포옴, 열차에까지 뻗힌 흐름―그것은 위대한 흐름이었다. 구하러 가는 사람, 찾아가는 사람, 계획하러 가는 사람들―모든 생활자의 위대한 흐름을 휩싸고 밤 정거장은 비장한 교향악을 울렸다. 이 살아있는 군중을 볼 때에 그의 용기는 백배하였다. 「불이 번쩍 나게 부딪쳐라!」 아침에 회관에서 작별한 동지의 말소리가 다시 귀에 새로웠다. 열차는 출발의 의기에 씩씩하였다. 차안은 수많은 얼굴에 생기 있었다. 의지, 결심, 창조, 얼굴, 얼굴, 얼굴, 얼굴, 얼굴‥‥‥ 얼굴―혼잡한 사이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수염을 떼고 안경을 벗고 수많은 얼굴을 휘돌아보았을 때에 그의 시선은 건너편 구석에 있는 어떤 얼굴 위에 머물렀다. 그것은 몹시도 핼쓱하고 부드럽고 약간 강한 맛을 띠인 듯한 소년이었다. 다 낙은 양복이며 깊이 쓴 캡이며 흡사 활동사진에 나오는 유랑하는 소년이었다. 다만 빛깔이 너무도 희고 연하고 가늘 따름이었다. 그는 일어나 소년의 앞으로 가서 그의 어깨를 잡았다. 소년은 기급이나 할 듯이 깜짝 놀라 깊이 숙였던 얼굴을 들었다. 한참동안이나 그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겨우 안도한 듯이 후둑이는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웃음을 띠고 입을 방긋 열었다. 「나는 또 누구시라구요.」 「그렇게 놀랄 것이야 있습니까?」 하고 청년도 웃음을 띠어 보였다. 「그런데 웬일이세요?」 소년은 청년의 의외의 복색을 괴이히 여기면서 아래 위를 훑어보았다. 「일이 좀 있어서 봉천까지 갈렵니다.」 청년은 나직이 소년에게 속삭였다. 「봉천이요?」 「네, 일이 잘 되면 더 들어가구요.」 청년은 주위의 눈을 꺼려서 나직한 목소리로 뒤를 흐리쳐 버리고 말길을 돌렸다. 「어데로 이렇게 갑니까?」 「어덴지도 모르지요.」 소년의 목소리는 별안간 낮아졌다. 「어덴지도 모르다니요?」 「닿는 곳이 가는 곳이예요.」 눈물겨운 소년의 목소리에 청년의 얼굴은 흐려졌다. 「혼자요?」 「글쎄요, 또 좇아오는지도 모르겠읍니다.」 하고 소년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대관절 어젯밤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하고 청년은 암담한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았으니 그 가운데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잠겨 있었다― 그 전날 밤이었다. 오후 여섯시를 지나 도회의 밤이 시작될 때 노동숙박소 안은 바야흐로 생기를 띠어갔다. 노동하러 갔던 사람, 일 못 잡아 해진 거리를 헤매던 사람, 집도 절도 없는 사람―도회의 배반받은 모든 불행한 사람이 해만 지면 하룻밤의 잠자리를 구하여 도회의 찌그러진 이 집안으로 와글와글 모여들었다. 그러나 일류미네이션과 헤드라이트와 사이렌으로 들볶아치는 거리에 비하여 뒷골목의 우중충한 이 숙박소는 버림을 받은 듯이 쓸쓸하였다. 주머니가 든든하니 생활에 윤택이 있단 말인가. 계집이 있으니 세상에 재미가 있단 말인가. 한 닢의 은전으로 때를 에우고 얇은 백통전으로 하룻밤의 꿈을 맺으니 합숙소의 밤은 단순하고 쓸쓸하였다. 다만 이슥히까지 각 방에서 새어나오는 이야기 소리, 코고는 소리가 묵묵한 단조를 깨칠 뿐이다. 생판 초면의 사람이 예닐곱씩 한방에 모인다. 그 사이에는 체면도 없고 점잖음도 없고 겉 반드름한 예절도 없다. 거칠고 무미는 하나 솔직하고 거짓이 없다. 피차에 성도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외마디에 그들은 마음을 받고 두 마디에 사이는 깊어지고 하룻밤 이야기에 온전히 단합하고 화하여 버렸다. 북편 구석에 외따로 박혀 있는 칠호실도 이제 이야기의 꽃이 피었다. 벌써 여러 해를 두고 그 방에 유숙하고 있다는 윤서방과 홍서방 외에 감옥에 가본 일이 있다는 사나이, 항구에서 왔다는 젊은이, 아라사에 갔다 왔다는 청년, 모두 색다른 사람이 모였었다. 홍서방은 낮 노동에 피곤함인지 먼저 잠들고 나머지 사람사이에는 목침돌림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모인 사람이 각각 색다르니만큼 그들의 이야기도 형형색색이었다. 세상 이야기, 고생 이야기, 감옥 이야기, 항구 이야기, 배 이야기, 아라사 이야기, 이 밤의 칠호실은 조그만 세상의 축도였다. 거기에는 넓은 세상의 지식이 있고 피로 겪어온 체험이 있고 똑바른 인식이 있었다. 대낮의 거리에서 양장한 색시에게 달려들어 여자를 기절시키고 보름 동안의 구류를 당하고 나왔다는 윤서방의 이야기도 흥미있는 것의 하나였으나, 원산서 해삼위까지 캄캄한 선창에 숨어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밀항을 하였다는 항구 젊은이의 이야기 노서아 어떤 도회에서 노동자의 시위 행렬에 참가하여 거리에서 노래부르고 ××기를 휘둘러 보았다는 아라사 갔다 온 청년의 이야기는 여러 사람의 열과 감동을 자아냈다. 더구나 청년의 가지가지의 불만과 조리닫는 설명은 그들의 산만한 지식에 통일을 주고 생각 못하던 것을 띠어주었다. 그리고 그의 힘찬 결론은 듣는 사람의 피를 뛰놀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방안이 이야기에 정신 없을 때에 낯모르는 소년이 하나 들어왔다. 이야기는 그치고 방안의 주의는 그리로 향하였다. 낡은 양복에 캡을 깊숙이 쓰고 얼굴빛 해쓱한 소년이었다. 역시 하룻밤의 안식을 구하여 온 불쌍한 소년이었다. 거친 사내들이 들끓는 노동 숙박소는 얼굴이 해쓱하고 가냘픈 소년의 올 곳이 못된다. 귀한 집 자식이면 집에서 밥투정을 해도 아직 망발이 안될 그 나이에 아무 걱정 없이 학교에 가서 공부에만 힘써야 할 그 나이에 이렇게 거친 파도에 밀려 세상의 참혹한 이면에 찾아오지 않으면 안된 소년의 운명이 첫눈에 애처로왔다. 꼿꼿하고 단단은 해보였으나 얼굴 모습이며 몸집이며 부드럽고 연약한 소년이었다. 어쩐 일인지 그는 맹수에게 쫓기는 양과 같이 겁을 집어먹고 불안에 씰룩씰룩 떨었다. 마치 옛이야기에 나오는 「불쌍한 소년」이었다. 「어데서 오는 소년이요?」 하고 물었을 때에 대답은 하지 않고 소년은 쓰다가 버린 숙박 신입서 한 장가과 숙박권을 내 보였다. 열 여덟 살 되는 직업 없는 소년이요, 내숙의 이유는 역시 잘 데 없는 까닭이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 별다는 사항도 쓰여 있지는 않았으나 소년의 불안한 기색과 조심스런 태도로 보아 신변에 어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 확실하였다. 「무슨 불안한 일이나 있오?」 「아라사」가 부드럽게 물었을 때에도 소년은 깊이 쓴 모자를 더욱 깊이 쓰면서 대답을 주저하였다. 밖에서 수군수군하는 이야기가 들리고 별안간 바람이 문을 획 스치자 소년은 기급이나 할 듯이 놀라면서「아라사」의 팔을 꽉 붙들었다. 광채 나는 눈으로 문을 바라보는 그의 전신은 부르르 떨렸다. 그는 마침내 좌중을 돌아보면서 안타까운 목소리로 애원하였다. 「저의 몸을 좀 숨겨 주세요!」 「…………? !」 좌중은 이 당돌한 애원에 영문을 몰라서 멍멍하였다. 「제발 잠깐만 은신을 시켜주세요.」 재차 애원하는 목소리는 눈물겨웠다. 「아라사」는 소년의 팔을 붙들면서 물었다. 「무엇에 쫓겼단 말요?」 「네, 저를 잡을려는 사람이 있답니다.」 「순사란 말요?」 「아니예요, 얼른 좀 감춰 주세요.」 밖에서는 발자국 소리가 저벅저벅 났다. 어쩔 줄 모르는 소년은 초조한 마음에 자리를 일어서서 설설 헤매었다. 차마 볼 수 없는 정경이었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애가 다 탔다. 한시라도 주저할 경우가 아니다. 어디다 감춰주면 좋을까. 이불 속에? 그것은 너무도 지혜 없는 은신일 것이다. 좌중은 초조와 당혹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눈치 빠른 「아라사」는 벌떡 일어서서 건너편 벽장을 손쉽게 열었다. 민첩하게 소년을 들어서 벽장 속에 넣고 부리나케 문을 닫아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벽장을 닫치기가 바쁘게 밖에서 기침소리가 높이 들리더니 방문을 연다. 일동은 긴장된 마음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순사는 아니었다. 삼십이 넘어 보이는 수염 거칠은 사내와 키가 후리후리한 중국 사람 하나가 문밖에 서서 말도 없이 염치 좋게 방안을 살펴보았다. 자세히 훑어보고 또 훑어보았다. 고개를 갸웃하고 생각하다가는 의심스런 눈으로 또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찾는 대상이 없음을 깨달았을 때에 두 사람은 무어라고 한참 지껄이더니 마침 수염 거칠은 사내가 방안 사람을 보고 물었다. 「캡 쓴 아이 하나 여기에 안왔읍니까?」 「안 왔오!」 아무 주저 없이 「아라사」는 한 마디로 엄연히 대답하여 버렸다. 「정녕 안 왔오?」 「캡 쓰고 양복 입은 아이 말요.」 의심겨운 사내는 추근추근 또한번 물었으나 「아라사」의 여일한 대답은 반감을 일으킬만치 엄연하였다. 「안 왔달 밖엔!」 사내는 어그러진 기대에 노기를 품었는지 방안을 노려 보더니 문을 닫고 호인과 무엇인지 의논하면서 나가 버렸다. 방안의 긴장은 겨우 풀렸다. 쭉 일어나 섰던 그들은 안심하고 자리에 앉았다. 겨우 안도가 왔다. 「다들 갔어요?」 하고 소년은 벽장문을 열고 뛰어나왔다. 적지아니 안심한 듯하였으나 불안한 기색은 아직도 다 사라지지는 않았었다. 너무도 고마운 그들에게 대하여서는 무엇이라고 사의를 표하였으면 좋을는지 몰랐다. 「대체 그가 누구란 말요?」 「제 당숙이예요.」 「당숙에게 왜 쫓깁니까?」 「…………」 소년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러나 하도 여러 번 묻자 그는 나중에 눈물겨운 소리로 그의 과거와 전후 곡절을 대강대강 이야기하였다. ―고향은 황해도의 어떤 해변이었다. 몇해 전에 단 하나 믿었던 형을 잃어버리고 나니 할 수 없이 늙은 어머니와 그는 당숙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당숙은 원래 넉넉지 못한데다가 술이 과하였다. 그후에 장사를 하네 무엇을 하네 하고 동리의 거상인 중국인에게서 많은 빚을 냈다. 갚을 능력이 없는 그에게는 이것이 점점 큰 짐이 되었다. 나중에 할 수 없이 그는 중국인의 요구대로 당질을 호인의 손에 넘기게 되었다. ―호인은 소년을 배에 싣고 중국으로 데리고 들어가려 하였다. 괴상한 뱃속에서 소년은 공포와 고독에 울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항상 몸을 빼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마침 배가 어떤 조그만 섬에 돛을 내렸을 때이었다. 소년은 그와 운명을 같이 한 자기 또래의 동무들과 계획하여 대담히도 탈선을 꾀하였다. 어둠 깊고, 바다 검은 어렴풋한 달밤이었다. 무서운 선인들의 눈을 피하여 그들은 완전히 섬 속에 몸을 감출 수 있었다. 섬 사람들의 동정과 호의로 인하여 섬배를 타고 다시 서해안으로 건너왔을 때에 소년은 그 길로 즉시 서울로 향하였다. 그러나 벌써 그 기미를 알아차린 호인은 뒤를 밟아 당숙을 끌고 서울까지 쫓아왔었다. 낡은 양복과 깊은 캡에 감쪽같이 분장은 하였으나 눈치 빠른 그들은 용하게도 뒤를 쫓았던 것이다. 의지할 곳 없는 가정, 몹쓸 당숙, 어린 소년, 흉한 호인― 흔히 있는 일이다. 좌중은 이 어린 소년의 기구한 운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여기까지 뛰어 들어왔습니다.」 하면서 소년은 눈물을 씻었다. 「아까의 그들이 바로 당숙과 그 호인이오?」 「그렇답니다.」 소년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방안에는 벼락이 내렸다. 소년은 파랗게 질려서 그자리에 화석하여 버린 듯하였다―문이 번개같이 열리면서 아까의 수염 거칠은 사내와 호인이 또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노기에 상은 찌그러지고 거칠은 수염이 밤송이 같이 까스러졌었다. 날쌔게 그 사내는 문지방에 몸을 걸치더니 소년의 팔을 거칠게 잡아 나꾼다. 「이년아, 가면 네가 어딜 간단 말이냐!」 소년을 보고 별안간에 년이라고 하는 모순된 말소리에 방안은 다시 놀랐다. 모두 멍멍하여 말할 바 조차 모르고 사내와 소년을 등분으로 바라보았다. 사내는 반항하는 소년을 온전히 끌어당겼다. 노기에 전신을 떨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못된 계집아이 같으니, 요리조리 피해 다니면 어떻게 할 소견이라 말이냐?」 하면서 험상궂게 소년을 쥐어 박았다. 그 바람에 깊이 썼던 소년의 모자가 벗어져 달아나고―방 사람의 놀람은 컸다―. 서리 서리 틀어 올렸던 머리채가 거멓게 풀려 내렸다. 가냘프던 「소년」은 별안간 늠름한 처녀로 변하였다. 가는 눈썹, 흰 이마, 검은 머리 다시 보아도 늠름한 처녀였다. 방안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듯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중세기의 연극에서난 일어남직한 일이지 현실에서는 생각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엄연히 그는 늠름한 처녀였다. 「당숙 말대로 하면 그만이지 어린 계집년이 이게 무슨 요망한 짓이냐? 응?」 당숙이란 자는 호인에게 대한 변명인 듯도 하게 호인을 바라보면서 처녀를 꾸짖었다. 그러나 처녀는 말없이 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굴면 굶어만 죽지 별수 있나?」 「죽어도 좋아요, 그런 놈에게는 가기 싫어요.」 참을수 없어 처녀는 느끼는 목소리로 대꾸를 하였다. 「그래도 요망을 피우네. 집의 늙은 어머니를 좀 생각해 봐라.」 하면서 그자는 처녀를 모질게 끌어냈다. 「이 안된 놈아!」 잠자코 있던 「아라사」는 불끈 일어나서 다짜고짜로 궐자를 주먹으로 쥐어박아 그자리에 쓰러뜨렸다. 예기치 않은 공격에 힘없이 쓰러진 그는 다시 일어나서 대적하였다. 「아라사」의 의분도 크니만치 그 사내의 위세도 험상궂으니 만치 두 사람의 싸움은 맹렬하였다. 문밖에는 어느덧 사람의 파도를 이루었다. 잠들었던 각방사람이 때아닌 밤 소동에 깨어나서 곤한 눈을 비비면서 모여들었다. 나중에는 사무원과 주임까지 사람을 헤치고 들어왔으나 그들 역시 어쩔 줄을 몰랐다. 싸움은 어우러졌다. 방안 사람들도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았다. 같은 의분에 타오르는 수많은 주먹이 그 「못된 놈」「죽일 놈」위에 날았다. 늦은 밤의 숙박소는 어지러웠다. 이 어지러운 사이에 휩쓸려 이 때까지 서 있던 호인의 그림자는 사라져 버렸다. 처녀의 자태도 금시에 보이지 않았다. 정신없이 싸우던 그들은 겨우 그런 줄을 알았다. 호인에게 끌려간 처녀를 생각하고 이때까지 싸운 것이 물거품에 돌아간 것을 깨달았을 때에 「아라사」의 실망은 컸다. 전신 피투성이가 된 사내도 이 틈을 타서 슬금슬금 도망질을 쳐 버렸다. 이렇게 하여 쓸쓸하던 밤의 합숙소는 한바탕 끓어올랐던 것이다. 이 밤의 「아라사」와 처녀가 즉 이제 이 봉천행 열차 안의 호복한 청년과 캡쓴 소년임은 다시 말할 것도 없다. 중대한 직무를 띠인 관계상 하룻밤의 피신이 절대로 필요하여 일부러 궁벽한 합숙소를 찾아왔던 청년은 이렇게 하여 역시 마수를 피하여 은신하러 왔던 처녀와 알게 되었던 것이다. 열차는 힘차게 달리기 시작하였다. 복잡한 자리 옆에 기대 선 청년은 한 편 반가운 마음에도 의심쩍어서 「소년」에게 물었다. 「대체 호인 손에서는 어떻게 빠져 나왔읍니까?」 「소년」은 얕은 목소리로 전날 밤에 일어난 그 뒷일을 일일이 이야기하였다. 호인에게 끌려 거리에 나오자 돌연히 높은 고함을 질렀다는 것, 파도같이 모여드는 군중에 울면서 호소하였다는 것, 군중이 호인을 잡고 시비하는 동안에 사람의 틈을 빠져서 달아났다는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고는 부끄러운 듯이 청년을 바라보면서, 「그뒤에 바로 가서 머리까지 깎아 버렸어요.」 하더니 모자를 벗고 새빨간 머리를 드러내 보였다. 「소년」의 대담하고 용감스런 마음에 청년은 자못 놀랐다. 「아니 그렇게 하고 대체 어떻게 할 작정이요?」 「멀리 멀리 가 버리고 싶어요.」 「늙은 어머님은 어떻게 하고요.」 「뵈이고는 싶으나 시골가면 또 붙잡히고야 말 것입니다.」 「…………」 「서울도 위험하고 고향도 못 살 곳이라면 차라리 낯설은 곳에 멀리멀리 가 버리는 것이 낫지요.」 「그러나 잔약한 몸을 가지고 거칠은 세상에 정처없이 나가면 어떻게 한단말요.」 청년은 하도 딱해서 암담한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하였으나 그것은 그렇게까지 결심한 「소년」에게는 아무 광명도 도움도 되지는 못하였다. 꽃 피고 배 익는 아름다운 삼천리 동산을 두고도 밀려 나가고 쫓겨 나가는 우리의 정경을 「소년」은 이미「서울도 위험하고 고향도 못 살 곳」이라고 느꼈거늘 청년은 새삼스럽게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랴. 요란한 열차 안에서 그들 사이에만은 침묵이 흘렀다. 열차는 열정을 가지고 달렸다. 잡도를 싣고 생활을 싣고 비극을 싣고 쉬지 않고 북으로 북으로 달렸다. 열차의 달리는 소리에 귀기울인 청년의 마음속은 「소년」의 생각으로 가득 하였다. 잔약한 처녀가 거칠은 세상에 길 떠난다. 의기는 용감스럽고 사랑스러우나 결국 파도의 아가리에 넘어가 버릴 잔약한 수부(水夫)일 것이다. 그 나 어린 수부는 배 떠나기 전에 건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내 자신도 일각 후의 운명을 헤아리지 못하는 위험한 몸이다. 무슨 힘으로 그를 건질 수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하여 왔을 때에 청년의 마음은 슬펐다. 자기 자신의 무력을 분개도 하였다. 결국은 늘 다다르는 결론 「나가자 일하자!」에 까지 이르자 수많은 군중의 잡도를 뚫고 무섭게 빛나는 「시골뜨기」의 시선이 돌연히 청년의 눈과 부딪쳤다. 청년은 깜짝 놀랐다. 그는 겨우 「소년」의 생각으로 하여 잊어버렸던 자기의 중대한 직무와 책임에 깨어났다. 이동 경찰의 그물은 물샐틈없이 풀려 있었다. 그 그물을 뚫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그의 책임이 천근같이 무겁게 의식되었다. 샤오멘이(小棉衣) 위에 챵이(常被)를 입고 그 위에 샤오꽈(小?), 다시 그 위에 마꽈(馬?), 이렇게 끊임없이 빛나는 수많은 눈앞에는 오히려 안전을 보증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쇼마의 구대(주머니) 속으로 갔다. 그 속에는 중요한 서류와 만일의 경우에 몸을 막아야 할……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손아귀에 뽀듯이 드는 무기의 감촉은 산뜻하고 신선하였다. 구대 속에서 손을 빼고 어두운 창 밖을 향하였던 몸을 이쪽으로 돌리자 청년의 시선은 이쪽을 노리던 독사 같은 눈과 또 마주쳤다. 그는 불의에 소스라쳤다. 짝달만한 「시골뜨기」의 그 날카로운 시선이 점점 불안하여 왔다. 그는 우울한 마음에 「소년」을 그 자리에 앉혀 놓고 문을 열고 갑판 위로 나갔다. 그러나 거기에도 사람은 그득하였다. 그 사이로 괴상한 눈이 역시 빛났다.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열차의 속력은 차차 줄어지더니 기적을 울리면서 정거장에 들어갔다. 오르고 내리는 사람으로 차 안은 동요하였다. 「시골뜨기」들도 각각 내리고 새 것과 교체하였다. 그럴 때마다 청년은 안도와 불안의 모순된 이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내릴 것은 내리고 실을 것은 실은 뒤 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차 안은 여전히 혼잡하였다. 청년은 감았던 눈을 가늘게 뜨고 검은 안경 밑으로 저편 구석을 바라보자! 아까의 그 독사같은 눈과 또 마주쳐 버렸다. 가슴이 뭉클하였다. 손이 또다시 무의식적으로 구대 속에 들어갔다. 그는 벌떡 자리를 일어나서 「소년」에게로 갔다. 피곤함인지 무엇을 생각함인지 자리에 깊이 묻혀 눈을 감고 있던 「소년」은 청년의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여기 있는 것이 불안한 듯하니 식당차로 갑시다.」 청년은 「소년」을 데리고 객차를 두엇 거쳐서 식당차로 갔다. 텅 비인 식당차는 조용하고 시원하였다. 「소년」에게는 차와 먹을 것을 시켜 주고 그는 울울한 마음에 맥주를 들이켰다. 주기는 전신에 돌았으나 정신은 더욱 맑아갔다. 그의 맑은 정신에는 새삼스럽게 현재가 또렷이 내어다보였다. 불안한 바 열차「소년」과 자기―자연의 성을 감추지 「않으면 안되는」「소년」, 국적을 감추지 「않으면 안되는」자기―를 응시할 때에 그는 마음이 아팠다. 더구나 살풍경한 양복 쪼가리에 천부의 성을 가리고 그 위에 떳떳한 용모까지 이지러뜨려 버리지 「않으면 안된」처녀를 바라볼 때에는 자기의 누이동생과도 같은 어린 그에게 대하여 눈물을 금할 수 없었다. 누이동생이라면 그에게도 「소년」과 같은 누이동생이 있었고 「소년」에게도 청년과 같은 오빠가 있기는 있었다. 청년은 문득 오래간만에 누이 생각이 났다. 그는 오래 전에 죽었었다. 굶고 병들어 죽었던 것이다. 주사 한 대면 훌륭히 살릴 것을 그것도 못해 준 그였다.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고 뼈가 저렸다. 그는 한갖 굳은 결심으로 그 아픈 가슴 저린 뼈를 억제하여 왔던 것이다. 창 밖에 어둠은 깊고 식당차는 경쾌히 흔들렸다. 맥주와 생각에 취하였던 그는 그 옆 테이블에 진치고 앉은 두 사람의 새손을 겨우 발견하였다. 매섭게 이쪽을 노리는 눈, 낯익은 눈이다―아까부터 그를 쫓는 무서운 눈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시골뜨기」의 출현은 마치 유고의 쟈벨의 출현과도 같이 청년을 위협하였다. 그래도 청년은 태연하고 침착을 잃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자리에 오래 버티고 있는 것이 불리함을 깨달았을 때에 그는「소년」을 이끌고 그자리를 일어섰다. 불현듯이 그의 어깨를 탁 잡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을 탁 막는 것은 그 「시골뜨기」였다. 청년은 뭉클하였으나 자약하게 앞을 뿌리치고 나갈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청년의 팔을 붙잡았다. (일은 일어 나고야 말았구나.) 그는 펀적 느끼자 있는 대로의 용기와 힘을 다 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해 볼대로는 해봐야 할 것이다 하고 이를 꼭 물었다. 그의 앞에는 벌써 아무 것도 없었다. 힘차게 발을 뻗치고 쏜살같이 문께로 향하였다. 그들도 부리나케 뒤를 쫓았다. 별안간 불이 탁 꺼지고 식당차는 암흑으로 변하였다. 영문을 모르는 「소년」은 한편구석에서 숨을 죽이고 소스라쳤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살 부딪치는 소리,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사내와 사내는 맞붙고 힘과 힘은 충돌하고― 맹렬한 격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옷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가뿐 숨소리가 들렸다. 비명이 올랐다. 탁자가 쓰러졌다. 병과 잔이 깨뜨러졌다. 산산이 부서지는 유리 조각이 어둠 속에 희끗희끗 날렸다. 다시 비명이 오르고 호각 소리가 울렸다. 열차는 자꾸 달렸다. 레일 위에 바퀴 소리는 호각 소리를 집어 삼켜 버렸다. 돌연히! 차 안의 어둠을 뚫고 찰나의 불꽃이 번쩍였다. 창이 깨뜨러지고 유리 조각이 날랐다. 화약 연기가 피어 올랐다. 총성이 어둠 속에 진동하였다. 열차는 달리고 밤은 어두웠다. 두번째 총성이 어둠을 깨트렸다. 사람의 비명이 오르고 자리에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세번째의 총성이 또다시 차 안에 진동치자 한편 구석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소년」은 문득 숨찬 청년의 목소리를 단 한 마디 귀밑에 들었다. 「언제든지 또다시 만납시다!」 식당차의 문이 열리면서 날쌘 사람의 그림자가 밖으로 번개같이 사라져 버렸다. 폭풍우는 지나갔다. 어둠 속은 다시 고요하였다. 역시 한 편 구석에 오무려쳐 있던 뽀이들은 무시무시 떨면서 서둘르기 시작하였다. 스위치를 트니 차 안은 다시 밝아졌다. 지긋지긋한 수라장이었다. 쓰러진 탁자 부서진 의사 흩어진 유리 조각 깨뜨러진 창 찢어진 옷조각 바닥에는 피가 임리하였고 그 속에 코를 박고 두 사람의 사내가 끔찍하게 쓰러져 있었다. 그것이 청년이 아님을 알았을 때에 「소년」은 무서운 가운데에도 안심되었다. 그러나 대체 그는 어디로 갔나? 「소년」은 청년의 그림자를 찾아서 밖으로 나갔다. 열차 안은 요란하였다. 사람들은 이 무서운 사건에 전율하고 수군거렸다. 식당차는 발끈 뒤집혔다. 기수가 뛰어오고 차장이 달려왔다. 「시골뜨기」들이 몰려들고 뽀이들은 심문을 당하였다. 객차와 객차의 길은 끊기고 찻간이란 찻간은 물샐틈없이 수색되었다. 그러나 청년의 그림자는 꿩 궈먹은 자리요, 그의 종적은 묘연하였다. 객차의 자리로 돌아와 밤 깊은 창밖을 바라보는 「소년」의 가슴속은 괴상한 청년의 생각으로 그득하였다. 그에게는 퍽도 친절하였다. 의리가 밝았다. 의협이 불같이 탔다. 얼굴은 엄숙하였다. 힘이 장사요 용기는 맹호 같았다. 이 괴상한 청년을 생각하는 「소년」에게는 문득 오랫동안 잊었던 그의 오빠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 역시 색다른 옷도 입고 급할 때에는 코밑에 수염도 붙여 보았다. 눈 날리는 북국에 가서 얼어도 보고 요란한 중국에 가서 연설도 하였다. 아라사도 갔었고 옥에도 가보고 서울서 도망질도 쳐보았다. 그러다가 지금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여러 해 동안 자취가 아득하였다. 풍설에 의하면 브라질에 갔다는 말도 있고 혹은 인도에 갔다는 사람도 있고 다시 아라사에 갔다는 소문도 들렸다. 그러나 어느 말이 옳은지 하나도 걷잡을 수는 없었다. 그 오빠의 생각이 불현듯이 「소년」의 가슴에 떠올랐던 것이다. 그 오빠가 지금 고향에 있었더라면 자기의 이러한 비극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생각할 때 「소년」의 눈은 뜨거워졌다. 그는 다시 오빠와 청년을 비교하여 보았다. 기상이라든지 용기라든지 그들은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가, 그 청년이 지금 나의 오빠라면 오죽이나 기쁠까. 그러나 그는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늠름하고 훌륭한 그들이 왜 싸우고 피하고 쫓기고 사라지지 않으면 안되는가―어렸을 때에 이야기 잘하던 오빠 밑에서 자라난 「소년」은 이제 와서 똑바로 그 무엇을 파악하였다. 기차는 여전히 달렸다. 차 안은 아직도 소란하고 수물거렸다. 「시골뜨기」들의 눈은 더 한층 반짝였다. 그러나 그것이 「소년」에게는 한없이 어리석게 보였다. 지혜 있는 청년, 비호 같은 청년은 이미 감쪽같이 종적을 감춰 버린뒤 이다. 그는 지금에는 벌써 다른 곳에서 다른 길을 뚫고 나갈 것이다. (아무쪼록 조심해 잘 나가세요!) 소년은 마음속으로 청년의 앞길을 축복하여 주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또다시 만납시다!」하던 청년의 말소리를 생각한 그는 (그동안에는 나도 배우고 알아서 다시 만날 대에는 그와 같이 손을 잡고 일할 만한 훌륭한 나의 자태를 보여주자!) 하고 처녀답지 않은 용감스런 결심을 마음속에 굳게 맺었다. 어둠을 뚫고 열차는 맥진하였다. 어둠의 거리는 각각으로 줄어갔다. 밤은 어느덧 새벽을 바라보았다. 새 아침을 향하여 맹렬히 달리는 수레바퀴의 우렁찬 음향―그것은 위대한 행진곡같이 「소년의 핏속에 울려 왔다.」 {{PD-old-70}} omehm31poyt4agx4g3gvfsx2xq7tdlx 북국점경 0 17293 426856 120329 2026-05-04T07:13:59Z ZornsLemon 15531 426856 wikitext text/x-wiki {{머리말 |제목 = 북국점경(北國點景) |저자 = [[저자:이효석|이효석]] |역자 = |부제 = |연도 = 1929년 |이전 = |다음 = |설명 = 《三千里》 3호(1929년 11월)에 게재. }} == 林檎 == 능금나무 동산, 아름다운 옛동산, 지금에는 찾을 수 없는 그 동산…… 타락은 하였든 말았든 간에 아담 때부터 좋아하던 능금이다. 혀를 찌르는 선열한 감각, 꿈꾸게 하는 향기로운 꽃, 그리고 그리운 옛향기…… :그 옛날 이곳에 : :그대여 아는가 : :꽃 피고 열매 맺던 : :향기로운 능금밭 ! 언덕 위에서 시작되어 경사를 지으면서 개울가까지 뻗친 능금밭. 북국의 찬 눈이 녹아 개울가 버들가지에 물 오를 때 자주빛 능금나무 가지가지에 햇빛 흘러 동으로 십리 남으로 십리 펑퍼짐한 능금밭이 기름지게 아름아름 빛났다. 들의 보리 이삭 패고, 마을 밖에 피리 소리 고요할 때 능금꽃 푹신하게 언덕을 싸고, 우거진 꽃향기 언덕을 넘고 밭을 넘고 개울 건너 들을 건너 마을까지 살랑살랑 흘러왔다. 남쪽 나라 레몬 향기 꿈꿀 것 없이 이곳의 능금꽃이 곧 마을 사람의 꿈이었다. 마을의 처녀 다홍치마 입고 시집갈 때 능금나무 꽃 지고, 들에 황금 파도 치는 늦을 가을, 서리 맞은 송이송이 가지 벌게 무거웠다. 따뜻한 석양 언덕 위에 비낄 때 능금실은 수레 마을길로 향하였다. 황금 햇발에 머리카락 물들이며 수레 위에 앉아서 능금 먹는 처녀와 총각……타락의 시초인지 몰락의 첫걸음인지 그 뉘 알리오마는 너 한 입 나 한 입, 거기에는 아름다운 이야기 있고 순진한 목가가 넘쳤다. :그 옛날 이곳에 : :그대여 아는가 : :꽃 피고 열매 맺는 : :향기로운 능금밭 ! 그러나 그것도 옛이야기 옛그림. 해가 흐르고 달이 흐르고 북두칠성의 위치 변하니 아름다운 이 풍경도 이지러져 버리고 고요하던 북국도 스스로 움직였다. 산이 움직이고 언덕 밑 물줄기 돌아 버리니 목마른 능금밭 점점 말라갔다. 산모롱이에 남폿소리 어지럽더니 논 깎아 신작로 뻗치고 밭 파고 전봇대 섰다. 짚신이 골로시(고무신)로 변하고 관솔불이 전깃불이 변하고 풀뭇간이 철공장으로 변하고 물레방아가 정미소로 변하였다. 꽃 피고 열매 맺는 향기로운 능금밭 ! 그것을 까뭉개고 그 위에 정거장이 섰다. 능금 수레 구르는 석양의 마을길. 그 위에는 두 줄기의 철로가 낯설은 꿈을 싣고 한없이 뻗쳤다. 그리고 창고와 회관의 모난 집이 언덕을 넘어 우뚝우뚝 섰다. 시커먼 연기, 아름다운 이야기를 뺏고 뼁끼 냄새 꽃향기를 집어 삼켰다. 철로는 만주 속을 실어 오고, 이삿군을 실어갔다. 처녀는 청루로 실어 나르고 청년은 감옥으로 실어 날랐다. 연기, 뼁끼, 철로, 정거장, 고장, 창고, 회관……이것이 이제 북국의 이 마을의 새로운 풍경이다. 이지러진 그림이다. 사문의 독기 온전히 마을의 시를 죽여 버렸다. 그러나 변치 않고 아름다운 것을 햇빛과 달빛이다. 무거운 능금송이 익히던 햇빛, 밤의 능금꽃 비추던 달빛, 여전히 같은 빛으로 철로, 공장, 회관……을 비추고 있다. == 마우자 == 깊은 마을, 우거진 산, 솟은 바위, 더운 온천, 맑은 시내, 숲속에서 새어 오는 비둘기 소리와 흐르는 맑은 시내, 시내를 따라 올라가 고요하고 으슥한 푸른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청쇄한 별장, 낙천지 같은 동산. 그것이 마우자(노서아인)의 별장이다. 혁명이 폭발되자 도읍을 쫓겨나 멀리 동으로 달아온 백계 노인 양코스키 일족의 별장이다. 기차가 되고 세상이 변하니 사포와 사아벨만 보아도 겁내던 이 벽촌 지금에는 코 높고 빛 다른 마우자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옛적에 여진인(女眞人)이 들어왔던 옛성터 남은 이 마을에 이제 빛 다른 마우자 들어와 흰 옷 사이에 네 활개를 폈다. 팔과 목덜미를 드러내 놓고 거리를 거니는 아라사 미인, 온천물에 철벅거리는 아라사 미인, 마을의 기관이다. 찬 나라의 언 살을 녹이는 뜨거운 물, 그 속에 헤이는 미인의 무리, 안개 깊은 바다의 인어의 무리같이 깊숙이 물에 잠겼다가 샘전에 나와 느릿한 허리를 척척 누이는 풍류, 옛적 양귀비의 그 것보다도 훨씬 정취가 깊을 것 같다. 창으로 새어드는 햇빛에 비쳐 김 오르는 살빛, 젖가슴, 허리, 배, 두 다리 할것없이 백설같이 현란하다. 미끈미끈한 짐승의 무리, 하아얀 짐승의 무리. 여름의 별장 푸른 잔디 위에 진홍빛 초록빛 옷에 싸여 흰 테이블을 둘러싸고 마시고 웃고 아이들 잔디밭 가를 뛰고 노는 광경, 경쾌한 자동차를 마을 길로 몰아 거리로 해수욕장으로 드라이브 하는 광경, 탐나는 정경이다. 마을의 양기로운 풍경이다. 나라를 쫓겨 가질 것도 못 가지고 삽시간에 도망해 온 그들로서 오히려 이러하다. 산 깊은 이 벽촌에 와서도 그들의 호화는 오히려 다름없다. 부르조아는 어디를 가든지 간에 생활을 윤있게 할 줄 알고 향락할 줄을 안다. 어떻든 온천의 마우자 탐나는 정경이요 아니꼬운 풍경이다. == C驛風景 == 두줄로 뻗친 철로 등날 싸늘한 촉감을 주고 단 위의 코스모스 간들바람에 회촌회촌 흔들리는 고요한 촌 정거장. 차시간이 가까왔는지 앞마당에 소학생의 지껄이는 소리 요란히 나고 대합실 안에는 갱개(감자) 함지 인 안깐(여인네) 두어 사람 장에서 산 동전을 절렁절렁 세었다. 별안간 플랫포옴이 시끄러웠다. 나그네들 지껄이는 소리, 역부들 떠드는 소리가 요란히 들려 왔다. 동안을 두고 터지는 웃음소리 바람결같이 불어 오고 그 속에 섞여 무엇인지 고함 높이 부르짖는 소리 들렸다. 하나씩 둘씩 모이는 사람 개찰구 밖 플랫포옴 위에 무엇을 둘러 싸고 실랑이를 친다. 움직이는 숲으로 들여다보이는 것은 나발나발 남루한 늙은 여인네였다. 골로시는 외짝만 끌고 포기포기 찢어진 치맛자락이 헙수룩하게 끄스른 머리카락과 함께 바람에 펄렁펄렁 날렸다. 꽤죄죄한 눈으로 이 사람 저 사람 돌려다보면서 여인네는 호소하는 듯이 외쳤다. 「내 아들 어데를 갔소.」 「이 나그네들, 날래 내 아들 내놓소.」 킥킥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여인네의 눈을 피하여 사람들은 수물거렸다. 역원들은 귀치않은 듯이 그의 팔을 내끌었다. 「날래 나가오.」 「새빨간 복색 한 마우자들이 당신 아들 데리고 갑데.」 그러나 여인네는 그자리를 움직이려고도 아니하고 구슬피 외쳤다. 「모지리 눈 오는 날 밤 고개 넘어 길 떠난 내 아들, 어째 끝내 돌아오지 앵이오.」 「도장관하러 공부간 내 아들 이 에미 혼자 두고 어데를 갔소.」 차 떠날 때마다 차 들어올 때마다. 정거장 플랫포옴에 와서 구슬피 「내 아들」을 외치는 이 여인네. 그는 미친 여자라고 손가락질 받는 이 마을의 가엾은 여인네이었다. 서울로 공부시키러 떠내 놓은 외아들, 칠년이 되어도 팔년이 되어도 「도장관 따 가지고」돌아오지는 않았다. 하늘에 별을 따러 갔어도 이미 돌아왔을 날에 「도장관 따러 간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불쌍한 외어머니를 배반하여 버릴 불효막심한 자식은 아닌지라 나날이 여위어 가는 몸을 삽짝문에 의지하여 마을 앞을 바라보면서 청기 홍기 앞세우고 의기 있게 돌아올 아들의 금의환향을 꿈꾸었다. 앞을 가리는 눈물을 찬란한 환영으로 억지로 씻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십년이 넘어 마을 앞에 철로가 깔려도 바라는 그림자 안 보이고 요란한 소문만 귀에 잦았다. 주의자가 되어 신문에 났느니, 감옥에 갔느니 붉은 기 든 「마우자」와 같이 아라사로 들어 갔느니 뒤를 잇는 어지러운 소문에 그 어머니 까마귀만 짖어도 애태우고 달빛만 흐려도 속썩였다. 십년이 넘어 두 해가 가고, 세 해가 가고, 마침 열 세 해 되는 봄이었다. 마을에 개 짖고 나무의 갈가마귀떼 유심히 요란한 하루아침, 눈물에 잠긴 이 오막살이 안에 조그만 소포 한 개를 체 전부가 가져왔다. 나무로 네모지게 싼 괴상한 통―아 ! 그것이 그의 아들일 줄야 어찌 알았으랴! 「도장관」을 꿈꾸게 하고 의문지망(依門之望)에 그를 늙게 한 그의 아들일 줄야! 바라고 바라던 그의 아들 조그만 나무통 속에 쪼그리고 앉아서 열 세 해 만에 돌아왔다. 무명 보자기 집어 내니 굵게 추린 뼈 두어 개 어머니 무릎 위에 앙크렇게 흩어졌다. 해외에 나가 싸우다가 객사한 그의 시체, 동무가 뼈 추려서 고국에 멀리 장사지낸 것이었다. (웬일이냐, 이게 !) 하는 말도 입안의 생각뿐 너무나 큰 놀람에 어머니는 그자리에 기절하여 버렸다. 그날이 새어서야 비로소 이 집에서는 통곡소리 흘러나왔다. 그후부터 어머니는 나날이 실성하여 갔다. 옛날의 멀쩡하던 그 어머니는 아니었다. 날이면 날, 밤이면 밤, 마을을 돌아다니며 처량히 울고 정거장을 헤매면서 「내 아들」을 외쳤다. 비 오는 날이나 눈 오는 밤이나 차 떠날 때마다 차 들어올 때마다 정거장 플랫포옴 위에 「내 아들」찾는 소리 구슬피 흘렀다. 「내 아들 어데메 갔소.」 「눈 오는 날 밤 고개 넘어 길 떠난 내 아들, 이 에미 혼자 두고 어데메 갔소.」 산모롱이에 기적소리 나더니 기차가 들어왔다. 역원들 차 탈 사람들 플랫포옴위에 모인 사람 제각기 헤어졌다. 여인네는 객차의 창을 차례차례 엿보며 두 팔로 창을 두드리면서 애닯게 외쳤다. 「내 아들 어데메 있소.」 「일순이 어데메 있소.」 창으로 고개 내밀던 사람들 침 뱉으며 창을 닫쳐 버렸다. 흰옷과 양복에 섞여 온천을 찾아가는 듯한 마우자 두 양주 차를 내렸다. 여인네는 두 주먹을 쥐고 부리나케 그리고 달려가 두 양주를 붙들고, 「내 아들 내놓소.」 「내 아들 데려간 마우자, 날래 내 아들 찾어 놓소.」 「…………」 영문을 모르는 두 양주 멍하니 한참 섰다가 양 짖는 소리로 무어라 지절대며 앞을 뿌리치고 개찰구로 향하였다. 그러나 여인네는 두 팔로 옷을 붙들고 뒤따라 가면서 여전히 소리 높게 부르짖었다. 「이 나그네, 내 아들 내 놓소.」 「마우자, 날래 내 아들 찾어 놓소.」 == 飛行機 == 도라지꽃 쥐어짜 쏟아 놓은, 만지면 물들 듯한 새파란 북국 창공을 비행기 쌍쌍이 날라왔다. 햇발에 하얗게 빛나는 날개 해발 수천 척의 첩첩한 산맥을 넘어 가볍고 경쾌한 음향 무거운 공기를 진동쳤다. 「비행기 !」 「비행기 !」 고개 넘고 물 건너 비행기 구경오는 사람 새벽부터 거리에 빽빽이 밀렸다. 연병장 모래언덕 위에 흰 옷의 파도 울렁출렁. 「야―과연 !」 「모지리 높지 앵요.」 「무슨 재조 저렇겠소.」 연병장 큰 벌판에 칼자루 번쩍번쩍 노란 복장 우쭐하며 벌떼같은 노란 군사 들 복판에 진을 치니 기동연습 시작되었다. 별안간 총소리 속사폿소리 콩볶듯 토닥거리고 천지를 삼킬듯한 대폿소리에 산과 들이 움직였다. 비행기 쌍쌍이 흰옷 위를 얕게 스치자 폭탄덩이 뒤를 이어 모래언덕 깎아 내렸다. 연기와 약냄새가 언덕을 둘러쌌다. 흰옷의 파도 어지럽게 와르르 흩어졌다. 비행기 구경왔던 사람 고개 넘고 물 건너 꽁무니가 빠지게 줄행랑을 놓았다. 「비행기 !」 「비행기 !」 「난리가 난다네.」 「어데메로 가면 좋소.」 고맙지 않은 비행기 등쌀에 이 밤의 마을 사람들 불안에 잠 못 이루었다. == 모던거얼 멜론 == 서백리아(西伯利亞)를 불어오는 억센 바람과 두만강 기슭을 스쳐 내리는 눈보라의 모진 겨울을 가진 반면에 회령은 미인과 참외의 신선한 여름을 가졌다. 물 맑은 두만강을 끼고 난 곳이기 때문인지 회령에는 살빛 고운 미인이 많다. 미인과 참외―그 사이에 어떠한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모르나 미인 많은 회령에 참외 또한 많다. 회령을 중심으로 북으로 들어가는 철로 연변이 거개 다 참외의 명산지이다. 행길바닥에 산더미같이 쌓인 회령 참외, 잇사이에 살강살강 갈리는 주먹만큼씩한 노란 참외, 신선한 북국의 멜론, 여름의 향기. 집집마다 문 너머로 탐스럽게 보이는 서늘한 적삼 속의 미인, 한 가지 꺾고 싶은 울 너머 앵도송이―또한 여름의 향기이다. 집에서는 살 향기, 거리에서는 멜론 향기, 여름의 회령은 향기의 고을이다. 회령, 여름, 참외, 미인― 여기에 한 폭의 회령 풍경 있으니 역시 미인과 참외의 산뜻한 풍경이다. 무더운 오후였다. 국경선을 스치고 들어오는 열차의 기적이 요란히 울리자 정거장 앞마당에 국경 경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기차가 김을 뿜으니 넓은 마당에 승객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에 색달리 눈을 끄는 일점홍이 있다. 단발하고 양장한 현대적 미인, 한 의지의 표현인 반듯한 콧날, 자랑 놓은 눈맵시, 꼭 다문 입, 범하기 어려운 엄숙한 얼굴―평범치 않은 교양있는 모던거얼이다. 그 위에 눈을 끄는 새빨간 웃저고리, 단발 밑으로 가늘게 휘인 목덜미, 은초록색 스커어트 밑으로 밋밋한 다리, 현대 미인의 제일 조건인 고운 다리―향기 높은 회령 미인이다. 장꽤가 되든지 쿠리가 되든지 간에 어떻든 호복 입은 사나이나 그렇지 않으면 루바시카 입고 더벅머리 한 청년이면 모조리 취조를 하거나 몸을 뒤지거나 그럴 듯한 일이지만 아름다운 미인 교양 있는 모던거얼에게야 몸 뒤지고 취조할 아무 혐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문가이라 평범한 우리로는 도저히 생각지 못할 만큼 날카로운 그들에게는 무슨 의미로 어떻게 비치었든지 간에 그들은 거룩한 이 모던거얼을 붙들었다. 가방 속과 남루한 이불 보따리 속을 넓은 마당에 속속으로 풀어 헤치면서 몇사람의 호인의 취조를 마친후 그들의 순서는 초조히 기다리는 미인에게로 돌아왔다. 새까만 수첩에 무엇인지 기록하면서 잠시간 심문을 하더니 나중에 그들은 미인이 휴대한 조그만 바스켓을 열라고 명령하였다. 미인의 상자 속! 그 속에 설마 아편이 들었을 것인가, 폭탄이 들어을 것인가, 귀여운 젊은 여자의 비밀 상자가 이제 이 대로상에서 마치 수술대에 오른 여인의 나체같이 함부로 열리려 함을 슬퍼하여선지 여자의 얼굴을 일순간에 흐렸다. 그러나 그것도 국경이니 관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미인은 바스켓을 조심스럽게 열고 속을 들여다보였다. 경비 순사는 호색적인지 경계적인지 가느다란 눈초리로 속의 것 집어내기를 강청하였다. 미인은 부끄럼인지 불안스럼인지 말없이 한 가지 두 가지 속에 것을 집어 냈다. 수건, 화장품, 오페라빽. 미인을 한참 주저하다가 계속해서 비단 양말, 새빨간 즈로오스를 집어 냈다. 보기만 하여도 유혹적인 새빨간 즈로오스, 살 냄새 나는 비단 양말을 큰 행길 위에서 순사는 휙휙 털어 보았다.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진 미인을 황급하게 그것을 도로 상자 속에 쑤셔 넣으려고 하였으나 순사의 손이 그것을 막으면서 상자 속을 가리켰다. 「무언가, 이것은?」 「…………」 말없이 집어 낸 것은 실망태에 넣은 참외였다. 「참외?」 언제 어디서 사 넣은 것인지 생기와 신선미를 잃은 참외, 그물 속에 두어개 쪼글쪼글 시들었다. 조막만큼씩하고 노란 역시 회령 참외의 종자임에는 틀림없었다. 「참외 !」 참외보다 유다른 그 무엇을 기대하였던 경관은 고갯짓을 하면서 또한번 외쳤다. 보일 것을 다 보였으니 미인은 주섬주섬 행장을 수습하여 가지고 그자리를 일어섰다. 애매한 모던거얼, 그의 상자 속에 들었으면 무엇이 들었단 말인가. 공연히 대로상에 양말을 흔들며 속옷을 내보이며 수치만 당한 것이 분한 듯이 미인은 의기 넘치게 거리를 향하여 정거장 넓은 마당을 건넜다. 경관들은 머리를 한데 모으고 검은 수첩을 들여다보면서 무엇인지 의논이 분분하였다. 전문가이니만큼 그들의 눈치는 뭇 사람의 그것과는 다르다. 우리들이 생각지 못할 만큼 날카로운 눈을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 넓은 마당을 다 건너간 미인의 등 위에 날카로운 시선이 가자 그들은 미인을 다시 불렀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간에 두말없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이 국경이다. 법이다. 그러나 열 번 열어도 백 번 열어도 그 바스켓이 그 바스켓이지 그동안에 신기한 기적이 일어났단 말인가, 다른 무엇이 또 들었을 것인가. 여전히 수건, 화장품, 오페라빽, 양말, 즈로오스, 참외 망태가 길바닥에 쏟아져 나왔다. 아무 기적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참외 !」 참외 많은 회령바닥에서 그래도 참외가 탐나는 듯이 경관은 망태 속에서 참외를 하나 집어냈다. 시들어 쪼그라진 참외 그것이 그다지 탐나는가. 하기는 길거리의 싱싱한 것보다도 시들었을망정 미인의 수중에 저장한 것이니 탐도 날 것이다. 금방 입에다나 넣을 듯이 탐을 내면서 그들은 시든 참외의 향기를 맡았다. 「안돼요, 그것은.」 미인은 별안간 참외를 그들의 손에서 뺏으려 하였다. 「집의 어린것 줄 것예요.」 「집의 어린것?」 경관은 의미있게 웃었다. 「안돼요, 그것은.」 이 실랑이를 치는 판에―가엽다 ! 손에 들었던 참외 하나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떨어져 부서진 참외―그 속에서 한 자루의 새까만 무기가 나왔다. 부라우닝식인지 콜트식인지 혹은 모오제르식인지 퍽도 귀여운 무기이다. 계속하여 또 한 개 떨어뜨린 참외―그 속에서는 새까만 콩알이 우수수 헤어졌다. 정거장 넓은 마당에 근대적 역학미를 띤 푸른 총신과 검은 콩알이 국경의 석양을 받아 무섭게 빛났다. 역시 석양을 받아 반짝이는 경관의 시선이 평범치 않은 모던거얼의 얼굴을 날카롭게 쏘았다. {{PD-old-70}} 996bfkxw7crnyuax1d9435ugay85dji 2019두50168 0 50755 426822 404419 2026-05-03T14:51:43Z Revi C. 3799 연도=2019 426822 wikitext text/x-wiki {{머리말 |제목 = 요양승인처분취소 |지은이 = 대법원 |부제 =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두50168 판결 |연도=2019 }} <pages index="대법원 2019두50168.pdf" from=1 to=7 /> == 라이선스 == {{PD-South Korea-exempt}} [[분류:대한민국 대법원 판례 (2019년)]] bamxf0gj1o33gxvf4adx64m30n19fdz 2020오1 0 111859 426817 2026-05-03T14:36:44Z Revi C. 3799 draft 426817 wikitext text/x-wiki {{머리말 |제목 = 2020오1 |저자 = [[저자:대한민국 대법원]] |역자 = |부제 = 사기,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이전 = |다음 = |설명 = |연도 = 2020 }} ckhpnss40bw5a2bcmvntt3muu6sliyy 426823 426817 2026-05-03T14:52:27Z Revi C. 3799 + 426823 wikitext text/x-wiki {{머리말 |제목 = 2020오1 |저자 = 대법원 |부제 = 사기,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연도 = 2020 }} <pages index="대법원 2020오1.pdf" from=1 t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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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3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5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 것은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를 지적하는 비상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446조 제1호 본문에 따라 원판결 중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 부분을 파기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noinclude>{{가운데|{{크게|'''- 2 -'''}}}}</noinclude> pulairk7i5r1h4qply0nj3v039p1p4y 426821 426820 2026-05-03T14:48:49Z Revi C. 3799 웁스 426821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Revi C." /></noinclude>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형법 제62조 제1항 본문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벌금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규정에 의하면 원판결 법원으로서는 피고인에 대하여 3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판결 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3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5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 것은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를 지적하는 비상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446조 제1호 본문에 따라 원판결 중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 부분을 파기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noinclude>{{가운데|- 2 -}}</noinclude> mphm99toigqgut5vmx7l79d6fkw3cf1 426839 426821 2026-05-03T15:00:50Z Revi C. 3799 판사 426839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Revi C." /></noinclude>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형법 제62조 제1항 본문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벌금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률규정에 의하면 원판결 법원으로서는 피고인에 대하여 3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판결 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3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5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 것은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를 지적하는 비상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446조 제1호 본문에 따라 원판결 중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 부분을 파기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 | style="max-width: 20%; width: 100px;" | 재판장 | style="max-width: 20%; width: 100px;" | 대법관 | 김선수 |- | 주{{여백|0.75em}}심 | 대법관 |이기택 |- | | 대법관 | 박정화 |- | | 대법관 | 이흥구 |}<noinclude>{{가운데|- 2 -}}</noinclude> ljmhzjh50fsacfiwv57o460ri1rjc44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13 250 111863 426825 2026-05-03T14:54:10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그 녀학ᄉᆡᆼ은 조션 ᄉᆞᄅᆞᆷ이오 일홈은 리졍임(李貞姙)인ᄃᆡ 리시죵 ○○의 ᄯᆞᆯ이라 자식 사랑ᄒᆞᄂᆞᆫ 마음이야 누가 업스리오만은 리졍임의 부모 리시죵 ᄂᆡ외ᄂᆞᆫ 늣게 졍임을 나흐ᄆᆡ 슬하 혈육이 다만 일ᄀᆡ 녀ᄌᆞᄲᅮᆫ인 고로 그 ᄋᆡ지즁지ᄒᆞᆷ이 남에셔 특별히 귀ᄒᆞ게 녁이ᄂᆞᆫ 터인ᄃᆡ 그 리시죵의 엽집에... 426825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그 녀학ᄉᆡᆼ은 조션 ᄉᆞᄅᆞᆷ이오 일홈은 리졍임(李貞姙)인ᄃᆡ 리시죵 ○○의 ᄯᆞᆯ이라 자식 사랑ᄒᆞᄂᆞᆫ 마음이야 누가 업스리오만은 리졍임의 부모 리시죵 ᄂᆡ외ᄂᆞᆫ 늣게 졍임을 나흐ᄆᆡ 슬하 혈육이 다만 일ᄀᆡ 녀ᄌᆞᄲᅮᆫ인 고로 그 ᄋᆡ지즁지ᄒᆞᆷ이 남에셔 특별히 귀ᄒᆞ게 녁이ᄂᆞᆫ 터인ᄃᆡ 그 리시죵의 엽집에 사ᄂᆞᆫ 김승지 ○○ᄂᆞᆫ 리시죵의 죽마고우―ㄹ ᄲᅮᆫ 아니라 셔로 지긔ᄒᆞᄂᆞᆫ 친구인ᄃᆡ 그 김승지도 역시 늙도록 아달이 업셔 슬허ᄒᆞ다가 졍임이 낫튼 ᄒᆡ에 관옥 갓흔 남ᄌᆞ를 나흐니 우 업시 깃버ᄒᆞ야 일홈을 영창(永昌)이라 ᄒᆞ고 더 ᄒᆞᆯ 것 업시 귀ᄒᆞ게 기르ᄂᆞᆫ 터이라 리시종은 김승지를 맛ᄂᆞ면 「자네ᄂᆞᆫ 져러ᄒᆞᆫ 아들을 두엇스니 마음에 오작 죠켓ᄂᆞ 나ᄂᆞᆫ 일ᄀᆡ 녀아ᄂᆞᄆᆞ 남달니 사랑ᄒᆞ네」 ᄒᆞ며 이약이ᄒᆞ고 셔로 친ᄌᆞ식갓치 귀ᄒᆡᄒᆞ니 그 두 집 가정에셔―ㄹ지라도 셔로 사랑ᄒᆞ기를 남의 ᄌᆞ손갓치 역이지 아니ᄒᆞ더라 그 두 아ᄒᆡ가 두 살 되고 셰 살 되야 거름도 ᄇᆡ호고 말도 옴기ᄆᆡ 놀기도 ᄒᆞᆷᄭᅴ 놀고 작난도 셔로 ᄒᆞ야 친형졔도 갓치 졍다우며 쌍동이도 갓치 자라{{upe}}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9mrx0eb64y3593maze8pkoczxtdxwo7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14 250 111864 426826 2026-05-03T14:54:27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ᄂᆞᆫᄃᆡ 자라갈수록 더욱 심지가 상합ᄒᆞ야 글도 갓치 읽고 조흔 음식을 보아도 논아 먹으며 영쳥이가 아니 오면 졍임이가 가고 졍임이가 아니 가면 영쳥이가 와셔 잠시도 셔로 ᄯᅥᄂᆞ지 아니ᄒᆞ야 그 졍분이 졈졈 깁허가더라 그 두 아ᄒᆡ가 나도 동갑이요 얼골도 비슷ᄒᆞ고 졍의도 한ᄯᅳᆺ 갓흐ᄂᆞ 다만 갓지 아니ᄒᆞᆫ 것은 계집... 426826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ᄂᆞᆫᄃᆡ 자라갈수록 더욱 심지가 상합ᄒᆞ야 글도 갓치 읽고 조흔 음식을 보아도 논아 먹으며 영쳥이가 아니 오면 졍임이가 가고 졍임이가 아니 가면 영쳥이가 와셔 잠시도 셔로 ᄯᅥᄂᆞ지 아니ᄒᆞ야 그 졍분이 졈졈 깁허가더라 그 두 아ᄒᆡ가 나도 동갑이요 얼골도 비슷ᄒᆞ고 졍의도 한ᄯᅳᆺ 갓흐ᄂᆞ 다만 갓지 아니ᄒᆞᆫ 것은 계집아ᄒᆡ와 산아ᄒᆡ인 고로 졍임의 부모ᄂᆞᆫ 영창이를 보면 ᄃᆡ단히 부러ᄒᆞ고 영창의 부모ᄂᆞᆫ 졍임이를 보면 ᄆᆡ우 탐을 ᄂᆡᄂᆞᆫ 터인ᄃᆡ 졍임이 일곱 살 먹던 ᄒᆡ 졍월 ᄃᆡ보름ᄂᆞᆯ 져녁에 리시종이 술이 얼근이 ᄎᆔᄒᆞ야 마누라를 부르고 조흔 낫흐로 드러오ᄂᆞᆫ지라 부인은 마루로 마주나가며 :(부인) 어ᄃᆡ셔 져럿케 약주가 ᄎᆔᄒᆞ셧소 :(리시종) 오ᄂᆞᆯ이 명일이 아니요 김승지ᄒᆞ고 술을 잔ᄯᅳᆨ 먹엇소 노ᄅᆡ에 졍 붓칠 것은 술밧게 업소구려...... 허...... 허...... ᄒᆞ면셔 압셔거니 뒤셔거니 안방으로 드러오더니 {{nop}}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6md8pi2xwyva2yghjwmgpagassmcggo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15 250 111865 426827 2026-05-03T14:54:46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리) 마누라 오ᄂᆞᆯ 졍임이 혼ᄉᆞ를 확졍ᄒᆞ엿소...... 져의ᄭᅵ리 졍답게 노ᄂᆞᆫ 영창이ᄒᆞ고...... :(부) 그ᄭᆞ지 바지 안에 ᄯᅩᆼ 무든 것들을 졍혼이 다 무엇이오닛가 하......하...... :(리) 누가 오ᄂᆞᆯ 신방을 차려 주ᄂᆞ...... 그ᄅᆡ 두엇다가 아모 ᄯᆡ나 져의들 나 차거든 초례 시기지...... 마누라ᄂᆞᆫ 일쌍 영창이 갓흔 아달 ᄒᆞ... 426827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리) 마누라 오ᄂᆞᆯ 졍임이 혼ᄉᆞ를 확졍ᄒᆞ엿소...... 져의ᄭᅵ리 졍답게 노ᄂᆞᆫ 영창이ᄒᆞ고...... :(부) 그ᄭᆞ지 바지 안에 ᄯᅩᆼ 무든 것들을 졍혼이 다 무엇이오닛가 하......하...... :(리) 누가 오ᄂᆞᆯ 신방을 차려 주ᄂᆞ...... 그ᄅᆡ 두엇다가 아모 ᄯᆡ나 져의들 나 차거든 초례 시기지...... 마누라ᄂᆞᆫ 일쌍 영창이 갓흔 아달 ᄒᆞᄂᆞ 두엇스면 조ᄏᆡᆺ다고 한탄ᄒᆞ지 아니ᄒᆡᆺ소 사위ᄂᆞᆫ 왜 아달만 못ᄒᆞᆫ가요...... 이ᄋᆡ 졍임아 오ᄂᆞᆯ은 영창이가 엇ᄌᆡ 아니 왓ᄂᆞ냐 ᄒᆞᄂᆞᆫ 말ᄭᅳᆺ치 ᄯᅥ러지기 젼에 영창이가 문을 열고 드러오며 :(영창) 졍임아 졍임아 우리 아바지ᄂᆞᆫ 부름 만히 사오셧단다 부름 ᄭᆞ먹으러 우리 집으로 가자...... 어셔...... 어셔...... :(리) 허......허......허...... 우리 사위 오시ᄂᆞ 어셔 드러오게 자네 집만 부름 사왓다던가 우리 집에도 이럿케 만히 사왓다네 ᄒᆞ고 벽장문을 열고 호도 잣을 ᄂᆡ여주며 귀ᄒᆞᆫ 마음을 이긔지 못ᄒᆞ야 롱{{upe}}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d21zwsu12zqnfjoxtpdrdq48g1a7r95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16 250 111866 426829 2026-05-03T14:55:08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지거리를 붓치며 이런 말 져런 말 ᄒᆞ다가 사랑으로 나가고 졍임이와 영챵이ᄂᆞᆫ 부름을 ᄭᆞ먹으며 속달거리고 이약이ᄒᆞᄂᆞᆫᄃᆡ :(영챵) 이ᄋᆡ 졍임아 나ᄂᆞᆫ 너ᄒᆞᆫ테로 장가가고 너ᄂᆞᆫ 나ᄒᆞᆫ테로 싀집온다더라 :(졍임) 장가ᄂᆞᆫ 무엇ᄒᆞᄂᆞᆫ 것이오 싀집은 무엇ᄒᆞᄂᆞᆫ 것이냐 :(영) 장가ᄂᆞᆫ ᄂᆡ가 너ᄒᆞ고... 426829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지거리를 붓치며 이런 말 져런 말 ᄒᆞ다가 사랑으로 나가고 졍임이와 영챵이ᄂᆞᆫ 부름을 ᄭᆞ먹으며 속달거리고 이약이ᄒᆞᄂᆞᆫᄃᆡ :(영챵) 이ᄋᆡ 졍임아 나ᄂᆞᆫ 너ᄒᆞᆫ테로 장가가고 너ᄂᆞᆫ 나ᄒᆞᆫ테로 싀집온다더라 :(졍임) 장가ᄂᆞᆫ 무엇ᄒᆞᄂᆞᆫ 것이오 싀집은 무엇ᄒᆞᄂᆞᆫ 것이냐 :(영) 장가ᄂᆞᆫ ᄂᆡ가 너ᄒᆞ고 졀ᄒᆞᄂᆞᆫ 것이오 싀집은 네가 우리 집에 와셔 사ᄂᆞᆫ 것이라더라 :(졍) 이ᄋᆡ 누가 그ᄅᆡ더냐 :(영) 우리 어마니가 말ᄉᆞᆷᄒᆞ시ᄂᆞᆫᄃᆡ 너의 아바지ᄒᆞ고 우리 아바지ᄒᆞ고 그럿케 이약이ᄒᆞ셧다더라 :(졍) 이ᄋᆡ 나ᄂᆞᆫ 너의 집에 가셔 살기 실타 네가 우리 집으로 싀집오너라 두 아ᄒᆡᄂᆞᆫ 밤이 깁도록 이러케 놀다가 헤져 갓ᄂᆞᆫᄃᆡ 그 부터ᄂᆞᆫ 졍임의 집에셔도 영챵이를 자긔 사위로 알고 영챵의 집에셔도 졍임이를 자긔 며ᄂᆞ리로 인졍ᄒᆞ야 두 집 관계가 더욱 친밀ᄒᆡ지고 그 두 아ᄒᆡ들도 혼인이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9v8pr9168u8wgqgrv0mfjgfaucozfs8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17 250 111867 426830 2026-05-03T14:55:40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무엇인지 부부가 무엇인지 의미ᄂᆞᆫ 아지 못ᄒᆞᄂᆞ 영챵은 졍임의게로 장가갈 줄로 ᄉᆡᆼ각ᄒᆞ고 졍임은 영챵의게로 싀집갈 줄 알더라 졍임과 영챵이가 이쳐럼 졍답게 지ᄂᆡ더니 영챵이 열 살 되던 ᄒᆡ ᄉᆞᆷ월에 김승지가 초산 군수로 셔임되니 가족을 다리고 즉시 군아에 부임ᄒᆞᆯ 터인ᄃᆡ 졍임과 영챵이가 셔로 ᄯᅥᄂᆞ기를 ᄋ... 426830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무엇인지 부부가 무엇인지 의미ᄂᆞᆫ 아지 못ᄒᆞᄂᆞ 영챵은 졍임의게로 장가갈 줄로 ᄉᆡᆼ각ᄒᆞ고 졍임은 영챵의게로 싀집갈 줄 알더라 졍임과 영챵이가 이쳐럼 졍답게 지ᄂᆡ더니 영챵이 열 살 되던 ᄒᆡ ᄉᆞᆷ월에 김승지가 초산 군수로 셔임되니 가족을 다리고 즉시 군아에 부임ᄒᆞᆯ 터인ᄃᆡ 졍임과 영챵이가 셔로 ᄯᅥᄂᆞ기를 ᄋᆡ셕히 넉이ᄂᆞᆫ 고로 리시종 집에셔ᄂᆞᆫ 가권을 솔거ᄒᆞᄂᆞᆫ 것이 불가ᄒᆞ다고 권고ᄒᆞᄂᆞ 김승지ᄂᆞᆫ 가계가 원ᄅᆡ 유족지 못ᄒᆞᆫ 터이라 군슈의 박봉을 가지고 식비와 교졔비를 졔ᄒᆞ면 본가에 보ᄂᆡᆯ 것이 남지 아니ᄒᆞᄀᆡᆺ스니 가족을 다리고 가ᄂᆞᆫ 것이 필요가 될 ᄲᅮᆫ 아니라 셜령 가사ᄂᆞᆫ 리시죵의게 젼혀 부탁ᄒᆞ야도 무방ᄒᆞᄀᆡᆺ지만은 김승지ᄂᆞᆫ 자긔 아들 영챵을 잠시라도 보지 못ᄒᆞ면 ᄋᆡ졍을 이긔지 못ᄒᆞ야 침식이 달지 아니ᄒᆞᆫ 터인 고로 부득이ᄒᆞ야 부인과 영챵을 다리고 초산으로 ᄯᅥᄂᆞ가ᄂᆞᆫᄃᆡ 가ᄂᆞᆫ 로졍은 인쳔으로 가셔 긔션을 타고 수로로 갈 작졍으로 상오 구시 남ᄃᆡ문발 인쳔ᄒᆡᆼ 렬ᄎᆞ로 발졍ᄒᆞᆯᄉᆡ 졍임이ᄂᆞᆫ 남문녁에 나아가셔 방금 ᄯᅥᄂᆞᄂᆞᆫ 영챵의 손을 잡고 셔{{upe}}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4hh50gpn8jkci0f1nigktzy5duxwkzd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18 250 111868 426831 2026-05-03T14:56:03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로 친졀히 젼별ᄒᆞᆫ다 :(졍) 「영챵아 너ᄒᆞ고 나ᄒᆞ고 잠시를 ᄯᅥᄂᆞ지 못ᄒᆞ다가 네가 져럿케 멀니 가면 나ᄂᆞᆫ 놀기ᄂᆞᆫ 누구ᄒᆞ고 갓치 놀고 글은 누구ᄒᆞ고 갓치 읽으며 너를 보고 십흔 ᄉᆡᆼ각을 엇더케 참ᄂᆞᆫ단 말이냐」 :(영) 「나도 너를 두고 멀니 가기ᄂᆞᆫ ᄃᆡ단히 셥셥ᄒᆞ다마은 우리 아바지 어마니가 나를 보... 426831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로 친졀히 젼별ᄒᆞᆫ다 :(졍) 「영챵아 너ᄒᆞ고 나ᄒᆞ고 잠시를 ᄯᅥᄂᆞ지 못ᄒᆞ다가 네가 져럿케 멀니 가면 나ᄂᆞᆫ 놀기ᄂᆞᆫ 누구ᄒᆞ고 갓치 놀고 글은 누구ᄒᆞ고 갓치 읽으며 너를 보고 십흔 ᄉᆡᆼ각을 엇더케 참ᄂᆞᆫ단 말이냐」 :(영) 「나도 너를 두고 멀니 가기ᄂᆞᆫ ᄃᆡ단히 셥셥ᄒᆞ다마은 우리 아바지 어마니가 나를 보고 십어 ᄒᆞ실 ᄉᆡᆼ각을 ᄒᆞ면 ᄯᅥ러져 잇슬 수 업고ᄂᆞ 오냐 잘 잇거라 ᄂᆡ 쉽사리 올나오마」 졍임은 품에셔 사진 ᄒᆞᆫ 장을 ᄭᅥᄂᆡ더니 그 뒤ᄯᅳᆼ에 (경셩 즁부 교동 三三九)라고 써셔 영챵이를 쥬며 :(졍) 이것 보아라 이것은 ᄂᆡ 사진이오 이 뒤ᄯᅳᆼ에 쓴 것은 우리 집 통 호수다 만일 이 사진을 일튼지 통 호수를 이져 바리거든 삼삼구만 ᄉᆡᆼ각ᄒᆞ여라 영챵이ᄂᆞᆫ 사진을 밧아들고 그 말 ᄃᆡ답도 밋쳐 못 ᄒᆡ셔 긔젹 소ᄅᆡ가 「ᄲᅮᆼᄲᅮᆼ」 ᄂᆞ며 ᄎᆞ가 ᄯᅥ나고자 ᄒᆞ니 졍임은 급히 ᄎᆞ에 ᄂᆡ려셔 스르를 나가ᄂᆞᆫ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3crmxy4xo9maqcbg8vf990jlwvjd6c5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19 250 111869 426832 2026-05-03T14:56:21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유리챵을 향ᄒᆞ야 「부ᄃᆡ...... 잘 가거라」 ᄒᆞ며 옷깃에 방울방울 ᄯᅥ러지ᄂᆞᆫ 눈물을 씻ᄂᆞᆫᄃᆡ 긔관ᄎᆞ 연통에셔 거문 연긔가 물큰물큰 올나가며 ᄎᆞᄂᆞᆫ 살 닷 듯ᄒᆞ야 어느 겨를에 간 곳도 업고 다만 룡산강 언덕 우에 멀니 의의ᄒᆞᆫ 버들빗만 머물럿더라 졍임이ᄂᆞᆫ 영창이를 젼송ᄒᆞ고 초챵ᄒᆞᆫ 마음을 익이지 못... 426832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유리챵을 향ᄒᆞ야 「부ᄃᆡ...... 잘 가거라」 ᄒᆞ며 옷깃에 방울방울 ᄯᅥ러지ᄂᆞᆫ 눈물을 씻ᄂᆞᆫᄃᆡ 긔관ᄎᆞ 연통에셔 거문 연긔가 물큰물큰 올나가며 ᄎᆞᄂᆞᆫ 살 닷 듯ᄒᆞ야 어느 겨를에 간 곳도 업고 다만 룡산강 언덕 우에 멀니 의의ᄒᆞᆫ 버들빗만 머물럿더라 졍임이ᄂᆞᆫ 영창이를 젼송ᄒᆞ고 초챵ᄒᆞᆫ 마음을 익이지 못ᄒᆞ야 집ᄭᆞ지 울고 드러오니 리시죵의 부인도 셥셥ᄒᆞᆫ 마음을 이긔지 못ᄒᆞ던 ᄎᆞ에 자긔 귀ᄒᆞᆫ ᄯᆞᆯ이 울고 드러 오ᄂᆞᆫ 것을 보고 눈물을 흘니다가 죠흔 말로 영창이ᄂᆞᆫ 속히 다녀온다고 그 ᄯᆞᆯ을 위로ᄒᆞ고 달ᄅᆡ엿ᄂᆞᆫᄃᆡ 졍임이ᄂᆞᆫ 어린아ᄒᆡ라 엇지 부쳐 될 ᄉᆞᄅᆞᆷ의 인졍을 아라 그러ᄒᆞ리오만은 갓치 자라던 졍리로 영창의 ᄉᆡᆼ각을 ᄒᆞᆫ시도 잇지 못ᄒᆞ야 졔 눈에 조흔 것만 보면 영창이의게 보ᄂᆡ 준다고 ᄭᅩᆨᄭᅩᆨ ᄊᆞ 두엇다가 인편 잇슬 ᄶᅧᆨ마다 보ᄂᆡ기도 ᄒᆞ고 영창의 편지를 어졔 보앗셔도 오ᄂᆞᆯ ᄯᅩ 오기를 기다리며 ᄭᅩᆺ 피고 ᄉᆡ 울 ᄯᆡ와 달 밝고 눈 흴 ᄶᅥᆨ마다 시름업시 셔쳔을 바라고 눈셥을 ᄶᅵᆼ기더라 {{nop}}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a8n9f36hmo2h8g6zcicbohmfbajyxvw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20 250 111870 426833 2026-05-03T14:56:49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졍임이가 영창이 ᄉᆡᆼ각ᄒᆞ기를 이러틋 괴롭게 그 ᄒᆡ 일 년을 십년갓치 다 지ᄂᆡ고 그 이듬ᄒᆡ 봄이 차차 되야 오ᄆᆡ 영창이 오기를 기다리ᄂᆞᆫ 마음이 자연 ᄉᆡᆼ겨셔 「ᄯᅥᄂᆞᆯ ᄯᆡ에 쉽사리 온다더니 일 년이 지ᄂᆡ도록 엇ᄌᆡ 아니 오노」 ᄒᆞ고 문 박게셔 자취 소ᄅᆡ만 나도 아마 영창이가 오ᄂᆞ 보다 아참에 ᄭᅡ치만... 426833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졍임이가 영창이 ᄉᆡᆼ각ᄒᆞ기를 이러틋 괴롭게 그 ᄒᆡ 일 년을 십년갓치 다 지ᄂᆡ고 그 이듬ᄒᆡ 봄이 차차 되야 오ᄆᆡ 영창이 오기를 기다리ᄂᆞᆫ 마음이 자연 ᄉᆡᆼ겨셔 「ᄯᅥᄂᆞᆯ ᄯᆡ에 쉽사리 온다더니 일 년이 지ᄂᆡ도록 엇ᄌᆡ 아니 오노」 ᄒᆞ고 문 박게셔 자취 소ᄅᆡ만 나도 아마 영창이가 오ᄂᆞ 보다 아참에 ᄭᅡ치만 지져도 아마 영창이가 오나 보다 ᄒᆞ야 ᄒᆞ로도 몃 번식 문박을 ᄂᆡ다 보더니 ᄒᆞ로ᄂᆞᆫ 안마당에셔 바삭바삭ᄒᆞᄂᆞᆫ 소ᄅᆡ에 창문을 열고 보니 사ᄅᆞᆷ은 아모도 업고 회리바람이 ᄲᆡᆼᄲᆡᆼ 돌다가 긋치ᄂᆞᆫᄃᆡ 일긔가 엇지 화창ᄒᆞᆫ지 희고 흰 면회담에 아지랑이가 아물아물ᄒᆞ며 멀니 들니ᄂᆞᆫ 버들피리 소ᄅᆡ가 ᄉᆞᄅᆞᆷ에 회포를 은근이 도드ᄂᆞᆫ지라 어린 마음에도 별안간 울젹ᄒᆞᆫ ᄉᆡᆼ각이 ᄂᆞ셔 후졍을 도라가 건일다가 보니 도화가 웃ᄂᆞᆫ 듯이 피엿거ᄂᆞᆯ 가늘고 가는 손으로 ᄒᆞᆫ 가지를 ᄯᅩᆨ ᄭᅥᆨ거 가지고 드러오며 :(졍) 「어마니 어마니 도화가 이럿케 피엿스니 작년에 영창이 ᄯᅥ나던 ᄯᆡ가 발셔 되얏슴니다그려」 {{nop}}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8ftc29qgqi2214xeabnz03dgd1nkrdy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21 250 111871 426834 2026-05-03T14:57:12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부인) 「참 셰월이 쉽기도 ᄒᆞ다 어졔 갓튼 일이 발셔 돌시로구ᄂᆞ」 :(졍) 「영창이ᄂᆞᆫ 올 ᄯᆡ가 되얏ᄂᆞᆫᄃᆡ 왜 아니 옴닛가 요ᄉᆞ이ᄂᆞᆫ 편지도 보름이 지ᄂᆡ도록 아니 오니 왼일인지 궁금ᄒᆞᆷ니다」 :(부인) 「아마 쉬 올 ᄯᆡ가 되닛가 편지도 아니 오나 보다」 :(졍임) 아니 그러면 올ᄂᆞ올 ᄯᆡ에 입고 오게 겹옷이ᄂᆞ 보... 426834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부인) 「참 셰월이 쉽기도 ᄒᆞ다 어졔 갓튼 일이 발셔 돌시로구ᄂᆞ」 :(졍) 「영창이ᄂᆞᆫ 올 ᄯᆡ가 되얏ᄂᆞᆫᄃᆡ 왜 아니 옴닛가 요ᄉᆞ이ᄂᆞᆫ 편지도 보름이 지ᄂᆡ도록 아니 오니 왼일인지 궁금ᄒᆞᆷ니다」 :(부인) 「아마 쉬 올 ᄯᆡ가 되닛가 편지도 아니 오나 보다」 :(졍임) 아니 그러면 올ᄂᆞ올 ᄯᆡ에 입고 오게 겹옷이ᄂᆞ 보ᄂᆡ 줍시다 아바지가 드러오시거든 소포 붓칠 돈을 달ᄂᆡ야지요 ᄒᆞ며 쟝문을 열고 ᄉᆡ로 지여 차곡차곡 너어두엇던 면주 겹바지 져고리와 분홍 ᄉᆞᆷ팔 두루막이를 ᄂᆡ여 ᄇᆡᆨ지로 두어 번 ᄊᆞ고 그 거죽에 유지로 ᄯᅩ ᄒᆞᆫ 번 ᄊᆞ셔 노ᄭᅳᆫ으로 열 십ᄍᆞ 우물 졍ᄍᆞ로 이리져리 얼글 지음에 리시죵이 이마에 ᄂᆡ쳔ᄶᆞ를 쓰고 얼골에 외곳치 피여셔 드러오더니 :(리) 「원...... 이런 변괴가 잇ᄂᆞ...... 응...... 응......」 :(부) 「변괴가 무슨 변괴오닛가」 :(리) 「응응...... 응응......」 {{nop}}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5t34w0bxklliyaqr6w12rdp815e52cp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22 250 111872 426835 2026-05-03T14:57:35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부) 「각갑ᄒᆞ니 어셔 말ᄉᆞᆷ 좀 ᄒᆞ시오」 :(리) 「초산셔 민요가 낫ᄃᆡ야」 :(부) 「민요가 낫스면 엇더케 되얏단 말ᄉᆞᆷ이오」 :(리) 「엇더케 되고 말고 긔가 막혀 말ᄒᆞᆯ 수 업셔 이 ᄂᆡ부에 온 보고 좀 보아」 ᄒᆞ고 평북 관찰ᄉᆞ의 보고 볏긴 초를 ᄂᆡ여 부인의 압흐로 던지ᄂᆞᆫᄃᆡ 그 집은 월ᄂᆡ 문한가인 고로 그 부인의... 426835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부) 「각갑ᄒᆞ니 어셔 말ᄉᆞᆷ 좀 ᄒᆞ시오」 :(리) 「초산셔 민요가 낫ᄃᆡ야」 :(부) 「민요가 낫스면 엇더케 되얏단 말ᄉᆞᆷ이오」 :(리) 「엇더케 되고 말고 긔가 막혀 말ᄒᆞᆯ 수 업셔 이 ᄂᆡ부에 온 보고 좀 보아」 ᄒᆞ고 평북 관찰ᄉᆞ의 보고 볏긴 초를 ᄂᆡ여 부인의 압흐로 던지ᄂᆞᆫᄃᆡ 그 집은 월ᄂᆡ 문한가인 고로 그 부인의 학문도 신문 ᄒᆞᆫ 장은 무란히 보ᄂᆞᆫ 터이라 부인이 그 보고초를 집어들고 보니 :보고셔 「관하 초산군에셔 거 이월 이십팔일 하오 삼시경에 란민 쳔여 명이 불의에 ᄎᆔ집ᄒᆞ야 관아에 츙화ᄒᆞ고 작셕을 란투ᄒᆞ와 관사와 민가 수ᄇᆡᆨ호가 연소ᄒᆞᄋᆞᆸ고 리민간 사상 이십여 인에 달ᄒᆞ야 야료 란폭ᄒᆞᆷ으로 강계 진위ᄃᆡ에셔 병죨 일소ᄃᆡ를 급파ᄒᆞ야 익일 상오 십시에 초히 진압되엿ᄉᆞ온ᄃᆡ ᄒᆡ 군수와 급기 가죡은 ᄒᆡᆼ위불명ᄒᆞᄋᆞᆸ기 방금 조사 즁이오ᄂᆞ 종ᄂᆡ 죵젹을 부지ᄒᆞᄀᆡᆺᄉᆞ오며 민요 주창자ᄂᆞᆫ 엄밀히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3h2lqyz4n96eowpesh2x47t8dxc332k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23 250 111873 426836 2026-05-03T14:57:55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수ᄉᆡᆨᄒᆞᆫ 결과로 장두 오인을 포박ᄒᆞ야 본부에 엄수ᄒᆞ옵고 자에 보고ᄒᆞᆷ」 부인이 보고초를 보다가 ᄭᆞᆷᄶᅡᆨ 놀ᄂᆞ며 :(부인) 「이게 왼일이오 셰 식구가 다 죽엇ᄂᆞ 보구려」 ᄒᆞᄂᆞᆫ 말에 졍임이ᄂᆞᆫ 졍신이 아득ᄒᆞ야 얼골빗치 ᄒᆞ얘지며 아모 말 못ᄒᆞ고 그 모친을 ᄒᆞᆫᄎᆞᆷ 보다가 ᄊᆞ던 옷보를 스르를... 426836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수ᄉᆡᆨᄒᆞᆫ 결과로 장두 오인을 포박ᄒᆞ야 본부에 엄수ᄒᆞ옵고 자에 보고ᄒᆞᆷ」 부인이 보고초를 보다가 ᄭᆞᆷᄶᅡᆨ 놀ᄂᆞ며 :(부인) 「이게 왼일이오 셰 식구가 다 죽엇ᄂᆞ 보구려」 ᄒᆞᄂᆞᆫ 말에 졍임이ᄂᆞᆫ 졍신이 아득ᄒᆞ야 얼골빗치 ᄒᆞ얘지며 아모 말 못ᄒᆞ고 그 모친을 ᄒᆞᆫᄎᆞᆷ 보다가 ᄊᆞ던 옷보를 스르를 놋터니 눈에셔 구슬 갓흔 눈물이 쑥쑥 쏘다지며 목을 놋코 우니 부인도 여린 마음에 졍임이 우ᄂᆞᆫ 것을 보고 ᄯᆞ라 우ᄂᆞᆫᄃᆡ 리시죵은 영창이 ᄉᆡᆼ각도 둘ᄶᆡ가 되고 평ᄉᆡᆼ에 지긔ᄒᆞ던 친구 김승지를 ᄉᆡᆼ각ᄒᆞ고 비참ᄒᆞᆫ 마음을 억졔치 못ᄒᆞ야 졍신 업시 안졋다가 다시 마음을 졍돈ᄒᆞ고 우ᄂᆞᆫ 졍임이를 위로ᄒᆞᆫ다 :(리) 「엇지 된 ᄉᆞ긔를 자셔히 아지도 못ᄒᆞ고 울기ᄂᆞᆫ 왜들 울러 졍임아 어셔 긋쳐라 ᄂᆡ일은 ᄂᆡ가 초산을 ᄂᆞ려가셔 자셔히 아라 보ᄀᆡᆺ다 셜마 죽기야 ᄒᆞ엿ᄀᆡᆺᄂᆞ냐 참 이상도 ᄒᆞ다 김승지ᄂᆞᆫ 민요 맛ᄂᆞᆯ ᄉᆞᄅᆞᆷ이 아닌ᄃᆡ 그게 왼일이란 말이냐 그러ᄂᆞ 인ᄌᆞᄂᆞᆫ 무젹이라ᄂᆞᆫᄃᆡ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k6of8zn5f0caych1p69nkbhpyvax1cg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24 250 111874 426837 2026-05-03T14:58:13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김승지갓치 어진 ᄉᆞᄅᆞᆷ이 죽을 리ᄂᆞᆫ 업스리라...... 김승지가 마음은 군ᄌᆞ요 글은 문장이로ᄃᆡ 일에 당ᄒᆞ야셔ᄂᆞᆫ ᄶᅡᆨ업시 흐리것다......」 이런 말로 졍임의 우름을 말류ᄒᆞ고 가방과 양탄자를 ᄂᆡ여 ᄂᆡ일 초산 ᄯᅥᄂᆞᆯ ᄒᆡᆼ쟝을 차려 놋코 셰 ᄉᆞᄅᆞᆷ이 수ᄉᆡᆨ이 만면ᄒᆞ야 묵묵히 안졋더니 하인이 져녁상... 426837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김승지갓치 어진 ᄉᆞᄅᆞᆷ이 죽을 리ᄂᆞᆫ 업스리라...... 김승지가 마음은 군ᄌᆞ요 글은 문장이로ᄃᆡ 일에 당ᄒᆞ야셔ᄂᆞᆫ ᄶᅡᆨ업시 흐리것다......」 이런 말로 졍임의 우름을 말류ᄒᆞ고 가방과 양탄자를 ᄂᆡ여 ᄂᆡ일 초산 ᄯᅥᄂᆞᆯ ᄒᆡᆼ쟝을 차려 놋코 셰 ᄉᆞᄅᆞᆷ이 수ᄉᆡᆨ이 만면ᄒᆞ야 묵묵히 안졋더니 하인이 져녁상을 듸려다 놋코 부인을 ᄃᆡᄒᆞ야 위로ᄒᆞᄂᆞᆫ 말이 「놀ᄂᆞ온 말ᄉᆞᆷ이야 엇지 다 ᄒᆞ오릿가만은 셜마 엇더ᄒᆞ오릿가 너무 걱졍 마시고 진지 어셔 잡수십시오」 ᄒᆞ고 나가ᄂᆞᆫᄃᆡ 졍임이ᄂᆞᆫ 밥 먹을 ᄉᆡᆼ각도 아니ᄒᆞ고 치마ᄭᅳᆫ만 비비 틀며 ᄶᅩ고리고 안졋고 리시죵과 부인은 상을 닥아놋코 막 두어 술 짐 ᄯᅳᄂᆞᆫ ᄯᆡ에 어ᄃᆡ셔 「불이야 불이야」 ᄒᆞᄂᆞᆫ 소ᄅᆡ가 들니며 안방 셔창에 연긔 그림자가 뭉굴뭉굴 빗취고 마루 뒤문 박게ᄂᆞᆫ 화광이 츙쳔ᄒᆞ니 밥 먹던 리시죵은 수져를 손에 든 ᄎᆡ로 급히 나가 보니 자긔 집 굴둑예셔 불이 이러ᄂᆞ셔 ᄒᆞᆫᄭᅳᆺ은 셔으로 도라 부억 뒤ᄭᆞ지 돌고 ᄒᆞᆫᄭᅳᆺ은 동으로 ᄲᅥᆺ쳐 건는방 머리ᄭᆞ지 나갓ᄂᆞᆫᄃᆡ 솔솔 부ᄂᆞᆫ 셔북풍에 비비틀녀 도라가ᄂᆞᆫ 불길이 눈 ᄭᆞᆷᄶᆞᆨᄒᆞᆯ ᄉᆡ이에 왼 집안에 핑 도니 리시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4v4hf015rwzbaljudl2wwsq98ygv16g 페이지:CNTS-00047818815 (신소셜)츄월색.pdf/25 250 111875 426838 2026-05-03T14:58:29Z ZornsLemon 15531 /* 교정 안 됨 */ 새 문서: {{옛한글쪽 시작}} 종 집 사ᄅᆞᆷ들은 발을 동동 구르ᄂᆞ 엇지 ᄒᆞᆯ 수 업스며 여간 순검 헌병ᄭᆡ ᄂᆞ와셔 웃둑웃둑 셧스ᄂᆞ 다 쓸 ᄃᆡ 업고 변변치 못ᄒᆞᄂᆞ마 소방ᄃᆡ도 밋쳐 오기 젼에 봄볏헤 밧삭 마른 집이 젼ᄎᆡ가 다 타 바리고 그 ᄲᅮᆫ 아니라 화불단ᄒᆡᆼ이라고 그 엽흐로 ᄒᆞᆫ테 붓흔 김승지 집ᄭᆞ지 일시에 소존성이 되얏더라 ᄒᆡᆼ장... 426838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ZornsLemon" /></noinclude>{{옛한글쪽 시작}} 종 집 사ᄅᆞᆷ들은 발을 동동 구르ᄂᆞ 엇지 ᄒᆞᆯ 수 업스며 여간 순검 헌병ᄭᆡ ᄂᆞ와셔 웃둑웃둑 셧스ᄂᆞ 다 쓸 ᄃᆡ 업고 변변치 못ᄒᆞᄂᆞ마 소방ᄃᆡ도 밋쳐 오기 젼에 봄볏헤 밧삭 마른 집이 젼ᄎᆡ가 다 타 바리고 그 ᄲᅮᆫ 아니라 화불단ᄒᆡᆼ이라고 그 엽흐로 ᄒᆞᆫ테 붓흔 김승지 집ᄭᆞ지 일시에 소존성이 되얏더라 ᄒᆡᆼ장을 싸 놋코 ᄂᆡ일 아참 일즉이 초산 ᄯᅥᄂᆞ랴고 ᄒᆞ던 리시죵은 ᄯᅳᆺ박게 락미지ᄋᆡᆨ을 당ᄒᆞ야 가족이 모다 로숙ᄒᆞ게 된 경위에 잇스니 엇지 먼길을 ᄯᅥᄂᆞᆯ 수 잇스리오 민망ᄒᆞᆫ 마음을 억지로 참고 급히 빈 집을 구ᄒᆞ야 북부 자하동 일ᄇᆡᆨ팔통 십호 삼십구간 와가를 사셔 겨우 안돈ᄒᆞ고 ᄂᆞᄆᆡ 발셔 일주일이 지ᄂᆡ쓰ᄂᆞ 초산 소식은 종시 묘묘ᄒᆞ니 자긔와 김승지의 관계가 졍리로 ᄒᆞ던지 의리로 ᄒᆞ던지 ᄉᆡᆼ사간에 ᄒᆞᆫ 번 아니 가 보지 못ᄒᆞᆯ 터이라 ᄉᆞᆷ주일 수유를 어더 가지고 즉시 ᄯᅥᄂᆞ 초산을 나려가 보니 읍ᄂᆡᄂᆞᆫ 자긔 집 모양으로 빈 터에 찬 ᄌᆡ ᄲᅮᆫ이오 촌가ᄂᆞᆫ 강계ᄃᆡ 병졍이 와셔 폭민 수ᄉᆡᆨᄒᆞᄂᆞᆫ 통에 다 다라나고 ᄀᆡ암이 ᄉᆡᆨ기 ᄒᆞᄂᆞ 볼 수 업스니 군수의 거{{upe}} {{옛한글쪽 끝}}<noinclude><references/></noinclude> mokx8uyge5fpef1slm1c1rtx3if4uub 분류:대한민국 대법원 판례 (2020년) 14 111876 426841 2026-05-03T15:09:03Z Revi C. 3799 2020년 426841 wikitext text/x-wiki [[분류:대한민국 대법원 판례|20]] 58empi9jux0om5slnxwl747eb7npg97 페이지:셩경젼셔 구약 권2.pdf/234 250 111877 426844 2026-05-03T15:53:01Z Aspere 5453 /* 교정 안 됨 */ 426844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Aspere" /></noinclude>{{nop}} === 이십구편 === {{절|二十九|}} {{작게|{{u|다윗}}의 시라}} {{절||一}} 권능 잇ᄂᆞᆫ쟈들아 영광과 권능을 여호와ᄭᅴ 돌니고 돌닐지어다 {{절||二}} 그 일홈의 합당ᄒᆞᆫ 영광을 여호와ᄭᅴ 돌니고 거륵ᄒᆞᆷ으로 화목ᄒᆞ야 여호와ᄭᅴ 경ᄇᆡᄒᆞᆯ지어다 {{절||三}} 여호와의 소ᄅᆡ는 물 우에 잇도다 영광의 하ᄂᆞ님ᄭᅴ셔 우뢰를 베프시니 곳 큰 물 우에 계신 여호와시로다 {{절||四}} 여호와의 소ᄅᆡ가 힘이 잇고 여호와의 소ᄅᆡ가 심히 위엄ᄎᆞ도다 {{절||五}} 여호와의 소ᄅᆡ가 ᄇᆡᆨ향 나무를 ᄭᅥᆨ고 여호와ᄭᅴ셔 {{du|레바논}}의 ᄇᆡᆨ향나무를 ᄭᆡ트리ᄂᆞᆫ도다 {{절||六}} 여호와ᄭᅴ셔 이 나무를 송ᄋᆞ지 ᄀᆞᆺ치 ᄯᅱ게 ᄒᆞ시고 {{du|레바논}}과 {{du|시리온}} 산으로 ᄒᆞ여곰 들 송ᄋᆞ지 ᄀᆞᆺ치 ᄯᅱ게 ᄒᆞ시ᄂᆞᆫ도다 {{절||七}} 여호와의 소ᄅᆡ가 불 길을 가르시도다 {{절||八}} 여호와의 소ᄅᆡ가 뷘 들을 흔드시니 여호와ᄭᅴ셔 {{du|가데스}}의 뷘 들을 흔드시ᄂᆞᆫ도다 {{nop}}<noinclude><references/></noinclude> 7w2yugvwy2t7scbjjpdwdfocd6q74xt 페이지:셩경젼셔 구약 권2.pdf/235 250 111878 426845 2026-05-03T15:57:16Z Aspere 5453 /* 교정 안 됨 */ 426845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Aspere" /></noinclude>{{절||九}} 여호와의 소ᄅᆡ는 암 ᄉᆞ슴을 락ᄾᆡᄒᆞ게 ᄒᆞ시며 수풀을 ᄆᆞᆰ아케 벗겨ᄇᆞ리시니 그 뎐 가온ᄃᆡ 잇ᄂᆞᆫ 여러 가지 물건이 말ᄒᆞᄃᆡ 영광이라 ᄒᆞ더라 {{절||十}} 여호와ᄭᅴ서 홍슈 우에 계시고 여호와ᄭᅴ셔 영원ᄭᆞ지 님군으로 안즈시ᄂᆞᆫ도다 {{절||十一}} 여호와ᄭᅴ셔 ᄌᆞ긔 ᄇᆡᆨ셩의게 힘을 주시고 여호와ᄭᅴ셔 ᄌᆞ긔 ᄇᆡᆨ셩을 태평ᄒᆞᆷ으로 복을 주시리로다 === 삼십편 === {{절|三十|}} {{작게|{{u|다윗}}의 시니 락셩연에 ᄒᆞᆫ 노래라}} {{절||一}} 여호와여 내가 쥬를 놉히 찬미ᄒᆞᆯ 거슨 쥬ᄭᅴ셔 나를 놉히 드시고 원슈가 나를 인ᄒᆞ야 깃버ᄒᆞ지못ᄒᆞ게 ᄒᆞ심이니이다 {{절||二}} 여호와 내 하ᄂᆞ님이여 내가 쥬ᄭᅴ 불너 알외매 ᄯᅩᄒᆞᆫ 쥬ᄭᅴ셔 내 병을 곳치셧ᄂᆞ이다 {{절||三}} 여호와여 내 령혼을 음부에셔 ᄭᅳ을어 내셧고 쥬ᄭᅴ셔 내 ᄉᆡᆼ명을 보젼ᄒᆞ샤 웅덩이로 ᄂᆞ려가지안케 ᄒᆞ셧ᄂᆞ이다 {{nop}}<noinclude><references/></noinclude> 05v3i8ryvus85rutebuekknlj21ed13 페이지:셩경젼셔 구약 권2.pdf/236 250 111879 426846 2026-05-03T16:01:21Z Aspere 5453 /* 교정 안 됨 */ 426846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Aspere" /></noinclude>{{절||四}} 쥬의 셩도들아 여호와를 찬숑ᄒᆞ며 그 거륵ᄒᆞ신 일홈을 샤례ᄒᆞᆯ지어다 {{절||五}} 대개 그 노ᄒᆞ심은 잠시요 그 은혜 즁에는 ᄉᆡᆼ명이 잇ᄂᆞᆫ지라 밤 동안에는 비록 울음이 잇스나 아ᄎᆞᆷ에는 즐거옴이 오리로다 {{절||六}} 내가 나의 평안ᄒᆞᆫ 즁에셔 말ᄒᆞ기를 내가 영원히 흔들니지아니ᄒᆞ리라 ᄒᆞ엿도다 {{절||七}} 여호와여 은혜로 내 산을 굿게 세우셧스나 오직 쥬의 낫츨 ᄀᆞ리우실 ᄯᅢ에는 내가 락심ᄒᆞ엿ᄂᆞ이다 {{절||八}} 여호와여 내가 불너 알외엿고 여호와를 향ᄒᆞ야 ᄀᆞᆫ구ᄒᆞ엿ᄂᆞ이다 {{절||九}} 내가 웅덩이로 ᄂᆞ려갈 ᄯᅢ에 나의 피로 무ᄉᆞᆷ 유익ᄒᆞᆷ이 잇스리오 틔ᄭᅳᆯ이 능히 쥬를 찬미ᄒᆞ며 쥬의 진리를 젼파ᄒᆞ리잇가 {{절||十}} 여호와여 드르시고 나를 긍휼히 보쇼셔 여호와여 나를 도으시ᄂᆞᆫ이가 되시옵쇼셔 {{절||十一}} 쥬ᄭᅴ셔 나의 ᄉᆞᆲ흠을 변ᄒᆞ야 춤추게 ᄒᆞ셧고 나의 뵈옷을 벗기샤 깃븜으로 나를 ᄯᅴ ᄯᅴ우셧ᄂᆞ이다 {{절||十二}} 이는 나로 ᄌᆞᆷᄌᆞᆷᄒᆞ지아니ᄒᆞ고 영광을 가지고 쥬ᄭᅴ 찬양ᄒᆞ게 ᄒᆞ심이니<noinclude><references/></noinclude> 7nhr0coku74cg9rli2yhj0makxb962c 페이지:셩경젼셔 구약 권2.pdf/237 250 111880 426847 2026-05-03T16:03:56Z Aspere 5453 /* 교정 안 됨 */ 426847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Aspere" /></noinclude>여호와 내 하ᄂᆞ님이여 내가 영원토록 쥬ᄭᅴ 샤례ᄒᆞ겟ᄂᆞ이다 === 삼십일편 === {{절|三十一|}} {{작게|{{u|다윗}}의 시니 령쟝을 식혀 ᄒᆞᆯ 노래라}} {{절||一}} 여호와여 내가 쥬ᄭᅴ 의지ᄒᆞ오니 영원히 나를 붓그럽게 ᄒᆞ지마옵시고 쥬의 의로오심으로 나를 건지시옵쇼셔 {{절||二}} 귀를 내게 기우리샤 ᄲᆞᆯ니 나를 건지쇼셔 나를 위ᄒᆞ야 견고ᄒᆞᆫ 반셕이 되샤 구원ᄒᆞ야 보호ᄒᆞᄂᆞᆫ 산셩이 되시옵쇼셔 {{절||三}} 대개 쥬는 나의 반셕이오 나의 산셩이니 이런고로 쥬의 일홈을 인ᄒᆞ야 나를 잇ᄭᅳᆯ고 인도ᄒᆞ옵쇼셔 {{절||四}} 뎌희가 나를 잡으랴고 비밀히 친 그믈에셔 나를 ᄭᅳ을어 내쇼셔 대개 쥬는 나의 산셩이시로다 {{절||五}} 진리의 하ᄂᆞ님 여호와여 나를 구쇽ᄒᆞ셧스니 내 령혼을 쥬의 손에 부탁ᄒᆞᄂᆞ이다 {{절||六}} 내가 거즛의 허ᄒᆞᆫ 거슬 밋ᄂᆞᆫ쟈를 뮈워ᄒᆞ고 오직 내가 여호와를 의지ᄒᆞᄂᆞᆫ도다 {{nop}}<noinclude><references/></noinclude> fd17rirc7rwqy5fe71uygtw9mr9ohui 페이지:셩경젼셔 구약 권2.pdf/238 250 111881 426848 2026-05-03T16:08:53Z Aspere 5453 /* 교정 안 됨 */ 426848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Aspere" /></noinclude>{{절||七}} 내가 쥬의 인ᄌᆞᄒᆞ심을 인ᄒᆞ야 즐거워ᄒᆞ며 깃버ᄒᆞ오니 대개 쥬ᄭᅴ셔 나의 곤난을 감찰ᄒᆞ샤 내 ᄆᆞᄋᆞᆷ의 근심ᄒᆞᆷ을 아셧ᄂᆞ이다 {{절||八}} 나로 ᄒᆞ여곰 ᄃᆡ뎍의 손에 들지안케 ᄒᆞ시며 나의 발을 너그러온 ᄯᅡ에 서게 ᄒᆞ셧ᄂᆞ이다 {{절||九}} 내가 위급ᄒᆞᆷ을 당ᄒᆞ엿ᄉᆞ오니 여호와여 나를 불샹히 녁이옵쇼셔 내가 근심ᄒᆞᆷ으로 면목이 ᄆᆞ르고 심신이 ᄯᅩᄒᆞᆫ 이 ᄀᆞᆺᄉᆞᆸᄂᆞ이다 {{절||十}} 내 ᄉᆡᆼ명은 근심을 말ᄆᆡ암아 사라지고 내 나은 탄식을 말ᄆᆡ암아 ᄯᅩᄒᆞᆫ 그러ᄒᆞ외다 내 힘은 나의 불의ᄒᆞᆷ으로 피곤ᄒᆞ고 나의 ᄲᅧ는 쇠잔ᄒᆞᄂᆞ이다 {{절||十一}} 내가 모든 ᄃᆡ뎍의게 욕을 당ᄒᆞ고 리웃의게 당ᄒᆞᆷ이 더욱 심ᄒᆞ야 나를 아ᄂᆞᆫ쟈가 놀나고 길에셔 보ᄂᆞᆫ쟈가 다 나를 ᄯᅥ나 도망ᄒᆞᄂᆞᆫ도다 {{절||十二}} 사ᄅᆞᆷ이 죽은쟈를 긔념치아니ᄒᆞᄂᆞᆫ 것 ᄀᆞᆺ치 내가 니져ᄇᆞ린바 되고 ᄯᅩ ᄭᆡ여진 그릇 ᄀᆞᆺ도소이다 {{절||十三}} 내가 만흔 사ᄅᆞᆷ의 훼방을 듯고 ᄉᆞ방으로 두려온 일이 잇스니 뎌희가 모혀 나를 쳐 ᄉᆡᆼ명을 ᄭᅳᆫᄒᆞ랴ᄒᆞ도소이다 {{절||十四}} 여호와여 내가 쥬를 의지ᄒᆞ야 말ᄒᆞ기를 쥬ᄭᅴ셔 내 하ᄂᆞ님이라<noinclude><references/></noinclude> l1cbfh6n356v17bvhq7ii82oxbcbm36 페이지:셩경젼셔 구약 권2.pdf/239 250 111882 426849 2026-05-03T16:19:28Z Aspere 5453 /* 교정 안 됨 */ 426849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Aspere" /></noinclude>ᄒᆞ엿ᄂᆞ이다 {{절||十五}} 나의 화복이 쥬의 손에 잇ᄉᆞ오니 내 원슈의 손과 나를 핍박ᄒᆞᄂᆞᆫ 사ᄅᆞᆷ의 손에셔 나를 건지시옵쇼셔 {{절||十六}} 쥬의 얼골이 죵의게 빗최오며 인ᄌᆞᄒᆞ심으로 나를 구원ᄒᆞ시옵쇼셔 {{절||十七}} 여호와여 내가 쥬ᄭᅴ 불너 알외엿스니 나를 붓그럽지안케 ᄒᆞᆺ고 악인으로 ᄒᆞ여곰 붓그럽게 ᄒᆞ시며 디하에셔 ᄌᆞᆷᄌᆞᆷᄒᆞ게 ᄒᆞ시옵쇼셔 {{절||十八}} 거즛 말ᄒᆞᄂᆞᆫ 입이 벙어리 되게 ᄒᆞ시옵쇼셔 뎌희가 교만ᄒᆞ고 업수히 녁임으로 완악ᄒᆞᆫ 말을 ᄒᆞ야 의인을 치려ᄒᆞᄂᆞ이다 {{절||十九}} 쥬를 두려워ᄒᆞᄂᆞᆫ 사ᄅᆞᆷ을 위ᄒᆞ야 싸하둔 은혜가 엇지 큰지 셰샹 사ᄅᆞᆷ 압헤셔 쥬를 의지ᄒᆞᄂᆞᆫ쟈를 위ᄒᆞ야 ᄒᆡᆼᄒᆞ신 거시로소이다 {{절||二十}} 쥬의 압 은밀ᄒᆞᆫ 곳에 뎌를 ᄀᆞᆷ초아 사ᄅᆞᆷ의 계교를 버셔나게 ᄒᆞ시며 쟝막에셔 보호ᄒᆞ야 구셜의 훼방을 면케 ᄒᆞ시리이다 {{절||二一}} 여호와를 찬숑ᄒᆞᆯ지니 견고ᄒᆞᆫ 셩 안에셔 긔이ᄒᆞᆫ 인ᄌᆞᄒᆞ심을 내게 보이셧도다 {{절||二二}} 내가 놀남을 당ᄒᆞᆯ ᄯᅢ에 말ᄒᆞ기를 내가 쥬의 눈 압헤 ᄭᅳᆫ허졋다<noinclude><references/></noinclude> hs95cbir7igb9xjn6676uyl3glhdti4 페이지:셩경젼셔 구약 권2.pdf/240 250 111883 426850 2026-05-03T16:28:51Z Aspere 5453 /* 교정 안 됨 */ 426850 proofread-page text/x-wiki <noinclude><pagequality level="1" user="Aspere" /></noinclude>ᄒᆞ엿ᄉᆞ오나 불너 알욀 ᄯᅢ에 쥬ᄭᅴ셔 나의 ᄀᆞᆫ구ᄒᆞᄂᆞᆫ 소ᄅᆡ를 드르셧ᄂᆞ이다 {{절||二三}} 너희 모든 셩도들아 여호와를 ᄉᆞ랑ᄒᆞᆯ지니 여호와ᄭᅴ셔 셩실ᄒᆞᆫ 사ᄅᆞᆷ을 보호ᄒᆞ시고 교만을 ᄒᆡᆼᄒᆞᄂᆞᆫ쟈의게 즁ᄒᆞ게 갑흐시도다 {{절||二四}} 여호와를 우러러 ᄇᆞ라ᄂᆞᆫ 모든 너희들은 담대ᄒᆞ야 마ᄋᆞᆷ을 ᄃᆞᆫᄃᆞᆫᄒᆞ게 ᄒᆞ라 === 삼십이편 === {{절|三十二|}} {{작게|{{u|다윗}}의 시니 교훈ᄒᆞᄂᆞᆫ 거시라}} {{절||一}} 그 허물 샤ᄒᆞᆷ을 엇으며 그 죄 덥허주심을 엇은이는 복 잇ᄂᆞᆫ쟈로다 {{절||二}} 여호와ᄭᅴ셔 죄를 주시지아니ᄒᆞ시고 그 ᄆᆞᄋᆞᆷ에 간샤ᄒᆞᆷ이 업ᄂᆞᆫ쟈는 복 잇ᄂᆞᆫ쟈로다 {{절||三}} 내가 죄를 ᄌᆞ복지아니ᄒᆞᆯ ᄯᅢ에 내 ᄲᅧ가 쇠ᄒᆞ엿ᄉᆞ오니 죵일 부르지짐을 인ᄒᆞᆷ이로다 {{절||四}} 쥬ᄭᅴ셔 쥬야로 나를 즁히 ᄎᆡᆨ망ᄒᆞ셧스니 나의 진ᄋᆡᆨ이 ᄆᆞᆯ나 녀름에 감음과 ᄀᆞᆺ치 되엿ᄂᆞ이다 (셀나) {{절||五}} 내가 내 죄를 쥬ᄭᅴ 알외고 나의 죄악을 숨기지아니ᄒᆞ고 말ᄒᆞ기를 내 허물을 여호와ᄭᅴ ᄌᆞ복ᄒᆞ겟다 ᄒᆞ엿스매 쥬ᄭᅴ셔 내 죄악을 샤ᄒᆞ셧ᄂᆞ이다<noinclude><references/></noinclude> ls69yz22jfb6cyi3zr7qjsy8fwovbs8